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은 나에게 낯선 곳이었다. 오로지 한동만을 바라보며 자리하게 된 이곳에 대해 나는 너무나도 무지했지만 더 많은 것을 알아야겠다는 욕심도, 의지도 없었다.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던 1학기가 지나고, 길다면 길었던 여름방학 동안 게으름에 갇힌 나 자신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신문사에 들어왔다. 맛있는 음식과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이라는 주제는 매우 흥미로웠다. 하지만 그것이 ‘일’로써 다가왔을 때의 부담감은 나를 사로잡았고 포항에 대한 나의 무지함은 문화부 기자라는 직책의 무게를 더했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부딪히는 것이었다.

맛집 기사를 쓰기 위해서 포항 지역의 식당을 많이 검색했다. 하지만 사전 조사와 직접 취재는 확실히 다르다. 그 가게만의 분위기는 직접 보고 경험할 때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가 단순히 손님의 입장에서 방문했을 때는 알지 못할 그 가게만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이를 위해 사장님과의 인터뷰를 진행했고, 그 가운데 자신의 가게와 손님들에 대한 그들의 애정을 발견하며 웃음 지어지는 일이 많았다. 다만 오고 가는 대화 속에 포항의 상권이 예전에 비해 많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안타까운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 그 안에서도 그들은 저마다의 사연과 앞으로의 목표를 가지고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다. 나는 새로운 곳을 찾아가고 그 사회에서의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어렴풋이나마 포항을 경험하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유익한 정보를 알리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그 가운데 가장 많이 깨닫고 배우는 것은 나 자신임을 발견했다.

고등학교 시절을 되돌아보면 입시 준비를 핑계로 문화생활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 듯하다. 그래서 한동안 문학 작품과 영화를 보지 못했고, 그 작품들이 주는 감동을 느껴본 지도 가물가물한 시점이었다. 그런 나에게 ‘너는 나에게로 꽃이 되었다’(이하 너나꽃)이라는 인터뷰 면은 잊고 있었던 예전의 감정들을 다시금 불러일으켰다. 우리는 책을 읽으며, 그리고 영화를 보며 작품 안에서의 주인공을 비롯한 인물들의 삶을 경험한다. 단순히 재미를 느끼는 것으로 그칠 수 있지만 넓은 의미로 그 안에서 우리는 나와 다른 타인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너나꽃의 취지였다. 작품의 제작자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 귀 기울이고 그것을 오롯이 기사에 담아, 타인의 삶을 조망한다는 기사의 취지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각자의 삶에서 주어지는 문제들만으로도 벅차고 숨찬 우리들이지만 슬픔도 나눌 때 반이 되듯이, 동시에 서로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무섭도록 치열한 이 사회 속에서도 먼저 손 내밀 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문화부 기자라는 이름 아래 낯설었던 포항에 대해서도,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경험하며 날마다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우왕좌왕하면서도 조금씩 견뎌내는 법을 배우는 중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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