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학교는 고요합니다. 지난 몇 년간 시끄러웠던 소송이 일단락되고, 10주년이라지만 별다른 행사도 기획되어있지 않아서인지, 겉으로 보는 한동은 조용합니다. 학교 설립초기에 한동을 달구던 정체성 논쟁도 잠잠해졌고, 그나마 한동인들 사이에서 토론이 이루어진다는 횡수마저도 조용하니까요. 이렇게 조용한 학교를 보면, 정말 학교에 아무 일이 없어서 조용한 것인지, 아니면 목소리를 낼 사람이 이젠 없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은 세계만을 보려 한다.’ 카이사르의 말입니다. 보고 싶지 않은 현실을 보는 것은 참 괴로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 세상 또한 존재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한동에도 이 말은 어김없이 적용됩니다. 우리학교를 둘러싼 수많은 문제점과 모순들. 그리고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정체성과 학교의 방향. 수많은 학우들은 오늘도 그러려니 하며 넘어가려 합니다. 언제부턴가 그런 이야기들이 한동인들의 입에서 나오지 않게 된 그 때부터, 한동은 갈수록 조용해져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들은 해결되지 않은 채 밑에서 부글거리며 곪아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한동에서는 ‘비판’ 보다는 ‘칭찬’이 선호됩니다. ‘좋은게 좋은거다.’라는 인식, 비판보다는 사랑으로 감싸주자는 말들, 어쩌면 이런 것들이 우리 안의 상처를 더 키워온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학교 내외에서 들려오는 소식들, 학교 리더십의 말들, 학생 자치단체의 의견들, 덧붙여 한동신문의 기사까지도, 두 번 생각하기를 권합니다. 두 번 생각하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사실을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어떤 방식으로 한동을 사랑하고 있습니까? 한동이 좋은 학교가 되기를 바라십니까? 그렇다고 답하신다면 자기가 한동에서 보고 싶지 않은 세계를 응시해주시길 바랍니다. 낯설고 당황스러운 체험이 기다린다 하더라도, 소리 없이 곪아가는 한동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주체는 한동인 뿐입니다. 한동의 주인이라면, 깨어계십시오.

도병욱 기자 dodand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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