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 채윤희
패스트패션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
 
“개선이 없다면, 패스트패션 시대는 우리에게 환경과 건강 그리고 미래를 요구할 것이다.”
패스트패션의 폐해를 지적한 그린피스(Greenpeace)의 기사에 있는 문장이다. 우리가 무심코 구매하는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티셔츠에는 지구 반대편, 노동자의 눈물과 썩어들어가는 지구의 비명이 들어가 있다.
 
유니클로, 자라(ZARA), H&M…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SPA(Speciality retailier of Private label Apparel) 브랜드들이다. 이런 업체들은 계절별로 상품을 기획하여 판매까지 짧게는 9개월 혹은 15개월이 걸리는 기성패션과는 달리 디자인에서 생산, 판매까지 단 19일 만에 완료해 유행에 민감하게 대처한다.
패스트패션은 빠른 상품회전과 유행에 맞춘 출고로 인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2010년에 시행된 <전자상거래 사이트 및 트렌드 컨설팅 업체 설문조사>는 패스트패션을 소비하는 층을 패스트패션 족으로 분류했다. 이들은 평균 연령이 21.4세이고 일주일에 1.5회 쇼핑을 한다. 이처럼 기존에 계절마다 옷을 구매하던 경향은 더욱 빈번한 소비로 대체되었다.
삼성패션연구소에 의하면 패스트패션의 신상품 출시 주기는 주 2회다. 상품교체주기가 빨라짐에 따라 의류생산도 증가하고, 이는 환경오염과 의류폐기물 증가의 직접적 원인이 된다. EBS가 방영한 <하나뿐인 지구>에 의하면 환경부 자료로 2008년에 하루 161.6톤이던 의류폐기물이 2011년에는 하루에 197.7톤으로 많이 늘어났는데 패스트패션 시장이 2008년 5,000억 원에서 2011년 1조 9,000억 원으로 급상승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한다. 옷이 이렇게 쉽게 구매되고 버려지는 동안 지구 반대편에서는 노동착취와 환경오염이 발생하고 있다.
 
눈물로 얼룩진 티셔츠
 
지난 2013년 4월 패스트패션 협력업체들이 위치한 방글라데시의 라나 플라자 의류공장이 붕괴되어 1100여 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방글라데시 정부의 조사 결과 부실시공과 불법 설치물이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뿐만 아니라 2013년 5월에도 캄보디아 공장이 부분 붕괴하여 23명이 다쳤는데, 현장에서 H&M의 의류가 발견되어 패스트패션 업체의무리한 원가절감에 의한 인재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조사과정에서 밝혀진 새로운 사실에 따르면, 사망한 1,100여 명의 노동자가 중국 최저임금의 불과 4분의 1에 지나지 않는 38달러에 불과한 임금을 지불받았고하루 11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보다도 더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산 것은 일련의 사고에 대한 패스트패션 업체들의 태도였다. 방글라데시의 공장 사고 이후, NGO 단체에 의해 공장 안전 기준을 강화하는 방글라데시 협약이 발의되었으나, H&M과 유니클로는 서명을 거부하였다. 캄보디아 사고의 경우도 H&M은 협력업체의 잘못이며, 협력업체가 개선한다면 다시 거래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노동집약적인 의류산업을 주로 하는 개도국에는 시간당 약 260원의 최저임금을 받는 의류 노동자가 400만 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환경문제도 심각하다. 그린피스(Greenpeace)의 2012년 조사 결과, 유명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옷에서 인체와 환경에 해로운 물질과 발암물질을 함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생산과정에서도 오염물질이 발생하고 있다. 2011년 그린피스(Greenpeace) 보고서 ‘더러운 세탁물(Dirty Laundry)’에 따르면, 양쯔 강과 주강삼각주 지방에 있는 두 곳의 중국 섬유 업체가 호르몬을 교란시키는 난분해성 유해물질을 배출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두 공장은 H&M과 Cortefiel 등 패스트패션 업체와 상업적 협력 관계를 맺고 있었다.
 
김문구 기자 kimmg@hgupress.com
 
남들이 빠를 때, 천천히
빠르게 변화하는 유행에 맞춰 생산하는 패스트패션이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뜨거운 인기그 뒷면에는 인권유린과 환경파괴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슬로패션이 뜨고 있다.슬로패션은 친환경적인 생산과정을 추구하고 노동자들에게 공정한 임금을 제공하는 의류다. 최근 국내에서도 슬로패션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그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는 페어트레이드코리아 그루(이하 그루)의 홍보담당자 박영주 씨와 서면으로 인터뷰하였다.
Q 그루는 어떤 기업인가요?
그루는 국내에 공정무역의 이념 및 제품을 소개하고자 2007년 5월 시민주식회사로 설립된 사회적 기업입니다. 특히 아시아 여성들의 빈곤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어 자연주의 전통기술로 생산된 친환경 패션상품을 공정한 가격에 거래하는 공정무역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2008년 국내 최초로 공정무역 패션 브랜드 ‘그루’를 선보였고 여성생산자들의 전통기술과 현대적 디자인을 접목한 친환경 의류와 패션 소품, 유기농 면제품, 생활용품, 장난감 등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Q 기존 패션업체와 비교하여 그루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여성환경활동가가 대표로 있고, 빈곤국가 여성들과 함께할 수 있는 사업인 ‘공정무역’을 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특히 패션에 주목한 이유는 여성들이 의류와 소품들을 수공예로 생산하기 때문에 여성에게 직접 이익이 돌아가며, 전통기술과 문화적 다양성 보전에 이바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그루는 주로 어떠한 지역에서 옷을 생산하고 있습니까?
의류는 주로 네팔, 방글라데시, 인도에서 현지 기술로 생산되고 있습니다. 거래하고 있는 생산자 단체는 네팔이 제일 많고, 다음으로 방글라데시, 인도, 베트남, 라오스 순입니다. 주목할 점은 그루의 생산자들은 그루 직속 직원이 아니며 각 조직단체의 직원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업환경 확인은 각 조직과 공정무역 단체에서 정기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노동문제와 관련해서는 정당한 임금을 제공함으로써 이들이 무리하지 않게 일하게 하고 있고, 무리하게 납기일을 맞추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또한, 제작이 여의치 않은 경우 그루 측에서 선금을 주어 재료 등을 사도록 하는 시스템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Q 친환경적이고 공정한 의류판매를 위해서 어떠한 사회적, 환경적 기여를 하고 있습니까?
저희는 환경문제와 인권문제에 대해 원칙을 정해놓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재활용 제품을 제외하고는 천연원료를 사용한 제품만 거래, 베틀 직조나 천연염색 등 수공예를 통한 오염물질배출 최소화, 아동노동 금지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원칙에 의하여 네팔 디자인 아카데미를 통해 200명의 소생산자를 교육하고 있으며, 네팔 초등학교 후원사업과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붕괴사고 피해자 지원을 위한 기금조성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제4세계 디자인 프로젝트>를 통해 디자인 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생산자들에게 신진 디자이너와 협업을 통해 디자인 상품을 개발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루는 수공예 기술교육, 경영, 회계교육 활동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여성 생산자의 자녀가 학교에 갈 수 있도록 돕고 생산자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것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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