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북구 육거리를 지나는 길 한쪽에 '꿈틀로' 간판이 세워져 있다. 간판에는 꿈틀로에 입주한 작가들과 갤러리 이름이 채워져 있었다. 포항시는 2016년 6월 포항 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를 포항 북구 중앙파출소 일대에 조성했다. 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로 조성된 이곳에 회화, 공예, 도예, 음악 등의 예술가들이 둥지를 틀었다. 쇠퇴해가는 중앙로 일대에 문화예술 컨텐츠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꿈틀로에 입주한 문화예술인들은 시민들에게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포항 북구 중앙로에 문화예술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꿈틀로를 찾아가 직접 체험해 봤다.

도시에서 문화가 꿈튼다

포항의 도심으로 기능하던 중앙동은 도시가 변화하면서 쇠퇴하기 시작했다. 포항 북구에 위치한 포항시청은 남구로 이전했으며, 육거리에 있던 구포항 역이 철거됐다. 또한, 이동과 양덕동 등 부도심 발달로 중앙동을 찾는 인구는 점차 줄어들었다. 이에 중앙동의 입주민들이 다른 도시로 빠져나가고 빈 점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과거 중앙파출소 일대는 문화, 상권의 중심지로 많은 사람이 찾던 도시였다. 꿈틀로를 주관한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예총) 포항지회의 관계자는 “중앙파출소 일대는 고전음악 감상실, 북카페, 예술인 아틀리에 등 문화예술의 거리였어요”라고 말했다.
쇠퇴해가고 있는 중앙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포항시는 2016년 6월 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를 조성했다. 포항시는 회화, 공예, 공연 등 21분야의 예술가들을 꿈틀로에 불러모았다. 꿈틀로에 소속된 예술가들은 포항시로부터 공방, 월세, 사업 및 교육을 지원받는다. 꿈틀로에 입주한 작가들은 시민들에게 다양한 문화체험 행사를 제공하고 자기만의 상품 또한 제작 판매할 수 있다. 한국예총 포항지회의 관계자는 “도시의 품격이 높아지려면 문화적 수준이 높아져야 해요”라며 “도시재생에서 문화는 선택의 요소가 아니라 필수요소예요”라고 말했다.

꿈틀로에 위치한 도예 작업실. 작가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꿈틀로가 불러온 바람

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는 예술가들이 활동하는 공간이자 시민들이 다양한 문화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꿈틀로 곳곳에 도예, 푸드 카빙, 금속공예 등 예술가들의 작업실과 사진, 회화 작가들의 *아틀리에와 갤러리가 위치한다. 시민들은 거리를 걸으며 예술가들이 작업실에서 작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꿈틀로 곳곳에 위치한 갤러리와 아틀리에에서 시민들은 예술가들이 전시한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꿈틀로에서 시민들은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체험할 수 있다. 유치원생부터 노인까지 도예, 푸드 카빙, 목공예 등의 문화예술을 체험하기 위해 꿈틀로를 찾았다. 시민들은 도예 카페에서 직접 도자기를 만들어보거나 극단에서 1일 배우 체험할 기회를 가진다. 체험 활동을 원하는 사람은 꿈틀로 홈페이지에서 작가들과 사전 연락을 통해 체험 일정을 잡을 수 있다. 또한, 꿈틀로는 새로운 작가들을 모집해 색다른 문화예술체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오 작가는 “이곳이 문화예술창작지구이다 보니 문화도 가능해요”라며 “쏘잉이라는 바느질부터, 꽃을 말려 작품을 만드는 압화 그리고 짚으로 바구니, 멍석 등을 만드는 짚풀공예 하는 분들도 들어올 예정이에요”라고 말했다.

건물 외벽에 샤워기 조형과 벽화가 접목된 작품이 시선을 끈다.

꿈틀로가 조성된 이후로 중앙동 일대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 빈 점포에 상인들이 입주하고 거리 곳곳에 만들어진 작품 덕분에 사람들이 중앙동을 찾기 시작했다. 오 작가는 “처음 여기 올 때만 해도 사람도 없고 빈 점포도 매우 많았어요. 그런데 꿈틀로가 들어오고 나서 점포가 채워지고 사람들도 제법 다니기 시작해요”라고 말했다.

예술이 시작되는 길

차들이 달리는 도롯가에 꿈틀로 간판이 세워져 있다. 눈을 돌려 골목 안을 들여다 보니 삭막한 도시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골목에 들어서자 바닥에 그려진 화려한 꽃 그림들이 길을 안내해주었다. 꽃 그림들이 모이는 가장 중심에 있는 그림은 ‘연오랑세오녀’다. 꿈틀로 팀장 서종숙 작가는 “포항의 대표 설화인 연오랑과 세오녀 그림에는 꿈틀로가 포항의 중심이 되기를 바라는 예술가들의 소망이 담겨 있다”라고 말했다.
그림을 따라 들어간 거리에는 예술심리치료, 밴드, 공예, 식품조각 등 다양한 작업실들이 자리 잡고 있다. 오선지 위에 걸린 음표 모양을 형상화해 밴드 이름을 꾸며놓은 ‘포항 직장인 밴드’ 작업실의 간판처럼 다른 작업실들의 간판에서도 저마다의 특성이 드러난다. 그냥 길가에 놓여져 있는 타이어, 전봇대, 주차 블록 하나에도, 심지어 쓰레기통에마저 알록달록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어 꿈틀로 거리와 조화를 이룬다. 또한 빈 벽 곳곳을 채우고 있는 그림들과 시는 꿈틀로 거리에 예술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벽을 타고 올라가는 사람 형상의 조형물 ‘클라이머’도 눈길을 끈다. 서 작가는 “클라이머는 예술적 분위기를 더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각자 다른 작업실들과 예술작품들이 문화예술이라는 하나의 틀 속에서 꿈틀로 거리에 생기를 더하고 있다. 조금씩 문화예술의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는 꿈틀로를 밤낮으로 대한민국 제 1호 부엉이 파출소가 지켜주고 있다. 시민들 곁에 있는 부엉이 파출소는 ‘여러분이 모두 잠든 한밤 중에도 우리는 깨어있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꿈틀로 건물 한쪽 벽면에 설치된 ‘클라이머’. 김소리 사진기자

 

범죄예방 디자인을 통해 친근감 넘치는 파출소로 변신한 중앙파출소. 김소리 사진기자

포항에서 꽃핀 작가

꽃길이 그려져 있는 거리를 지나 연오랑세오녀가 새겨진 도로 근처 오연록 작가의 공방을 찾아갔다. 오 작가는 도예, 금속공예를 담당하는 작가들과 함께 공방을 공유하고 있었다. 오 작가는 2016년 처음 꿈틀로가 조성될 당시 예술인으로 지원해 이곳에 자리 잡았다. 오 작가는 “매월 지원을 해준다고 하고 작가들과 함께 모여있는 공간이 될 것 같아서 지원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오 작가는 일상 속 음식을 더 돋보이게 조각하거나 꾸며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푸드 카빙’을 가르치고 있다. 오 작가는 “처음에 푸드 카빙이 뭔지 모르시다가 오감을 이용해 음식을 만들다 보면 되게 재밌어해요”라며 “자연물들이 색도 이쁘고 촉감도 좋아 만족도가 높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카빙 체험 활동을 하기 위해 김소예(16 포항시 해도동) 양이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직업체험 활동을 하기 위해 오게 된 김 양은 포항에 지내면서 이런 체험공간이 있는 것을 몰랐다고 말했다. 김 양은 “미리 체험을 해보고 미래 직업을 선택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라며 “엄마를 데려와서 같이 해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오작가를 따라 오렌지 볼을 만들고 있다. 김소리 사진기자

오 작가에게 꿈틀로는 카빙의 대중화를 꿈꿀 수 있는 곳이자 사람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장소이다. 오 작가는 “카빙이 생소하잖아요. 카빙이 새로운 예술적인 분야에서 무한하게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라며 “카빙이 예술 분야에 한자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쇠퇴해가는 도시에서 예술가의 역할은 무엇일까. 오 작가는 “어떤 사명감으로 하기보다 자기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도시 활성화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라며 “일상 속에서 자연히 예술로 물들여가는 그런 곳이 됐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쉽게 체험하고 접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공간으로”라고 말했다.

푸드 카빙 1일 체험

꿈틀로에서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예술체험 활동 중 생소하지만 재밌어 보이는 푸드 카빙을 직접 체험해봤다. 본격적으로 카빙 체험에 앞서 깨끗이 손을 씻었다. 깨끗한 손과 음식 그리고 조각칼만 있으면 카빙 할 준비는 완료다. 앞이 묘하게 구부러진 조각칼을 받았을 때 어떤 체험을 할지 기대되기 시작했다. 푸드 카빙으로 만들 작품은 ‘오렌지 볼’이다. 오렌지를 잘라 그릇으로 만들고 파낸 속을 가지런히 오렌지에 담으면 완성이다. 오 작가를 따라 오렌지를 자르고 속을 파냈다. 능숙한 솜씨로 오렌지를 자르고 파내는 오 작가와 다르게 오렌지 속을 파낼 때마다 먹는 부분마저 다 엉망으로 만들고 말았다. 평소에 칼을 쓰거나 과일 속을 파낸 경험이 많지 않은데 카빙을 하면서 칼로 싹둑 썰어내는 느낌, 조각칼로 과일 속을 살살 파내는 느낌이 신선했다. 오렌지를 자를 때 곳곳에 터지는 즙을 닦고 오렌지를 이리저리 만지면서 체험하는 사람들 입가에 절로 미소가 띠었다. 완성된 오렌지 볼을 가지런히 두고 시작된 시식시간, 체험자가 직접 만들 뿐만 아니라 음미할 수 있는 것이 카빙의 가장 큰 재미다. 썼던 칼을 닦고 과일 껍질들을 한곳에 모으며 서로의 소감을 공유하며 체험을 마무리했다.

오작가를 따라 오렌지 볼을 만들고 있다. 김소리 사진기자
도예, 금속 공예, 푸드 카빙의 작가들이 공유하는 공방.

꿈틀로가 조성된 지 2년이 지났다. 시민들은 꿈틀로에서 예술가와 교류하며 새로운 추억을 쌓았다. 꿈틀로가 계속해서 문화예술창작지구로 남기 위해서는 시민과 예술가의 지속적인 교류가 필요하다. 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김주일 교수는 “핵심은 꿈틀로라는 거리가 아니라 거기서 이뤄질 예술가들의 활동과 그들의 커뮤니티라고 생각해요”라며 “향후 정부 지원사업이 없어도 시민의 힘으로 살아남는 문화집단이 됐으면 해요”라고 말했다. 꿈틀로는 오늘도 사람들의 발걸음과 손길을 기다리며 마을에 활기가 가득 차길 기다리고 있다.

*아틀리에: 사진관의 촬영실
  <사진제공> 사진제공 한동디자인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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