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난 69년간 남북이 분리된 상태로 지내왔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러한 분단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남북통일을 목표로 6.15 남북 공동선언, 남북 정상회담 등 다양한 실무협상을 진행했다.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이하 하나원)를 설립하는 등 북한 이탈 주민을 위한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대한민국 땅을 밟는 순간, 모든 새터민은 국가정보원 사람들을 통해 하나원에 입소하게 된다. 새터민들은 하나원에서 12주간 직업, 기술교육을 받으며 대한민국의 사회 시스템에 적응하는 훈련을 받는다.

 

 

새터민 A 씨, 국경선을 넘다

일러스트 김수아 기자 kimsa@hgupress.com

북한 김일성 종합대학 문학대학 창작학부를 나온 A 씨는 24살의 나이에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A 씨는 결혼 이후부터 약 15년간 나선직할시에서 남편과 함께 사업을 했다. 경제적인 여유가 생겼을 때, 주변 이웃들의 모함이 시작됐다. A 씨의 남편 사업이 대한민국에서 자본을 유치하고 있다는 모함이다. 이를 해명할 방법이 없던 A 씨의 남편은 총살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이에 A 씨의 남편은 전 재산을 남은 일가족의 탈북비용으로 사용했다.

A 씨는 나선직할시에서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탈북을 감행했다. 북한 땅을 벗어나기 전부터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브로커를 가장한 군인을 만나 브로커 비용보다 더 큰 돈을 주고 빠져나와야 했다. 또, 두만강 하류의 사구에 빠지기도 했다. 사구에 빠지면 모래와 함께 땅 밑으로 끝없이 빨려 들어간다. 주변의 도움 없이 스스로 탈출하기가 매우 어렵다. A 씨는 “북한을 벗어나기도 전에 죽는 줄 알았다”라며 “아이들이 잡아주지 않았다면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땅을 벗어나고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탈북자를 다시 북으로 환송하려는 중국과 러시아 국경지대의 공안을 피해야 했다. 두만강 인근은 탈북민이 많아 중국 공안의 감시가 항상 이루어지는 곳이다. 브로커와의 약속장소는 알고 있었지만, 북한에서의 일로 주변을 더 경계하고 사람들을 더 불신하게 됐다. 다행히 중국 국경 지역 선교사 L 씨의 도움으로 브로커를 만나 중국 내륙까지는 무사히 움직일 수 있었다.

사람은 333 법칙이 적용된다. 공기 없이 3분, 물 없이 3일, 음식 없이 3주면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 A 씨는 물 없이 3일을 넘기지 못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중국 내륙의 산악지역을 거치며 일주일 넘게 사람이 사는 마을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전에 지내던 마을에서 받은 음식과 물은 다 떨어졌고, 작은 계곡조차 발견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먹을 물이 없었다. 소변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A 씨의 가족은 지난 마을에서 알려준 방향대로 걷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해가 넘어갈 무렵, 산등성이 너머의 불빛이 올라오는 것을 봤다. 한 줄기의 빛이 아니었다. 산 너머는 마치 해가 지지 않은 것처럼 밝았다. 새로운 마을이었다. A 씨 가족은 모든 힘을 다해 그 마을로 달려갔다.
A 씨는 그곳에서 다른 탈북민들과 새로운 브로커를 만났다. A 씨 가족은 브로커와 함께 중국 남쪽의 국경지대를 지나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쳐 대한민국으로 들어갔다. A 씨는 “호찌민에서 비행기를 타고 이륙하는 순간,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라며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행복할 생각에 잠을 한숨도 잘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에서 A 씨의 일상

일러스트 김수아 기자 kimsa@hgupress.com

대한민국에서 A 씨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A 씨는 “사실 한국에 가야겠다는 생각만 했지 그 이후는 생각하지 못했다”라며 “막상 한국에 도착한 후,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하기만 했다”라고 말했다. A 씨는 바로 새터민 지원 기관인 하나원에 입소했다. A 씨는 하나원에서 대한민국의 자본주의 체제와 컴퓨터 자격증 등을 공부하며 대한민국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준비를 했다. A 씨는 12주간 하나원의 교육과정을 마친 후 5년간 국가에서 제공하는 정착자금과 국고보조금, 주거와 직장 등 다양한 혜택을 받았다.

문제는 하나원의 지원이 끊긴 순간 시작됐다. A 씨는 5년간 하나원에서 지원받은 주택 제공업체와 직장으로부터 계약을 연장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당장 길거리에 나앉을 수밖에 없는 상태였던 A 씨는 대한민국의 자본주의를 바라보며 적어도 잘 곳과 먹을 것이 있는 북한으로 돌아가야 할지를 고민했다. A 씨는 “사람 사이에 정이 없는 것 같다”라며 “돈이 사람보다 우선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때, A 씨는 베트남 대사관에서 만났던 한국인 공무원이 떠올랐다. A 씨는 그녀에게 연락해 자신의 처지를 설명했다. 이야기를 들은 공무원은 자신이 도울 수 있는 데까지 도와주겠다며 조금만 기다려 보라고 말했다. A 씨가 연락했던 공무원은 통일부에서 중고등 학생 대상 통일 교육을 직접 진행해 줄 새터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A 씨는 “하늘이 내려준 기회라고 생각했다”라며 “내가 탈북하면서 겪은 일들을 학생들과 나누고 싶어서 지원했다”라고 말했다. A 씨는 그 공무원에게 지원서를 받아 제출한 후, 결과를 기다렸다. 결과를 기다리면서도 A 씨는 꾸준히 직장을 알아봤다. 하지만, 본인도 모르게 나오는 북한의 말투와 언어로 인해 면접에서 탈락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A 씨는 “그때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다”라며 “하지만 내가 북에서 이곳에 오며 견딘 역경을 생각하며 버텼다”라고 말했다. 지원서를 제출한 지 약 2주 후, 통일부에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A 씨는 마침내 본인이 최종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대한민국의 평범한 일상을 다시 시작했다.

 

 

새터민도 국민입니다
탈북을 한 후, 월북을 고민하는 것은 A 씨만의 일이 아니다. 일례로, 2015년, Z 씨는 같은 동네의 Y 씨와 함께 대한민국 땅을 밟았다. 그러나 2016년, Z 씨와 Y 씨는 다시 월북했다. 이후, 북한 매체를 통해 Z 씨는 ‘남조선에서 지옥 같은 나날을 보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Z 씨는 2017년에 재탈북하여 대한민국에 오기를 희망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김성경 교수는 VOA 코리아의 인터뷰에서 “탈북민들이 재입북을 하는 이유로 경제적인 이유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라고 말했다.

한국 통일연구원의 조한범 박사는 VOA 코리아의 인터뷰에서 “일방적인 현금 지원이나 시혜성보다는 탈북자가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정착에 유리한 것, 예를 들면 취업 지원이라든지 자활 노력이라든지 이런 부분들과 정착 지원과 결합할 수 있도록 가야 한다”라며 “자기 주도적인, 자활 지향적인 그런 정착 지원 체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새터민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의 부정적인 태도 역시 월북의 이유 중 하나다. 새터민들은 북한식 억양이 나올 때마다 대한민국 국민의 따가운 시선에 눈치를 보게 된다. 통일학연구원 김석향 원장이 15세 이상 새터민 1천4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북한이탈주민 노동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자리를 찾을 때 가장 어려운 점에 26.8%가 ‘북한식 억양’을 꼽았다.

월북 외에도 해외로 망명을 떠나는 경우도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9년 7월 말까지 *해외 위장 망명이 확인된 탈북민의 수는 총 93명이다. 해외 위장 망명 사유로는 자녀 교육문제가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 경제적 문제, 사회 적응의 어려움이 뒤를 따랐다. 경향신문의 보도에서 여명학교 조명숙 교감은 “생존의 위험 앞에서 생긴 상처가 많은데 이를 도외시하고, 적응을 못 하면 바보처럼 보는 시선에 또다시 상처를 입는다”라며 “자녀들의 상처가 치유되지도 않았는데 또 다른 상처를 갖는 걸 보면서 부모들은 다시 새로운 출발을 생각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한동대의 새터민
정부의 새터민 정착지원 프로그램의 변경 필요성이 시사된 가운데 한동대는 새터민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있을까. 한동대에 재학 중인 새터민은 10여 명 정도다.

한동대는 새터민을 위해 한동교육개발원 주관으로 튜터링 프로그램과 학습 상담 서비스를, 평화통일연구소 주관으로 디딤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디딤돌 사업은 새터민을 위해 ▲영어 ▲전산 ▲교과목 ▲진로 코칭을 진행하며 한동대의 교육과정을 따라갈 수 있도록 기본적인 도움을 제공한다. 디딤돌 사업에 참여한 S 씨는 “디딤돌 사업 자체가 한동대학교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라며 “남북하나재단이 주최한 행사에서 학교를 소개할 때 새터민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디딤돌 사업을 소개한다”라고 말했다. 한동대에 재학 중인 새터민 H 씨는 “입학 기준이 다르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도 튜터링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된다”라며 “한동에서의 첫 시작에 대한 도움이 많다”라고 말했다.

H 씨는 “북한 정부와 북한 사람은 전혀 다른데 같이 보고 있다”라며 “북한 정부와 북한 사람들을 구별해 이해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해외 위장 망명: 국적을 속이고 타국에 망명을 하는 것. 국제난민법에서는 돌아갈 수 있는 국가가 있는 사람에게 원칙적으로 난민 대우를 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한민국 국적 취득 사실을 밝히지 않고, 북한국적으로 난민 신청을 하는 행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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