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가장 인류 문화에서 인기 있는 이야기 소재는 변신 모티프일 것이다. 그리스-로마 신들로부터 중세의 드라큘라나 프랑켄슈타인, 할리우드의 인어공주, 트랜스포머, 슈퍼맨, 동양의 손오공과 구미호, 우리나라의 웅녀와 박혁거세 등 수많은 변신 모티프가 설화나 소설과 영화에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변신 이야기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욕망을 환상 속에서 누릴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모두 현실에선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유사 변신 모티프에 의존한다. 이른바 짝퉁 변신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아마도 ‘코스프레’일 것이다. '코스튬 플레이(costume play)'를 일본식으로 줄여서 부르는 이 현상은, 일본은 물론 세계 여러 나라 젊은이들이 영화나 만화의 캐릭터 의상을 입고 일종의 파티를 여는 행태를 말한다. 우울하고 제한적인 현실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서 대리만족을 만끽한다. 이를 위해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여 의상을 마련하고 변신 수준의 화장과 헤어스타일을 갖추고 때론 성형수술까지 감행한다. 외형 중심적인 변신이 때론 정신적 변신으로 이어진다. 환상과 현실을 혼동하는 것이다. 슈퍼맨 흉내를 내다가 고층아파트에서 추락사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나, 환상 속에 정체성 혼란으로 광기와 편집증에 빠져 과대망상이나 피해망상 증세 속에서 비극적 종말로 인생을 마감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이런 코스프레 문화가 종교계에 침투하면 최악이다. 어떤 의미에서 종교집단에서 오히려 광범위하고 깊숙이 이뤄져 왔는지도 모른다. 지하철 독가스 테러를 저지른 옴진리교나, 잘못된 종말론의 다미선교회나 지금도 곳곳에 스스로 하나님, 예수님, 심지어 하나님 어머니라고 칭하는 사이비 종교 집단 교주들이 할거하고 있다. 비단 이단이 아니더라도, 궤변을 늘어놓으며 예수 코스프레로 교회의 머리가 되어 권력과 재력과 인사권을 휘두르는 (중)대형교회 목사들을 오늘날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기독교 공동체 내에서도 리더 급 되는 신자들이 ‘왕 같은 제사장’ 코스프레를 통해 공동체를 패거리로 만드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 무늬만 목사요, 신자인 것이다. 죄의 고백과 이웃사랑의 교훈과 예수님의 십자가의 고난은 생략하고 보좌에 앉으신 그분의 영광만 탐하는 짝퉁 교인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동의 ‘배워서 남 주자’는 슬로건이나 ‘Why Not Change the World!’가 거룩한 제사장 코스프레가 아닌 복음으로 섬기는 리더십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종과 청지기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변화의 중심은 우리 안에 계신 성령님이시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가 먼저 죄를 고백하여 거룩해야 한다. 침례 요한이나 예수님의 처음 외치는 소리는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다!”라는 경고였다. 죄의 고백과 회심 없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회심이야말로 진정한 변신의 시작인 것이다. 회심 없인 교회가 교회답게, 성도가 성도답게, 학생이 학생답게, 교수가 교수답게 될 수 없다.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신 하여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바로 한동 교육의 본질이 아닐까.   

 
주간 국제어문학부 허명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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