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시절, 한창 수능을 준비할 때 난생처음으로 슬럼프가 찾아왔다. 이유 모를 우울감에 휩싸여 스스로를 어찌할 줄 모를 정도였다. 더는 이대로는 못 견디겠다고 생각한 때에, 한 친구가 내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괜찮아? 요즘 좀 힘들어 보이네”
 

그 친구는 나와 오랜 시간을 알고 지낸 친구도 아니었고, 깊은 마음을 나누었던 친구도 아니었다. 하지만 내게 건넨 괜찮냐는 말 한마디가 나의 우울함을 순식간에 씻어내 주었다. 아마도 내가 바라던 것은 누군가 나의 우울한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나 보다. 별일 없는 하루였음에도 불구하고 우울해지는 날이 있다.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지만 누군가의 위로를 필요로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괜찮아?’ 라는 말 한마디에 그날의 모든 우울함이 눈 녹듯 사라진다. 말의 힘이란 무엇일까?
 

사람들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가볍게 던진 말 한마디로 위로를 주기도 하지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얼마 전 모 연예인의 사고 소식을 접했다. 정확한 원인은 스스로만이 알겠지만 모두 사고 소식을 접하자 마자 무엇이 그를 힘들게 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대중들의 ‘악플’에 시달리는 연예인 중 한 명이었고, 우울증에 의한 사고였다고 추측한다. 그러자 대중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제야 그에게 좋은 말만 해준다. 그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이제는 어느 곳에도 없는데 말이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말은 커다란 힘을 가지고 있다. 세상에 좋은 말만 하면서 살아온 사람은 없다. 누구든 허점이 있는 법이고, 누구든 자신의 가치관에 맞지 않는 사람이 있는 법이다. 하지만 비판이 비난으로 바뀌는 순간 내가 내뱉은 말은 상대방에겐 폭력이 될 수 있다. 아무리 미운 사람이라도 비난 대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면 앞으로 그 사람과의 관계가 어떻게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수십번의 대화가 오고 간다. 수십번의 대화 속 상대방의 말 한마디에 나의 하루 기분이 결정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더 신중히 고민하고 말하려 한다. 세상에 의미 없는 말이란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말에는 그 속에 크고 작은 의미가 있다.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 온도를 높여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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