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김정원 기자 kimjw@hgupress.com
▲사진 김정원 기자 kimjw@hgupress.com

 

“인간의 탈을 쓰고 그런 짓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충격 받았다. 범인들이 하루빨리 잡혔으면 좋겠고,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박주형 경영경제 19)

6개월간 잠잠했던 한동대 내 동물 학대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19년 9월, 교내에서 잔혹하게 학대당한 고양이들이 처음 발견됐다. 동물 학대 사건은 여러 언론의 보도와 수사에도 불구하고 범인이 잡히지 않은 채, 검찰의 *1기소중지로 마무리됐다. 그 후 6개월 뒤인 2020년 2월경, 고양이 학대 사건이 다시 발생했다. 독극물 섭취가 주원인으로 추정되는 고양이 사체가 발견됐고, 맘스 키친 입구의 고양이 물품들이 도난당했다. 또한, 2020년 3월 13일과 15일 잔인하게 살해된 고양이 사체가 비전관 옆 나무에 매달려져 있어 사람의 소행임을 나타내고 있었고, 한동대 비석 앞 활주로에서도 또 다른 고양이 사체가 발견됐다. 뒤이어 3월 26일에 한동냥의 활동 중지를 요구하는 내용의 협박 메시지와 경고장, 쥐약 등을 동반한 고양이 혐오 사건이 추가로 발생했다. 범행 수법은 지난해 사건에선 덫을 사용했고, 이번 3월 사건에서는 독극물이나 철사를 사용하는 등 변화하고 있다.

사건 발생 위치와 CCTV위치 | 일러스트 한지혜 기자 hanjihye@hgupress.com
사건 발생 위치와 CCTV위치 | 일러스트 한지혜 기자 hanjihye@hgupress.com

 

고양이 학대 사건, 여전히 소극적인 학교측 대응

 

학교 당국은 고양이 학대 사건의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MBC는 3월 28일 보도에서 학교의 소극적인 대처를 지적했다. 뒤이어, 많은 기성 언론에서도 한동대의 소극적인 대처를 지적했다. 2019년 9월, 첫 고양이 학대 사건 발생 당시, 교내 비공식적 고양이 돌봄 단체 ‘한동냥(이하 한동냥)’에서는 학교 당국에 가장 먼저 도움을 요청했다. 한동냥은 학교 당국에 CCTV 확인을 요구하는 한편, 발견되지 않은 덫에 대한 불안함을 표출했다. 학교 당국은 경찰의 동행 없이는 CCTV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답변과 함께 덫을 수색하는 계획도 없음을 밝혔다. 2020년 4월 이번 고양이 학대 사건에서도 학교 당국은 경찰 요청 시 CCTV 제공에 협조하는 소극적인 대응만 할 뿐, 다른 대책은 제공하지 않고 있다. 법적으로 길 고양이를 보호할 책임은 지자체에게 있지 학교에게는 없기 때문이다. 

첫 학대 사건이 발생한 지 수개월이 지났으나, 한동대는 여전히 CCTV 설치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동물 보호 단체 ‘카라’는 위키트리 게시글을 통해, 계속된 범죄에도 안전장치 설치에 미온적인 한동대의 안일한 대처 방식을 비판했다. 총학생회 청원 게시판에는 ‘교내 CCTV 확충 촉구’ 청원이 올라와 있다. 이 청원은 4월 9일 기준, 108명에게 추천을 받은 상태이다. 현재 교내에 설치된 CCTV의 경우 낡고 오래되어 범인 확인이 불가할 정도로 화질이 낮다. 또한, CCTV가 없는 사각지대가 다수 존재하고 실제 사각지대에서 범행이 발생한 적 있다. 따라서 추가적인 CCTV 설치 및 보수가 시급한 상황이다. 학교 당국은 재정상의 어려움으로 CCTV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한, 한동냥은 구성원들의 자발적 모금을 통한 CCTV 설치를 건의했지만 학교 당국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CCTV 설치에 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했지만, 시설 관리팀은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사건 해결을 위한 한동냥의 노력

 

한동냥은 빠른 사건 해결을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중이다. 한동냥은 학교 당국에 ▲ CCTV에 대한 현 상황을 밝히고 시설 보강 ▲ 범죄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사각지대에 야간 소형 CCTV 설치 건의 ▲ 히즈넷 홈페이지나 안내 경고문을 통한 사건 공유와 경고 요구 등을 요구하는 요청문을 제출했다. 한동냥은 CCTV 설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월 1일 자로 ‘한동 대학 내 CCTV 확충 촉구’를 한동대 총학생회 청원 게시판에 올려 청원을 받고 있다. 교내 고양이들은 추가적인 고양이 학대 범죄를 막기 위해 임시보호처에 위탁된 상태다. 

한동냥은 북구 경찰서와 협업뿐 아니라 고양이 학대 사건을 공론화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각종 언론사, 커뮤니티, 인플루언서 등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고 한동냥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 고양이 학대 타임라인을 올려 공유를 독려하고 있다. 한동냥의 고양이 사건 온라인 *2TFT 관계자는 “한동대 내 고양이 학대 사건의 공론화를 통해 사회적 관심을 얻고자 한다”라며 “사회적 관심을 얻을수록 빠른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 본다”라고 말했다. 한동냥은 고양이 학대 사건 수사 인력 충원을 원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방송 촬영도 진행할 예정이다. 한동냥에서는 ▲카라 ▲케어 ▲동물자유연대 등의 국내 동물 보호단체에도 조언과 도움을 구하고 있다. 

 

사건 담당 인력 배치한 총학생회 

 

총학생회 ‘한걸음’(이하 한걸음)에서는 한동대 내 고양이 학대 사건에 적극적인 대처를 하고 있다. 한걸음은 고양이 학대 사건에 정책기획 국장과 글로벌 국장을 배정해 한동냥, 경찰과 연락을 담당하게 했다. 이들은 경찰 수사 시 학교 지리 등을 안내하고, 함께 사건 현장을 확인했다. 한걸음에서는 고양이 학대 문제뿐만 아니라 한동냥으로 활동하고 있는 학생들의 안전에도 초점을 두고 있다. 한동냥의 학생들의 신원이 노출되어 혹시 모를 범죄의 발생 가능성 때문이다. 또한, 한동냥이 비공식적 단체이기 때문에 학교 부서와 논의를 할 때 지원을 받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한걸음 측에서는 전단지 부착용 도장을 대신 받아주는 등의 도움을 주고 있다. 한걸음은 학생들에게 제보를 받아 학생의 신원을 형사에게 인계하는 등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 한걸음은 고양이 학대 사건의 수사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CCTV 확충과 교체를 학교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총학 정책기획국 이지성 국장은 “CCTV 확충 건의는 회의나 논의 자리를 만들어서 계속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대도 고양이 학대 사건에,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해

 

유사한 사건이 있었던 국민대 역시 소극적인 대응을 했다. 2019년 3월 30일 ‘국민대’의 마스코트 고양이인 유자가 잔혹한 폭행으로 인해 살해됐다. 국민대 측에서도 이 사건에 대해 수사기관의 요청 시 CCTV 자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겠다는 대책만을 내세웠다. 국민대 고양이 돌봄 동아리인 ‘추어오’ 측에서 교내 학생들의 안전과 고양이 학대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CCTV 확충 서명운동을 진행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많은 학생들이 서명에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대 측에서는 그 결과를 무시한 것이다. 한동냥에서 고양이 학대 사건의 대처를 한동대에 요청하였을 때, 학교 측에서는 따로 나서서 해결해 줄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는 견해를 보였다. 대학 내 길고양이 문제에 여러 의견이 대립하고, 학교가 고양이를 돌보고 책임질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또한, 학교 당국은 계속된 담당 부서에 관한 물음에 고양이 학대 사건의 담당 부서가 시설 관리팀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설 관리팀에서는 고양이 학대 사건과 관련한 인터뷰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대학의 입장에서는 동물 학대 사건을 다뤄야 할 명확한 명분도 없고 담당 부처도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하더라도 적극적인 해결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이로 인해 동물 학대 사건이 발생해도, 각 학교는 소극적 대처만을 계속한다. 

 

동물에 대한 범죄가 사람에 대한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노스이스턴대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재소자 중 남성 범죄자 30%, 아동 성추행범 30%, 가정폭력범 36%, 살인범 46%에게 동물 학대 경험이 존재했다. 대학 내에서 동물 학대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범행 수법은 나날이 잔인해지고 있다. 현재 경찰 측에서는 범인을 한동대의 학생이나 한동대의 지리를 잘 아는 사람으로 추측하고 있다. 동물에 대한 범죄가 사람에 대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어 교내의 안전에 대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과 같은 미흡한 대응은 더 큰 범죄를 몰고 올 수 있다. 고양이와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학교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1기소중지: 수사를 일시적으로 중지하는 검사의 처분.

*2TFT: Task Force Team의 줄임말로, 행정기관과 군사 조직에서 상설 정규부서 또는 조직과는 다르게, 특정 업무를 해결하거나 사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문가 등을 선발하여 '임시로 편성한 조직을 의미하는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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