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동교

언론정보 12

그야말로 빠르고 각박하게 돌아가는 세상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상을 재빨리 인지하기 위해 대중들은 뉴스를 본다. 그런데 요즘, 지하철 속을 들여다보면 재밌는 풍경이 보인다. 사람들이 하나같이 다들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진 것. 물론 스마트폰으로 뉴스만 접하는 건 아니다. 게임도 하고, 음악도 듣는다. 하지만 카드뉴스를 비롯한 온라인 뉴스의 비중이 대중들 사이에서 점점 높아지고 있는 건 명징해 보인다.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신문을 정독하는 건 사치일지도 모른다. 언제부턴가 지하철 천장 선반에 놓여있는 구겨진 신문이 보이지 않는다.

좀 유아적인 비유일지도 모르겠으나, 무언가를 담는 그릇은 늘 그 시대적 상황,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신석기 시대의 빗살무늬 토기에서 현대의 스테인리스 접시가 되었듯, 문화 콘텐츠를 담는 그릇(플랫폼)도 마찬가지이다. 음악에 한정 지어도, LP(Longplay)와 CD를 거쳐 현재 온라인 스트리밍의 시대에 다다랐다. 이러한 변화는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것이며 결코 옳고 그름을 가르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다만 소위 말하는 뉴미디어가 올드미디어를 완전히 대체하는 대체재로서 기능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하고 싶다. 그 둘의 특성과 장단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뉴미디어와 올드미디어의 차이점을 크게 세 가지 정도로 구분하고 싶은데, 첫째는 정보의 특성 둘째는 커뮤니케이션의 방식 그리고 마지막으로 매체의 물질성이다. 이 세 가지 구분은 맞물리며 서로 영향을 미친다.

우선 정보의 특성이다. 대표적 올드미디어인 프린트 미디어 즉 책과 신문을 생각해 보자. 신문의 섹션별 구성, 전반적 흐름은 독자로 하여금 신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도록 권유한다. 정 시간이 없다면 특정 기사를 취사선택할 수 있지만 말이다. 책도 매한가지. 책은 페이지들 간의 선형적, 직선적 연결성을 지닌다. 그래서 담고 있는 여러 정보들 간의 유기성을 담보한다. 반면, 온라인 뉴스는 하이퍼텍스트의 특성을 지닌다. 사람들은 굳이 A에서 B로 갈 필요 없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C 혹은 X의 콘텐츠를 택할 수 있다. 시간의 효율성, 본인의 관심과 기호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다. 다만 이렇게 인터넷의 글과 기사를 통해 정보를 획득할 경우, 그것들의 파편성으로 인해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고, 통찰력을 기르기가 어렵다.

다음은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이다. 완전히 동치 관계는 아니지만 올드미디어를 매스미디어라는 용어로 치환할 수 있을 것이다. 매스미디어의 대표적 특징은 일방향적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다. 이는 대중에게 특정 사상을 호도하고, 세뇌한다는 이류 호르크하이머, 아도르노 등의 프랑크푸르트학파에 의해 부정적 뉘앙스로 비판받기도 하였다. 반면 뉴미디어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쌍방향적 커뮤니케이션이다. 이를 통해 대중은 사회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게 된다. 이는 단순히 의사 표출의 확보를 넘어서 대중과 공권력의 관계에 있어서도 큰 변화를 나타내어 매우 유의미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매체의 물질성이다. 미디어를 이야기하는 데 있어서 뚱딴지같이 무슨 물질성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정성스럽게 LP의 커버를 닦고 애지중지 아끼며 음악을 듣는 이와, 버튼 한 번을 눌러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 이의 매체에 대한 애정과 태도는 분명 다르다. 책과 신문의 종이의 질감, 라디오의 음성도 이 물질성의 항목에 해당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매체의 특성에 그치는 게 아니라, 매체에 담긴 콘텐츠에도 영향을 준다. 미디어 이론가 마셜 맥루언이 ‘미디어는 메시지이다.’라고 했듯이, 매체가 다르면 메시지가 달라지고, 수용자가 세계를 인지하는 방식 또한 달라지는 것이다.

두 번째 문단에서 언급했듯이, 올드미디어에서 뉴미디어로 전환되는 과정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 현상을 억지로 막을 필요는 없다. 다만 대체가 아닌, 공존을 모색해 보는 건 어떨까? 앞서 밝힌 세 가지의 차이처럼 그 둘은 비슷하면서도 매우 다르기에. 그리고 그 공존은 비록 점유율의 차이는 있겠으나, 자생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최근 LP 시장이 활성화되고, 라디오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찾는 이들이 다시금 많아진 것처럼 말이다.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의 조화로운 공존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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