개강 후 어느덧 11주차를 지난다.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대면강의가 시작됐을 날짜다. 한동대는 지난 4월 24일 20-1학기 전면 온라인화를 발표했다. 전면 온라인화는 등록금 환불 이슈와 맞물린다. 한동대와 달리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대학에선 학생들이 등록금 환불을 거세게 요구하고 있다. 전국 27개 대학 총학생회로 구성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가 2월 27일 학생 1만2000여 명을 조사한 설문결과에서는 응답자 83.8%가 등록금 환불이 ‘매우 필요하다.’ 또는 ‘필요하다’고 답했다. 온라인 강의 전면화는 학생들로 하여금 대학 등록금이 합리적인가를 질문하게 했다.

 

전대넷을 중심으로 한 학생들이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는 핵심 근거는 ‘온라인 수업의 부실’, ‘비대면수업 기간 연장’으로 인한 ‘학습권 침해’다. 지난 3월 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시된 청원 글 ‘등록금 인하 건의’에서는 “단시간 내에 생산될 수밖에 없는 온라인 강의는 오프라인 강의 수준보다 떨어”지고, “개강 연기로 대부분 대학이 학기를 14~15주로 단축해 학습권 보장 문제로 보상받을 권리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3월 개강 이래로 일부 대학에선 준비 부족으로 서버가 다운돼 강의가 중단되거나 오래된 강의자료가 그대로 올라오는 일, 과제로 강의를 대신하는 등의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학생들이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는 또 다른 근거는 수익자부담원칙이다. 수익자부담원칙은 우리나라 등록금 징수의 논리로 작동해왔다. 수익자부담원칙에 따르면, 교육은 서비스고, 대학은 공급자, 학생은 수요자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제공받는 교육 서비스에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서비스 질에 따라 등록금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대학과 학생은 모두 피해자다. 현행법상 현재 대학이 등록금 환불을 해야 할 책임은 없다. 또한, 대부분의 대학은 재정적인 측면에서 더는 버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방역비와 원격 수업 장비구매비, 서버 확충 비용이 지출됐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단연 높은 대학진학률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대학 교육비에서 개인 부담이 매우 높은 국가다. 공적 부담률이 낮은 국가 1~6위는 영국, 일본, 칠레, 미국, 콜롬비아, 콜롬비아 등이다. 일본을 제외하고는 대학진학률이 30~40% 수준인 국가들이다. 한국만큼 대부분의 청년이 대학에 가면서 공적 비용이 적은 나라는 없다. 타국가에 없는 등록금 갈등이 한국에 첨예하게 발생하는 까닭은 보편적 대학교육과 교육비의 사적 부담이 과도한 한국의 기형적인 상황에 기인한다.

 

따라서 정부와 정치권이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지난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추경 예산은 온라인 강의비 지원에 18억 원이 책정됐다. 하지만 대학들은 강의비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 추가 지원 예산을 받아 특별장학금 형태로 학생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실제로 한성대는 재난장학금을 감소한 예산으로 마련해 조건부 지급할 계획이며, 경기대는 학습권 보장을 위해 학부생 전원에게 인당 10만 원씩 장학금을 지급한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대학혁신지원사업 활용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았다. 학생들의 교육비 지원 명목으로 정부의 재정지원 비용을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쓰자는 제안이다.

 

청년 대학생들의 분노는 개별 대학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대학과 학생의 관계를 왜곡시킨 사회 질서에 대한 비판이다. 애초에 교육이 개인 부담으로 추진되는 것이 한국 교육의 커다란 모순이다. 이 갈등은 대학과 학생 공동의 지혜를 모아 헤쳐가야 한다.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학생과 대학이 서로 불편했던 점을 고쳐나가는 것이다. 대학 당국은 부실한 강의 때문에 피해를 받는 학생들이 없는지 학기 말까지 계속해서 점검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 대학 당국은 청년 대학생 현실의 심각성과 태도의 진지함을 인지하고 정부와 국가의 공적 지원을 요구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 학생들은 급변하는 학교의 학사일정 속에 대리 시험, 컨닝 등의 아너코드 위반을 하거나, 지나치게 개인적인 불평사항을 학교에 요구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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