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한 조명과 재즈음악. 그리고 빛나는 와인 글라스. 그곳에서 다음 카페 ‘포항 와인 클럽’의 카페지기 민트쩡이님을 만났다. 와인을 한모금 마시고는 천천히 그 맛을 음미하는 모습. 기자는 이미 그 모습을 보며 와인에 대해 빠져들기 시작했다.

기자: 와인의 향이 매우 좋네요.
민트쩡이(이하 민트): 소아베(Soave 2005)라고 하는 화이트 와인이에요. 와인은 접해 보신적이 있으신가요?사용자 삽입 이미지
기자: 아니요. 전혀…
민트: 괜찮아요. 와인이라는 것이 꼭 알아야만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기자: 그렇지 않아도,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와인이 몸에 좋다는 이야기를 통해 와인에 대해 조금 공부를 해 봤어요.
민트: 네 맞아요. 우리나라는 매스컴이 먼저 와인의 대중화를 이끌어나갔어요. 2-3년 전부터 TV에서 와인이 우리 몸에 얼마나 좋은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기자 분께서 보셨던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도 몸에 좋은 기호식품으로 차, 커피, 그리고 와인을 꼽았고요. 피부미용에도, 심장질환에도 와인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또, 옛날에는 드라마나 영화를 봐도, 술집을 가면 양주가 나오고 했는데, 요즘에는 와인이 나오니까 와인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진 게 아닌가 해요
기자: 그럼 와인의 종류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겠어요?
민트: 사실 와인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원료인 포도라고 할 수 있어요. 자연히 포도 품종에 따라 와인의 종류가 틀려지겠죠. 전세계에는 3천 가지 포도 품종이 있는데, 그 중 와인을 만들 수 있는 포도는 300가지 정도라고 해요. 여기서 와인의 종류는 레드, 화이트가 있고요. 로제 와인이 있고, 스파클링 와인이 있고, 거기에서 하나 덧붙이면 디저트 와인이 있거든요. 레드와인은 적포도로, 화이트와인은 청포도나 백포도로 만들어져요. 로제는 장밋빛이 나는 와인이에요. 스파클링 와인은 일반적으로 샴페인이라고 얘기를 하는데, 샴페인은 프랑스어고요. 샴페인이라는 프랑스의 한 지역에서 처음 만들었다고 해서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어요. 디저트와인은 정말 달아요. 초콜릿이나 사탕보다 더 달아요. 식전에 애피타이저로 입맛을 돋굴 때 쓰는 와인 정도랄까?
기자: 와인을 먹는 방법이 있다고 하잖아요. 어떻게 먹어야 할까요?
민트: 와인이 처음 잔에 따라지면, 바로 이렇게 맡아서 향을 음미해요. 제가 생각할 때 와인의 매력은 ‘바뀐다.’ 라는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서 정말 바뀌거든요. 처음에 맛을 한번 보고, 잔을 살살 돌리면 스왈링(Swalling)이라고 하는데, 이러다 마시면 향이 또 달라져요. 서서히 조금씩이요. 맛도 거기에 맞춰서 같이 바뀌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기에 와인의 최고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또 계속 바뀌는 맛을 조금씩 캐치하면서 마시는 것이 와인을 마시는 재미라고 할 수 있죠. 보통 향을 맡고, (한모금 들이키고)혀를 굴리면서 맛을 봐요. 와인에는 보통적인 맛이라는 것은 없어요. 먹는 사람마다 와인의 맛을 전부 다르게 느끼거든요. ‘이건 시다. 이건 달다’ 이렇게 쉽게 정의를 내릴 수 없어요. 그냥 자기가 느끼는 게 제일 중요하죠. 또 이렇게 해서(잔을 들며) 와인의 색깔을 보면, 분홍색, 노란색, 황금색, 짚색 해서 다양한 색깔이 나타나요.
기자: 흔히 와인감별사라고 하는 소믈리에(Sommelier)는 어떤 사람인가요?
민트: 와인을 한 모금 마셔 보고는 ‘이거 몇 년 산의 무슨 와인이다’ 이런걸 구별해 내는 사람을 소믈리에로 아시는데, 사실 이런 사람은 거의 없어요.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분이 있을 뿐이고, ‘이거 품종이 뭐다’ 이정도 까지는 아는 사람들 몇 분 계세요. 소믈리에는 와인을 즐기는데 도움을 주는 사람을 이야기 하는 거예요. 와인과 식사를 매치시켜 준다거나, 이런 상황에서 이런 와인을 추천해 준다든지 하는 거죠. 사람들이 와인 그러면 소믈리에를 생각하는데, 사실 소믈리에가 크게 의미가 있는 건 아니에요. 외국에선 철저한 시험을 거쳐서 소믈리에가 되지만 우리나라는 그 정도가 아니거든요. 누구나 도전할 수 있어요. 돈이 좀 많이 들어서 그렇죠.
기자: ‘신의 물방울’이라는 만화책이 인기를 타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민트: 요즘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기 쉬운 부분인데요, 만화책에서는 와인을 마시면 숲이 나오고 여성이 나오고 하는데 자신에게는 그런 느낌이 전혀 안 나는 거예요. 어떠한 사람도 와인을 마시고 그런 느낌이 드는 사람은 흔하지 않거든요. 그 만화책이 와인에 대한 붐을 일으킨 건 확실하지만 이런 부분은 오히려 거리감을 더 느끼게 만들죠. 마셨는데 나는 그런 맛이 안 나고, 그런 향이 안 나고, 그리고 거기 나오는 와인들은 기본, 동그라미가 좀 많이 붙어 있거든요. 오퍼스원 이라는 비싼 와인을 마시고 나서 ‘내 귀엔 왜 락 음악이 안 들리지?’ 그렇게 생각하게 되요. 돈 많은 사람들이 나도 마셔보겠다고 비싸게 돈을 주고 샀는데, 씁쓸하기만 하고 맛도 없고 이러면 다음부터 와인을 안 먹게 되죠. 초보자들에게는 그 만화책이 독이 될 수도 있어요. 그냥 그것은 허구니까, 아 이렇구나 하고 보면 돼요.
기자: 하나님의 학교인 한동대학교다 보니까, 우리학교에서는 술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 이예요. 와인을 먹고 취하는 거랑 일반 술을 먹고 취하는 게 똑같다고 이야기 하는데요.
민트: 맞아요. 똑같아요. 와인도 먹으면 취해요. 우리(포항 와인 클럽)도 술에 만취되는 분들은 바로 강퇴예요. 와인이 과실주라, 과실주 자체가 다른 술(증류주)에 비해서 숙취가 더 있다고 해요. 그런데, 사람들이 와인을 먹으면 덜 취하는 것 같다고 하는 것 뿐이지 많이 마시면 ‘개가 된다’고 하죠.(웃음) 그러나 굳이 왜 와인이냐 묻는다면, 한동신문에서 왜 와인 이야기를 하느냐 이렇게 본다면, 저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어요. 국제사회에서 영어만 할 수 있으면 영국이나 미국이나 일본, 하다못해 말레이시아 중국까지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되잖아요. 그것과 함께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만드는 요소라면 음악, 미술, 춤, 그 안에 와인이 포함되는 거예요.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 사업적인 이야기를 나눌 때, 테이블에서 하는 것 보다는, 보통 점심을 먹거나, 저녁을 같이 먹으면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공통적인 분모 중 하나가 바로 와인이라는 거죠. 와인을 마실 필요 없이, 식사에 나오는 와인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어서 대화가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또, 한가지 신기한 것은 기독교가 전파된 역사를 보면 와인의 역사와 똑같은 루트를 따르고 있어요. 기독교가 전파된 곳에 항상 미사주를 써야 하니까 포도나무를 심어온 것이 오늘에 이른거죠. 기독교와 와인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거 아닐까요?

취재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기자는 단지 술로만 생각했던 와인에서 하나의 문화로 변신한 와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옛말에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고 했다. 술로써 마시는 것은 지양해야 하겠지만, 와인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을 가지고 그것을 문화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가지는 것이 전 세계로 나아갈 한동인이 추구해야 할 진정한 자세가 아닐까.

손일영 기자 silkyguy.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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