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은 언어적, RC적인 측면에서 분리된 한국학생과 국제학생들을 잇고 국제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수많은 제도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한동신문 273호의 “동전의 앞뒤: 글로벌과 글로벌 그 사이” 기사를 통해 한동대학교(이하 한동) 학생들은 “다름에 구애받지 않는 교류”를 원하고, 학교 당국은 학생들의 “글로벌 크리스천 시티즌십” 함양을 위해 일관적인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글로벌” 대학인 한동에서 여전히 기대한 만큼의 “글로벌”함을 일상 속에서 체험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학생도 있다. 한국대학 내에서 국제적 경험을 하기엔 분명히 한계가 있기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저 “답답하다”,“실망했다”라는 한탄으로 넘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해 국제학생들은 어떠한 목소리를 내고 있을까. 

한동의 국제학생들 

국제무대로 나아가기 위한 자질을 함양하도록 하는 한동의 교육은 국제학생들을 한동으로 이끌었다. 한동 비전 선언문에서 설명하듯 한동은 “기독교 정신으로 민족과 세계를 변화시키는 21세기 지도자들을 교육하는 국제적인 대학교”로서 ▲영어 전공강의 비율 30% 이상 ▲영어전공(IT, UIL, GM) 운영 ▲아시아 최초 미국식 국제법률대학원 운영(미국변호사 배출) 등을 국제화의 주요 내용으로 소개하고 있다. 대학정보공시센터 대학알리미의 자료에 의하면 2021년 기준 재학생 3955명 중, 교환학생을 포함한 학위 과정 중인 외국인 학생의 수는 245명으로 전체 재학생 중 6.19% 비율에 달한다. 지난 3년간 외국인 학생의 비율을 보여주는 아래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외국인 학생의 비율과 수 또한 하락세를 보인다. 

▲일러스트 이지혜 기자 leejh@hgupress.com
▲일러스트 이지혜 기자 leejh@hgupress.com

2014년, 한동은 해외학생유치확대 TFT(이하 해외학생TFT)를 발족하여 외국인 학생 유치를 위해 글로벌 학생 모집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본지 241호 3면 참고) 해외학생TFT의 부디렉터로 참여하게 된 존 베일리 (John F. Bailey) 교수는 당시를 회상하며 말레이시아, 태국, 홍콩, 일본 등 다양한 나라에 방문해 학생들이 한동에서 영어로 진행되는 학문과 신앙을 융합시킨 훈련을 받도록 홍보하는 일을 맡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미국, 영국, 호주 등의 영어권 나라들의 대학들로 유학을 가는 추세 속, 한국 대학에서 영어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베일리 교수는 “여러 고등학교를 방문해 오랜시간동안 관계망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여 느린 속도지만 외국인 학생들이 유치되는 성과를 보았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해외학생TFT 활동의 결실로 한동에 오게 된 외국인 학생들이 마주하게 된 현실은 불편한 교육환경이었다. 베일리 교수는 “영어로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된다고 홍보했지만, 영어강의로 등록되는 과목들이 한국어 혼용으로 가르쳐지는 경우가 있었기에 외국인 학생들에게 면목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베일리 교수의 말레이시아 홍보 활동으로 한동에 입학하게 된 에단 라지(Ethan Raj Selvasunther) (창의융합,18)는 현재 ISU(International Students Union) 국제학생연합의 대표로 활동 중이다. 에단은 “2018년, 처음 입학했을 당시에는 영어강의가 많지 않아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필수교양과 같이 꼭 들어야 하는 수업의 영어강의가 하나밖에 개설되지 않았을 때는 다른 신입생들 사이에서 그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점이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비록 지금은 영어강의의 비율과 질이 많이 개선되었지만, 문화적으로나 언어적으로 다른 환경으로 인해 국제학생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여전히 남아있다.

카마이클RC의 국제학생들

한동에 입학하게 된 국제학생들은 RC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자동으로 카마이클 RC(국제관)로 배정된다. 카마이클 RC가 한국 RC들과 달리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iHanST(International Handong Spiritual Training “이하 i-한스트”), 채플, 예배 등의 전반적인 활동들은 국제학생들의 복지를 위해 마련되었다.

▲사진 이세빈 기자 leesb@hgupress.com
▲사진 이세빈 기자 leesb@hgupress.com

베일리 교수는 i-한스트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에 대해 “당시에는 한국어를 할 수 없는 국제학생들을 위한 배려가 매우 부족했다”고 말했다. HanST(Handong Spiritual Training “이하 한스트”) 프로그램은 입학한 새내기들에게 첫인상을 심어주는 한동만의 특별한 문화로서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 베일리 교수에 의하면 모든 학생은 한스트를 통해 환영받아 마땅하지만 “일부 국제학생들은 한스트 때문에 한동을 떠난 경우도 있었다”라고 한다. 한스트 프로그램 중 찬양을 드리는 시간에 띄우는 파워포인트에 영어로 가사를 제공해주지 않는 것과 같은 “사소한 부분들에 있어 국제학생들은 고려되지 않았기에 많은 실망감과 함께 무시당했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라고 베일리 교수는 말했다. 국제학생들이 겪는 불편함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베일리 교수는 “한스트 리더십팀과 소통하려 노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학생들과 교수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은 i-한스트를 만들어 자신의 “안전지대”를 마련하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입학 후 국제학생들 또한 한국학생들과의 교류의 기회를 원한다면 매년 정해진 기간 내에 RC 변경을 신청해 더욱 다양한 RC를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카마이클 RC의 행사와 프로그램들은 국제학생들을 위해 개별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한국학생들의 입장에서는 국제학생들과 생활권 자체가 분리되어 만날 기회가 제공되지 않는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한국학생이 국제학생과 직접적으로 교류하며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싶다면, 카마이클 RC로 변경하거나 국제관에 거주하는 방법뿐일까. RC 넘어 국제학생과 한국학생 간에 벽을 허물 순 없을까?

글로벌국이 진행하는 프로그램

제26대 총학생회 집행부 'KEEPER' (이하 총학)의 글로벌국은 한국학생과 국제학생 사이에 거리를 좁히고 활발한 교류를 위해 개인과 RC 차원에 만남의 기회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번 학기에 글로벌국이 진행한 대표적인 프로그램들은 ▲언어버디 ▲팀 교환 프로그램 ▲United Worship in Handong 등이 있다.

#1 언어버디 프로그램

글로벌국 문예림 국장(이하 ‘문 국장’)은 언어버디 프로그램을 “한국 학생과 국제 학생이 짝을 이루어서 1대 1로 서로에게서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또 친목까지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2015년까지는 International Buddy System(IBS)이라는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지만 한국학생과 국제학생들의 교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문 국장은 “언어버디 프로그램 또한 같은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며 언어 배움의 기회를 병행하여 진행된다”라고 말했다. 언어버디 프로그램은 매년 많은 관심을 받은 사업 중 하나로 한국학생의 참여율이 매우 높다. 글로벌국에 의하면 학기마다 일반적으로 300명 정도에 한국학생 신청자들이 있고, 국제학생들 중에서는 약 40명 정도 신청한다. 저번 학기의 17버디(짝)에 이어 이번 학기에는 조금 늘어난 34버디(짝)로 진행되는 언어버디 프로그램은 국제학생들 참여율에 따라 한국학생들도 참여할 기회를 얻는다. 

#2 팀 교환 프로그램 (어서와~ 우리 RC는 처음이지?)

이번 학기부터 시작된 팀 교환 프로그램은 한국학생들과 국제학생들이 서로의 상대 RC를 교환해 새로운 팀에 배정되어 채플과 팀 모임을 3주간 출석하며 다른 RC의 문화를 경험해 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2학기가 시작되기 전 학생들의 참여 의향을 묻는 수요조사를 진행했을 때 많은 수요가 있다고 파악되었지만, 학생들이 직접 각 팀의 교수, 팀장, 팀 내 학생들의 동의를 구하고 평의회와 교목실에 연락하는 등의 행정절차들이 많다 보니 수요조사 결과만큼 실제 참여율이 미치지 못했다. 문 국장은 “새롭게 시작된 사업인 만큼 교수와 학생들과의 동의를 얻고 조율을 하는 데 있어 행정적으로 조금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다”고 말하며 “아마 다음 총학에서 계속 이어가기를 원한다면 학기가 지날수록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3 United Worship in Handong

이번 가을 축제의 첫날인 11월 3일에 진행된 “United Worship in Handong”은, 한동의 예배 공동체들이 연합하여 드리는 찬양 예배이다. 기존에는 글로벌국에서 매년 혹은 학기마다 “글로벌 워십”이란 영어예배를 진행했었지만 문 국장은 “글로벌 워십이 그저 국제 학생들의 영어예배에서 끝나버리는 게 아쉬웠다”라며 “글로벌의 진짜 의미를 이루려면 한국 학생들과 국제 학생들이 연합되는 예배가 되었으면 좋겠다 생각해서 총학 내의 신앙국과 문화국과 소통하며 함께 유나이티드 워십을 처음으로 시도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유나이티드 워십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연합도 큰 의미를 가졌지만,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프레이즈, 강물, 끝시간, EPT(English Praise Team), CPT(Carmichael Praise Team), NiBC(Not I But Christ) 예배팀들이 함께 찬양 드리고 음악을 통해 교류하는 모습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국제학생들과 한국학생들이 화합되는 결과를 보여줬다. 

ISU: 국제학생들의 목소리

ISU(International student Union)는 총학 글로벌국 산하의 단체로 국제학생들을 대표해 의견을 취합해 목소리를내고 있다. 총학 글로벌국은 ISU와 2주마다 갖는 정기적인 회의 이외에도 사업 진행 상황들과 건의 사항들을 지속해서 소통하며 국제학생들과 관련된 사항들을 총학의 이름으로 학교 측에 건의하고 있다. 나아가 글로벌국은 작년 한걸음 총학에서 시작된 국제학생 정기공청회를 더욱 체계적으로 준비하여 이번 학기에는 "Now I Hear You” 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는 국제학생들로부터 아젠다를 미리 받아 6명의 패널인 총학 회장, 자치회장, 총동아리연합회 회장, 카마이클 대표, ISU 대표, 글로벌국 국장을 초청해 오프라인으로 진행되었고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참석할 수 있었다. 문 국장은 “국제학생들의 총학생회 홈페이지 민청원 게시판의 영어 지원 요구가 받아들여져 현재 업데이트가 된 상황이고 공청회에서 발제된 좋은 아젠다들에 대한 속기록을 보고서로 정리해 학생자치단체와 부서들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한다.

▲사진 이세빈 기자 leesb@hgupress.com
▲사진 이세빈 기자 leesb@hgupress.com

ISU의 대표인 에단 라지(Ethan Raj Selvasunther)는 “ISU가 국제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만들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다수가 한국인이기에 국제학생들이 잊히기 쉬운 환경이다”라고 설명하며 “실제로도 국제학생들이 행사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ISU에서는 학생들과 다양한 문화를 공유할 기회를 마련하고자 “Festival of Nations”를 매년 진행하고 있다. 이 행사에서는 전 세계 다양한 나라의 온 국제학생들이 공연으로 자신의 문화권을 소개하고 다양한 언어, 문화, 전통을 나누며 다름을 배우고 이해해보는 시간을 마련한다. 하지만 매년 저조했던 한국 학생들의 참여율에 ISU 측에서는 아쉬움을 내비쳤다고 한다. 

▲사진 이세빈 기자 leesb@hgupress.com
▲사진 이세빈 기자 leesb@hgupress.com

한번 도전해보자, 글로벌!

문 국장은 “국제학생들과 한국학생들 모두 교류를 원하는 마음은 같아 보인다”고 말한다. 그러나 학부 재학생 약 4천 명 중에서 외국인 재학생이 5% 정도밖에 되지 않는 비율이다 보니 당연히 나머지 3800명의 학생이 200명의 학생과 관계를 맺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이다. 언어버디의 경우를 보아도 한국학생들의 수요만큼 국제학생들이 수적으로 채워줄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 나아가 국제관 거주자들의 절반 정도가 한국학생들이기에 국제학생들의 입장에서는 필요한 교제가 충족되고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에단은 “국제학생들 또한 영어가 제2, 3의 언어인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한국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갖기도 한다”라며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 프로그램들에 도전하는 열린 마음이 필요한 것 같다”라고 말한다. 이렇듯 한국학생, 국제학생 구분 없이 각자의 세계를 살아온 이들이 상호 교류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글로벌을 체험하고 싶다면, 베일리 교수는 각자의 익숙한 삶에 머무르기 보다 “편안함을 희생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정예원 기자 jungyw@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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