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주차 화요일 3교시, 시험이 끝나고 첫 수업임에도 학생들은 지쳐있다. 교수는 학생들의 시험이 끝나지 않은 것인지 의아해한다. 등교하는 셔틀버스 속 외부 거주 학생 중엔 도착한 뒤에도 잠이 들어있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한동대 학생들의 고질적인 수면부족이 드러내는 정황이 여럿 드러난다. *1보아스메디컬은 2017년 4월 설립된 이후 2019년 6월까지, 총 8,526건의 진료를 기록했다. 보아스메디컬 고준태 원장은 모든 진료기록을 종합 및 질환별로 분석했다.
2019년 여름 교수 수련회에서 고 원장은 한동대 학생들이 성인의 하룻밤 권장 수면 시간보다 수면량이 부족하다는 것과 20대 평균보다 우울증 *2유병률이 높다는 결과가 담긴 보고서를 발표했다. 2019년 3월 ‘질병과 건강’ 수강생은 한동대 학생들의 수면부족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19-1학기 질병과 건강 수강생 중 총 3개 팀이 한동대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고, 각 팀의 설문에 64명에서 220명 정도 응답했다. 본지는 고 원장의 진료기록 분석결과와 ‘질병과 건강’ 수강생의 설문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동대 학생의 수면부족과 우울증에 관해 살펴봤다.
진료기록에 담긴 한동인의 수면장애
보아스메디컬 진료기록에 따르면, 한동대 학생들은 ▲높은 비율의 수면 부족 ▲*3일주기 리듬 장애 ▲높은 감기 유병률 ▲불안장애 증가 ▲높은 우울증 발병률을 보였다. 보아스메디컬에서 진료를 받은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6시간 15분 정도를 잔다고 답했다. 이들의 수면시간은 세계 보건 기구에서 정한 20대 적정 수면시간인 7~8시간에 못 미친다.
보아스 전체 진료데이터를 질환군으로 구분했을 때, 수면장애가 직간접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질환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호흡기 질환의 일부(13%) ▲위·식도 역류, 기능성 장장애(7.2%) ▲기타 질환의 일부(3.9%)▲긴장성 두통 불면증 우울 불안 장애 (3.7%) ▲구내염 대상포진(0.8%) 등을 합하면 전체 질환의 28.6%가 수면장애와 관련되어 있다. (일러스트 가 참조) 고 원장은 “위식도 역류나 기능성 장장애는 거의 100% 수면장애와 관련된다”라며, “긴장성 두통과 우울, 불안, 구내염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시간 관리 어려움으로 잠 못 드는 학생들
‘질병과 건강’ 수강생의 설문조사는 한동대 학생이 느끼는 수면장애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2019년 3월 질병과 건강 수강생은 팀별로 학생 수면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 75% 이상이 ‘학기 내내’ 수면 부족, 응답자 50~80%가 ‘낮 시간’에 피로감과 졸린 현상을 느낀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81%는 수면의 질을 나타내는 PSQI지수에서 정상 범위인 0~3점 구간을 넘는 ‘수면장애 의심, 심각’ 등급의 지수를 기록했다. 기상 시간은 그날 수업시간에 맞추는 경우가 75%에 달했다. (일러스트 나 참조)
과제와 개인 공부에 대한 시간 관리 실패가 수면방해의 핵심적 요소였다. 전체 설문 대상 211명 중 90.6%의 응답자는 수면부족의 원인으로 1위 과제(90.6%), 2위 개인 공부(49.1%)를 꼽았다. (일러스트 다 참조) 과제의 유형에서는 팀 프로젝트와 보고서가 가장 많이 수면시간을 방해하고 있다고 답했다.(76.1%) 이외에 개인 학업(48.9%), 공동체(동아리 활동, 학회) 활동(25%)과 여가생활(25%)이 방해요인으로 기록됐다. 신성만 학생처장은 “학생들이 늦게 자는 핵심적 원인은 밤 11시 이후에 잡히는 팀 프로젝트 미팅이다”라며, “학생들은 팀 프로젝트 모임을 심야 시간보다 오전∙오후 시간이나, 이른 저녁에 잡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기숙사의 수면환경 개선의 목소리와 자치회의 노력
기숙사의 수면환경이 수면 부족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됐다. 질병과 건강 수업의 다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2.8% 학생들은 기숙사의 수면환경이 수면을 방해했다고 답했다. 주로 룸메이트와 생활 습관이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30%가 넘는 학생들은 기숙사 방의 소음이 매우 시끄러운 편이라고 답했다. 기숙사의 스탠드 불빛으로 취침에 방해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자치회의 설문조사에서도 수면환경 개선에 대한 학생들의 목소리가 담겼다. 지난 10월 6일 자치회는 ‘*4침묵시간 및 수면권에 대한 설문조사’를 교내정보사이트 히즈넷(HISNet)에 게시했다. 총 401여 명의 학생이 설문에 참여했다. ‘현재 침묵 시간 23시-05시에 침묵이 잘 지켜지고 있나’라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는 응답에 50명(12.5%), ‘그렇지 않다’는 응답에 158명(39.4%)이 답했다. ‘23시 이후 생활관 내 수면권이 잘 보장되고 있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응답에 44명(11%), ‘그렇지 않다’는 응답에 124명(30.9%)이 답했다.
제 22대 자치회 ‘다은’은 침묵 시간 출입 통제에 관한 수칙개정을 할 예정이다. 18-2학기에 제 21대 자치회 ‘나음’은 생활관 수칙 개정 사업을 진행해 외박 일수 조정과 무단외박 벌점 강화 등을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자치회 신송우 회장은 “지난 자치회가 이루지 못한 수칙개정에 대해 간사님과 자치회 국장들이 모여서 논의했다”라며, “학생들의 의견을 묻고자 앞서 언급한 설문조사를 했다”라고 말했다.
두 배 높은 우울증 유병률, 사후 처리는 어떻게 되고 있나
보아스메디컬 진료기록에 따르면, 수면장애와 함께 학생들의 높은 우울증 유병률도 문제로 지적된다. 17-2학기부터 19-1학기까지 고 원장은 *5PSQ-1 검사지로 총 138명에 이르는 ‘질병과 건강’ 수강생의 우울증 유병률을 조사했다. 그 결과 수강생의 유병률은 또래인 20대 유병률(10.1%)보다 두 배 높은 20%를 기록했다. 2018년 3월 1일~12월 31일 한동상담센터는 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320명의 재학생을 대상으로 *6BDI-2 우울 스크리닝 검사를 실시했다. 한동상담센터 내담자들은 평균 점수 21점(중상-moderate)을 기록했다. 이 중 82명의 학생(25%)은 29점이 넘는 severe등급에 속해, 심한 우울 증상을 호소했다.
한동상담센터는 두 가지 트랙으로 내담자를 지도한다. 우울증으로 방문한 내담자의 경우 앞서 제시된 BDI-2검사를 우선으로 시행하고, 자살 시도 여부를 평가한다. BDI-2 점수가 높고, 자살 시도 여부가 있거나 가능성이 클 때는 인근 병원에 함께 가서 우울증약 처방을 받도록 지도한다. BDI-2 점수가 높지 않거나, 자살 시도 여부가 없고, 가능성이 작을 때는 심리상담을 한다. 한동상담센터는 내담자의 학교생활이 어렵고, 학업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학생에게 휴학을 권한다. 심리적으로 힘든 중에도 학업 등 대학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는 그 심각도에 따라 심리상담, 병원 치료 등을 받도록 조치하고 있다. 한동상담센터 신성만 센터장은 “한동상담센터는 우울증을 전문적인 임상 과정으로 ‘치료’까지 해줄 수 있는 곳은 아니다”라며,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우울증약을 처방받는 전문적 치료를 받고 싶다면, 외부의 상담 기관, 상담 심리치료 센터, 정신과 등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동대학교와 가장 가까운 정신의료기관은 ‘인성병원’으로 E1 충전소 버스정류장 근처에 위치하며, 평일 오전 아홉 시 반부터 오후 여섯 시, 토요일 오전 아홉 시 반부터 오후 열두 시 사이에 접수할 수 있다.(054-247-0551)
*1침묵시간: 23:00~ 05:00, 생활관 입주자는 침묵시간 중 생활관 내의 소란을 일으킬 시 동장단, 소속 간사회에 제재를 받을 수 있음
*2보아스메디컬: 2017년 4월 한동대 복지동 3층에 설립된 병원
*3유병률: 일정기간 동안 한 인구 집단 내에서 어떤 질병에 걸려있는 환자의 수
*4일주기 리듬 수면장애: ▲지연성-늦게 잠들고 늦게 일어나는 증상 ▲아침 기상의 힘듦 ▲주간에 졸리고 피곤한 수면 부족 현상 등
*5PSQ-1: 총 9문항으로 구성된 우울증을 평가하는 도구다. ▲0-4점은 우울증이 아님 ▲5-9점은 가벼운 우울증 ▲10-19점은 중간 정도 우울증 ▲20-27점은 심한 우울증으로 평가
*6BDI-2점수: Beck 우울 설문지 기준 ▲0점~13점-normal ▲14점~19점-mild ▲20점~28점- moderate ▲29점~63점-sev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