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과 8월 대학가에 수강신청 대란이 일어났다. 연세대는 1년 만에 글쓰기 분반 수가 83개에서 59개로 줄고, 선택교양 과목 수가 120개에서 41개로 축소됐다. 고려대의 경우 1년 만에 학부 전공과목이 74개, 교양과목은 161개 감소했다. 언론은 이 사태의 주범으로 강사법을 꼽았지만, 고려대 강사법공동대책위원회는 강사법 도입에 대응하는 대학의 태도가 문제였다고 말했다.

지난 8월 1일 강사법 개정안(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강사법은 한 대학 시간강사가 처지를 비관하며 목숨을 끊은 이후 시간강사들의 고용 안정성을 높이고자 도입됐다. 2011년 통과된 최초의 강사법은 대학과 강사 측 모두에게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네 차례나 시행이 유예됐다. 이에 2018년 8월 8일 대학∙강사 대표와 전문가로 구성된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는 기존 강사법에서 미비했던 책임시수 문제 등을 보완하여 개정했고, 이를 국회 본회의에 통과시켰다.

본지는 이번 강사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을 짚어보고, 강사법 시행 전후 전국 대학의 대응을 살펴봤다. 또한, 강사법 개정안이 한동대 시간강사에는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확인해봤다.

시간강사는 누구인가

대학정보공시 분류에서 교수는 특정 학교에 교원으로 소속되는 ‘전임교원’과 교원이 아닌 ‘비전임 교원’으로 나뉜다. 전임교원은 대학에서 전일제(Full Time)로 근무하는 교수를 말한다. 직급에 따라 ▲교수 ▲부교수 ▲조교수 ▲전임강사로 나뉜다. 비전임교원은 ▲겸임교원 ▲초빙교원 ▲시간강사 ▲기타 비전임 등으로 구분된다. 비전임교원은 학교에 연구실이 없거나 혹은 있더라도 매일 일정한 시간 근무할 의무를 지지 않는 교원을 뜻한다. 강사법 개정안은 이들 중 ‘시간강사’ 고용 안정화를 목표로 한다.

강사법 도입 이전에 시간강사는 고등교육법상 교원이 아니었다. 1977년 박정희 정권이 ‘전임강사’만을 교원으로 인정함으로써 시간강사는 법적 교원 지위를 박탈당했다. 이후 시간강사는 매 학기 15주의 계약을 맺는다. 16주차는 보강 주차이기에 급여가 제공되지 않는다.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그걸로 끝이다. 대학에서 연락이 오지 않으면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야 하는 일방적 통보 방식이다. 수도권 다섯 개 대학에서 강의를 맡아온 노광우 시간강사는 프레시안 칼럼에서 ‘매 학기 중간고사가 끝날 때가 되면 다음 학기 과목을 배정받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에 신경이 예민해졌다’고 말했다. 시간강사들의 임금은 시간당 강의료로 책정된다. 전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임순광 위원장은 ‘전임교원의 주당 최대 강의 시간 수인 9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사립대 시간강사 연봉은 1,350만 원’이며 ‘시간강사와 정교수의 임금 격차는 국립대는 5배, 사립대는 10배’라고 주장했다. 시간강사 대다수가 주당 6시간의 강의를 맡지 못하기에 강사들의 실제 생계유지는 더욱 힘들다.

 

강사도 이제 ‘교원’

강사법 개정안의 골자는 시간강사의 ‘교원 지위 회복’과 ‘고용보호 강화’다. 교원 지위 회복은 호봉제 등의 경제적 처우는 물론, 학사참정권, 수업 커리큘럼에 관한 결정권, 학문적 양심의 자유 등 교육자의 권한과 의미를 강사에게도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간강사의 고용보호는 1년 이상의 계약 기간 보장과 3년간 재임용 절차 보장 등으로 강화됐다. 적어도 3년 동안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재임용이 거부되더라도 전임교원들처럼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분’이라고 *소청심사를 청구해서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처럼 대학 측이 강사를 말도 없이 해고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여기에 방학 중 임금과 퇴직금지급이 추가됐다.(퇴직금지급은 1년 이상 근무 시에만 해당)

 

강사법의 역설

일러스트 오수현 기자 ohsuh@hgupress.com

강사법 개정안의 취지와 달리 시간강사의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전국 152개의 사립대학은 지난 7년간 지속해서 강사를 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1~2018년 7년간 시간강사 수는 22,397명(37.2%) 감소했다.(일러스트 1 참조) 전체 교원 중 시간강사 비율도 같은 기간 45.3%에서 29.9%로 15.4%p 감소했다. 대학들은 시간강사의 방학 중 임금, 퇴직금 등 여러 부대비용에 부담을 느낀다. 이에 따라 대학들이 대규모 시간강사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대학들은 시간강사가 맡던 수업을 명예교수, 초빙교원 그리고 기타교원으로 대체한다. 대학 입장에서 기타교원과 초빙교원은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기에 이들을 고용하는 것이 시간강사 고용보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비전임교원 중 기타교원은 2011~2018년 사이에 9,553명 증가했고, 초빙교원도 347명 증가했다.(일러스트 1 참조) 대학교육연구소 소속 김효은 연구원은 ‘이는 대학들이 시간강사를 해고하고, 일부를 기타교원, 초빙교원 등으로 전환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대학들은 강사법의 영향으로 줄어든 시간강사를 보충하기보다 강의 수를 줄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고려대에서 ‘시간강사 채용 극소화를 목표로 ▲과목 수 축소 ▲전임교원 수업 비중 증대 ▲졸업이수학점 축소 ▲분반 수 축소 ▲기존 수업 통폐합 및 온라인 강의 비중 강화’라는 내용의 문건이 유출됐다. 대학이 비공식적으로 시간강사를 줄이기 위해 강의 수를 줄이고, 대형강의와 전임교원 강의를 늘리려 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고려대 본부는 2018년 10월에도 각 학과에 개설과목 감축 등 강사법 대응책을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고려대 박만섭 교무처장은 ‘강사법이 시행되면 연 55억 정도가 추가로 들어간다’며 ‘정부가 재정지원을 하더라도 대학이 다시 부담을 떠안게 된다’고 대응책 마련 이유를 설명했다.

강의 수 감소는 학생 수업권에 영향을 준다. 전북의 한 국립대 학생 게시판에서 졸업 필수 과목을 5만 원에 사고파는 거래가 이뤄졌다. 강의가 줄자 학생들 사이에 수강 신청한 과목을 사고파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고학년생이 전공과목 일부가 폐강돼 1학년 수업의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다는 불평도 나온다. 이외에 재수강과목이 사라져 평균 학점을 높이지 못하거나 필수 전공 이수 학점을 채우지 못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강사법 연착륙은 비용 해결에서부터

강사법 개정안 시행으로 인상된 고용 비용 해결이 시급한 과제다. 국회, 교육부, 대학 당국의 미온한 대응으로 인상된 고용 비용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보도자료를 통해 ‘인상된 고용 비용은 국회, 교육부, 대학 당국 다 같이 부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회는 강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시간강사 관련 예산 마련을 등한시했다. 지난해 국회 교육위원회가 강사법 관련 예산을 550억 원 책정했으나, 최종 통과된 예산은 288억 원으로 줄었다. 지난 8월 2일 국회가 해고된 강사를 지원하는 ‘시간강사 연구지원사업’ 예산 280억 원을 추경예산으로 확보했지만 충분치 않다. 교육부는 방학 기간 임금을 학기 전∙후 각 1주씩 총 2주(연간 4주)로 규정해 본래 넉 달의 방학 급여를 한 달 분밖에 책정하지 않았다. 강사 채용 직접 당사자인 대학은 개정안 발표 후 추가적인 예산 지원이 없다면 강사 해고 사태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대학에 추가되는 부담은 원래 예산의 1%도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지만, 이 또한 작은 대학에는 큰 부담일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한동대 시간강사도 강사법 적용

일러스트 오수현 기자 ohsuh@hgupress.com

올해 5월 21일 열린 제2회 한동대학교 이사회회의록 *정관변경 내용을 보면 ‘고등교육법 개정으로 강사가 교원에 포함된다’는 문구를 넣음으로 강사의 ‘교원’ 지위를 인정하고 있다. 교무처 시간강사 담당 한나래 씨는 “강사법 개정안은 한동대 시간강사 고용에 지장을 주지 않았다”라며 “교육부 방침 대로 강사법 개정안에 맞는 대우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무처 권영광 씨는 강사법 개정안으로 인한 고용부담이 있느냐는 질문에 “학기 중 발생하는 비용은 강사법 개정안 영향이 크게 없다”라며 “시간강사의 방학급여 제공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내부회의가 끝나지 않은 상태”라고 답했다.

한동대학교는 최근 3년간 시간강사 수를 줄이고, 겸임∙초빙∙기타비전임 교원의 강의 담당 비율을 높이고 있다. 2016~2019년 사이 한동대학교 시간강사 수는 30명이 줄어 현재 60명이다.(일러스트 2 참조) 2017~2019년 시간강사의 강의 담당 비율은 4.5%p(12.5%) 감소했지만, 초빙교원과 기타 비전임교원 비율은 2년 사이 각각 6.4%p(15.3%), 4.1%p(7.7%) 증가했다. 2019년 4월 대학정보공시에 드러난 ‘전국 196개 대학’의 시간 강사 담당 강의 비율 감소와 다른 교원의 강의 비율 증가와 유사한 움직임이다.

*소청심사: 행정심판제도의 일종으로 공무원이 징계처분이나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분, 부작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 이를 심사하는 제도
*정관: 회사의 운영과 영업활동의 근본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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