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서병선 교수의 테니스 클럽 ‘BIT’동행기

오전 5시 56분. 8호관 앞으로 자동차 한 대가 멈춰 선다. 운전석 창문이 반쯤 내려가자 편한 운동복 차림의 서병선 교수가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옆 좌석에 앉자마자 그는 악수를 청하며 “아침 일찍 일어나려고 힘들지 않았어?”라며 건강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서 교수는 매일 아침 6시, 우리학교와 포항1대학 교수를 포함한 몇몇 동호인들이 함께 하는 테니스 클럽 ‘BIT(비트)’로 향한다. BIT는 장성동에 있는 제1호 테니스 클럽으로, 클럽에는 30대 중, 후반에서 40~5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회원들로 구성돼 있다. 현재 서 교수는 BIT의 회장을 맡고 있으며 우리학교에서는 서 교수를 포함해 도형기, 한윤식 교수가 BIT의 주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테니스 코트 장 안으로 들어서서 인사를 나눈 뒤, 포항1대학 최명세 교수는 “우리는 회장님을 그냥 회장님이라고 안 불러요. ‘존경하는’ 우리 회장님이라고 불러요”라며 기자를 의식한 아부가 담긴 말장난을 건다. 여기에 포항1대 전영근 교수는 “‘오늘만’ 존경하는 우리 회장님”이라며 한 술 더 거든다. 차례차례 도착하는 멤버들과 함께 웃으며 따뜻한 유자차를 나눠 마신다. 가족 같은 느낌이다. 오랜 시간을 함께한 듯한.

사람들이 모두 모일 때까지 다 함께 구장을 청소하고 선을 긋고 각자 몸풀기 운동을 한다. 스트레칭이 끝난 후 몸풀기 게임이 이어진다. 오늘따라 유난히 실력을 발휘하는 한 교수를 향해 서 교수는 “오늘 일 내겠네”라며 칭찬한다. 마지막으로 상자 가득 음료수와 빵, 과일을 들고서 BIT의 총무가 도착한다. 총무를 맡고 있는 포항1대학 교수는 BIT클럽 외 또 다른 테니스 동호회에 소속돼 있을 정도로 테니스를 좋아한다. 오늘은 총 13명 중 3명이 결석했다. 13명을 기준으로 밤새 열심히 경기 대진표를 준비한 최 교수는 아쉬운 양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사람들이 모두 모이자 총무는 경기 시작을 선언하고 서 교수의 짧은 개회식 인사와 함께 경기는 시작됐다. 게임은 2명씩 파트너를 이뤄 총4명으로 진행된다. 서 교수는 “제자가 보고 있으니까 잘해야겠다”며 자세 하나하나 꼼꼼히 신경 쓴다. 다들 기자가 보고 있다고 긴장하는 듯한 분위기다. 하지만 40, 50대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민첩한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서 교수는 “다들 평소보다 실력이 좋네! 평소보다 120%의 능력인걸”이라며 다른 멤버들을 칭찬한다.

게임을 쉬는 동안 다들 갤러리에 모여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간식을 나눠 먹는다. 게임에서 지는 사람이 천원씩 낸 벌금으로 클럽운영을 비롯한 간식을 마련한다. 서 교수는 “간식들은 곧 내 살과 피”라며 동년배인 김 부장과 함께 벌금을 가장 많이 냈다고 자랑 아닌 자랑을 한다. “그 말은 곧 체력이 제일 딸린다는 거죠”라는 총무의 말에 다들 웃음을 터뜨린다. 갑자기 “우리 클럽에 ‘공자’도 있다”는 솔깃한 정보가 귀에 들어온다. 부장을 맡고 있는 포항1대학 김명철 교수는 클럽 안에서 ‘공자’로 통한다. BIT클럽 홈페이지로 인해 공자로 불릴 만큼 뛰어난 그의 ‘문재(文才)’가 소문이 난 것. “테니스 경기를 사자성어로 묘사해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라는 칭찬과 함께 “근데 정작 무슨 말인지는 알아들을 수가 없어. <논어>인지 뭔지”라는 한 교수의 말에 다들 어려운 사자성어에 공감하는 듯 웃는다. 서 교수는 “아침 일찍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웃으면 하루 종일 행복하다”며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전 교수는 “우리 클럽은 아마추어들이 모여 하는 취미생활이기 때문에 승부에 연연하지 않고 즐겁게 게임을 할 수 있어서 좋다”며 “복식경기이기 때문에 개인의 능력보다는 파트너와의 호흡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만큼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고 상대방과의 호흡에 맞출 줄 알아야 하며 또 그것을 배워가는 곳이 바로 ‘BIT’이다.
경기가 끝나자 다 함께 모여 따뜻한 칼국수 한 그릇씩 먹는다. 경기로 인해 열기로 가득한 몸을 칼국수 한 그릇으로 마음의 온도를 1도 높이고, 함께 웃으며 1도 더 높인다.

서 교수는 부지런해지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아침 일찍 새벽기도를 다녀온 후, 테니스 클럽에서 운동을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고. 그는 아침형 인간이 되면서 균형적인 생활을 통해 무엇보다 건강이 좋아졌다고 한다. 내일도 서 교수는 BIT를 향해 달려갈 것이다. BIT에 담긴 ‘bit by bit’의 의미처럼 그리고 발음 그대로 ‘빛’처럼 말이다. 살랑살랑 봄바람이 부는 요즘, 날마다 그는 외친다. “Nice ball!”

김혜영 기자 dalkis51.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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