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대학가를 ‘초긴장’ 시킨 대학기본역량진단 2단계 결과가 발표됐다. 어느 정도 예상이 되어있던 결과였지만 대학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이번 진단에서 좋지 못한 결과를 받은 조선대학교는 강동완 총장을 비롯해 보직교수 전원이 사퇴하기로 했다. 반면 1단계 진단에서는 낮은 등급을 받았지만 2단계 진단에서 극적인 반전을 이루어낸 배재대학교·우송대학교·영산대학교는 각종 보도를 발표하며 이번 진단 결과에 만족해했다.

대학기본역량진단은 무엇일까?

대학기본역량진단은 대학의 미래경쟁력 확보와 대학 체질 개선을 위한 방안이다. 대학기본역량진단은 정부 주도로 대학의 정원감축과 대학교육의 질 개선을 목표로 한다. 2000년대 들어 출생자 수가 급감함에 따라 대학의 대량 미충원 사태에 대한 우려가 생겨났다. 이에 정부는 대량 미충원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2015년에 실시된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대학 입학정원 5만 6천 명가량을 감축했고 이번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도 5만 명을 추가로 감축할 예정이다. 정부는 대학기본역량진단을 통해 세계대학들과 비교해 낮은 수준인 대학교육의 질을 개선하고자 한다. 영국의 대학평가기관인 타임즈고등교육에서 발표한 ‘2017 THE 세계대학평가’에서 우리나라 대학들은 500위권 안에 11개교만 포함됐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학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서울대가 74위 일 정도로 세계대학들과 비교해 부진한 평가를 받았다. 이에 2018년에 발표된 ‘대학 재정지원사업 개편계획’에서 교육부는 국가 경제력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대학교육 질을 지적하며, 대학기본역량진단과 연계한 재정지원을 통해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학기본역량진단은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 이은 2주기 방안이고 2021년에 3주기 진단이 다시 실시된다.

대학기본역량진단 방법과 진단 결과가 대학에 미치는 영향

대학기본역량진단은 1단계 진단과 2단계 진단으로 이뤄져 있다. 대학들은 1단계 진단에서 ▲발전 계획 및 성과 ▲교육 여건 및 대학운영의 건전성 ▲수업 및 교육과정 운영 ▲학생 지원 ▲교육 성과 부분을 진단받는다. 대학이 1단계 진단에서 적정수준 이상의 점수를 받게 되면 예비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된다. 예비 자율개선대학은 2단계 진단을 받지 않고 부정·비리 관련 조사에서 문제가 없으면 그대로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된다. 반면, 1단계에서 예비 자율개선대학 선정이 되지 못한 대학들은 2단계 진단에서 ▲전공 및 교양 교육과정 ▲지역사회 협력·기여 ▲ 대학운영의 건전성 부분을 추가로 진단받는다. 예비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이 되지 못한 대학들은 2단계 진단에서 추가로 진단한 부분과 1단계 진단 결과를 합산해 역량강화대학과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구분된다. 2단계 진단 후 높은 점수를 받은 일부 대학만이 자율개선대학으로 상향 조정을 검토받는다.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에 따라 대학별로 정원감축 및 정부 재정지원 여부는 달라진다.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이 되면 해당 대학은 정원감축을 권고받지 않고 연간 30억~90억 원 내외의 일반재정지원사업을 지원받을 수 있다.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되지 못한 역량강화대학과 재정지원제한대학은 향후 3년간 정원 2만 명 감축을 권고받고 재정지원과 국가장학금, 학자금대출이 제한된다. 한편, 정부는 역량강화대학과 재정지원제한대학에게 진단 결과에 따른 분석 자료와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해 대학의 질 개선에 도움을 줄 예정이다.

▲ 그래픽 옥녹현 일러스트 기자 oknh@hgupress.com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수정·보완한 대학기본역량진단 

대학기본역량진단은 대학구조개혁평가의 ▲등급 구분 방식 ▲평가 지역 단위 ▲재정지원 연계 여부 등을 수정·보완된 형태로 진행됐다. 대학구조개혁평가의 등급 구분 방식은 정부가 대학들을 서열화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는 전국 대학을 평가 점수순으로 나열해 A등급부터 E등급까지 5등급으로 세세하게 나누어 평가했기 때문이다. 또한, 대학구조개혁평가는 평가 지역을 따로 구분하지 않았다. 전국단위로 평가를 하다보니 지방에 위치한 대학은 수도권에 위치한 대학과의 수준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결국,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감축한 대학정원 중 85%가 지방에 위치한 대학의 몫이었다. 대학구조개혁평가는 대학의 질 개선을 위한 재정지원 방안이 없었다. 교육부가 제작한 2018년 대학기본역량진단 편람 설명회 자료집에 따르면 ‘대학구조개혁평가가 재정지원이 연계되어있지 않아서 대학의 발전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라고 평가했다.
대학기본역량진단은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허점으로 지적됐던 방식을 보완했다. 대학을 자율개선대학, 역량강화대학, 재정지원제한대학 3등급으로 간소화하여 서열화가 조장되지 않게 개선했다. 또한, 전국의 대학들을 나열해 평가하는 방식도 수정했다. 기존에는 전국 대학들을 점수순으로 나열했지만,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는 50%를 권역별로 선발하고 선발되지 못한 대학들끼리 점수순으로 나열해 10%를 추가로 선발하는 방식으로 바꼈다. 전국을 수도권, 충청권, 부산·울산·경남권, 대구·경북·강원권, 호남·제주권으로 나눠 해당 권역별로 최소 50%는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될 수 있게끔 방식을 수정했다. 권역별로 최대한으로 감축할 수 있는 대학정원 하한선을 신설해 특정 지역의 인원 감축이 지나치게 편중되지 않도록 했다. 대학기본역량진단은 대학의 질 향상을 위한 재정지원과도 직접 연계된다.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는 자율개선대학과 일부 역량강화대학에게 대학역량 강화로 지원됐던 5개 사업을 통합한 일반재정을 지원하도록 변경됐다. 한편, 대학기본역량진단의 평가지표도 수정됐다.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는 없었던 ▲법인 책무성 ▲구성원 참여·소통 ▲지역사회 협력·기여 등의 지표가 신설됐다. 그뿐만 아니라 기존 지표의 배점도 바뀌었다. 기존에 존재했던 평가지표 중 ▲전임교원 확보율 ▲취업창업지원 ▲신입생·재학생 충원 등은 배점이 늘고 ▲특성화계획 ▲교사확보율 ▲강의규모 적절성 및 수업관리 ▲취업률 등은 배점이 줄었다.

여전히 존재하는 대학기본역량진단의 한계점

대학기본역량진단은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지적됐던 문제점들을 완전히 보완하지 못했다. 지난 23일 발표된 대학역량진단 진단 결과에서 지방에 위치한 대학과 대도시에 위치한 대학의 격차는 여전히 존재했다. 권역별로 보면 수도권 권역에서 70.4%가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됐다. 반면 다른 권역에 비해 인구가 적은 호남·제주권역에서는 50%의 선정률을 보였다. 권역별 안에서도 차이는 나타난다. 부산·울산·경남권역을 보면 경남보다 상대적으로 도시인 부산과 울산은 각각 83.3%와 100%로 높은 선정률을 보였다. 반면 경남의 경우는 40%만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됐다. 대구·경북·강원권역에서도 대구와 경북은 각각 100%와 61.1%로 높은 선정률을 보인 반면, 강원의 경우는 37.5%로 상대적으로 낮은 선정률을 보였다.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지적됐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권역별 평가 방식을 도입했지만, 여전히 수도권과 대도시에 위치한 대학들은 높은 평가를 받고 지방에 위치한 대학들은 낮은 평가를 받았다.

▲ 그래픽 옥녹현 일러스트 기자 oknh@hgupress.com

정원감축 대부분을 지방에 위치한 대학이 책임지고 있다는 지적도 여전히 존재한다. 정부는 대학기본역량진단의 감축 목표인 5만 명 중 2만 명을 역량강화대학과 재정지원제한대학에게 권고하여 감축하고 나머지 3만 명을 학생 선택에 맡겨 감축할 계획이다. 즉, 학생 선택을 받지 못한 대학들이 대학 스스로 감축하는 방식으로 3만 명을 감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의 감축은 지방에 위치한 대학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2017년 기준 지방에 위치한 대학 입시 경쟁률은 평균 6.6대 1이었다. 반면 수도권에 위치한 대학은 13.2대 1로 상당한 차이를 보여준다. 또한,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지방에 위치한 대학의 정원이 10%가량 감축됐음에도 지방에 위치한 대학 신입생 충원율은 98.3%로 수도권에 위치한 대학의 충원율 99.3%에 미치지 못한다. 이처럼 수도권에 위치한 대학의 선호도가 지방에 위치한 대학의 선호도에 비해 절대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학생 선택으로 인한 3만 명 감축은 대부분 지방대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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