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에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흑돼지를 먹으러 갔는데 밥시간이 지난 때라 직원분이 고기를 직접 구워주셨다. 고기가 구워지는 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서울에서 5년 동안 구직도 하고, 일도 해보다가 도시에서 살기가 쉽지 않아서 최근에 제주도로 내려왔다고 했다. 도시로 상경한 사람은 많이 봤지만, 구직을 포기하고 삶의 여유를 찾아 '이도향촌'하는 사람은 실제로 처음 만나게 되었다. 고용한파가 불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되고 양질의 일자리를 갖기가 쉽지 않은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최근 정부정책 중에 최저임금 인상이 가장 뜨거운 감자이다. 경제학에서 개별기업의 임금이 오를 경우 고용을 줄이게 된다. 왜냐하면 다른 업체와 경쟁관계에 있어 가격을 인상하기에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반면, 개별기업과 달리 최저임금 인상의 경우에는 경제 전체의 모든 최저임금이 동시에 상승하므로 고용감소폭은 작게 나타난다. 왜냐하면 경제 내 모든 임금이 상승하므로 경쟁을 우려하지 않고 가격을 인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종 개별기업의 임금인상과 최저임금 인상을 혼동하는 데에서 최저임금을 둘러싼 오해가 비롯된다. 따라서,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일정한 범위 내에서는 가격구조가 변화하고 고용에 대한 영향은 작다.
그렇다면 최근에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악화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올해 최저임금은 전년대비 16.4% 올랐고, 내년에도 10.9%로 연속 두 자리 수 인상이 되고 있다. 2008년 이후로 매년 평균 6%대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높은 증가율이다. 보통 국내외 사례를 보면 완만한 최저임금 인상은 사업주가 고용을 줄이기보다 근로시간 단축, 수당삭감, 가격 인상 등으로 충격을 흡수한다. 하지만 빠른 최저임금 인상은 조정에 따른 비용을 급속히 증가시킨다. 이로 인해 최근에 많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이 임금부담을 느끼고 고용을 줄이고 있다. 또한, 폐업 위기까지 직면하고 있는데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음식점 10곳 문 열 때 9.2곳이 문을 닫고 있다.
현재 고용악화는 여러가지 문제로 인해 복합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자동화·기계화되면서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공장을 지어도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고, 기계로 대체되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제조업 근로자 1만 명 당 산업용 로봇 대수는 한국이 531대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일하고 싶어도 일할 자리를 찾지 못하고 공시족 등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다. 매번 국민의 세금으로 공공부문의 일자리만 늘릴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최저임금 인상이나 돈을 푸는 정책으로 고용을 접근한다면 고용악화가 계속될 것이다.
금융경제연구학회 홍시온 경영경제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