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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의 무게
윤예은 편집국장  |  yoonye@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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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29  23: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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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지로 만들어진 8면짜리 신문이 무거울 리가 없다. 그럼에도 단 한 번도 이 지면이 가볍다고 느껴본 적은 없었다. 지면은 매호마다 못 견디게 무거웠다. 그 무게에 짓눌려 기자들은 밤을 새워 기사를 썼다. 학생의 소중한 교비로 만들어지는 신문에 더 나은 기사를 싣기 위해서 오늘도 새벽까지 신문사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이번 호도 여러 무거운 주제들을 기사에 담아 가지고 왔다.
8면짜리 지면이 이렇게 무거울 진데, 학생을 대표하는 자리가 가벼울 리 만무하다. 학생대표를 뽑는 투표용지는 8면짜리 지면보다도 가벼울 테지만, 그 한 장 한 장이 모여 만들어진 대표 자리가 얼마나 무거울지 가늠하기 어렵다. 한동신문은 언론으로서 그들이 그 무게를 잘 감당해내고 있는가를 지켜보아야 한다. 그들이 학생을 대표하는 자리의 무게를 알고 있다고 믿고 싶지만, 이번 호를 발행하며 그들이 자신의 자리에 대한 무게를 느끼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자치회장은 1월 9일 생활관 운영위원회에 참석했지만, 방학 중 생활관비가 만 원으로 인상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학생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자치회장은 생활관 운영위원회에서 모든 안건을 꼼꼼히 검토하고, 이를 학생 사회에 알려야 했다. 자치회는 ‘방학 때 필수적으로 살아야 하는 자치회 역시 방학 중 생활관비 인상이 당황스럽다’고 말했지만, 그 인상안을 자치회장이 직접 의결했다는 사실에 우리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자치회는 당선되기 전 ‘학생기구로서의 자치회’가 되겠다며 소통국을 신설을 약속한 바 있다. 자치회가 당선된 지도 한 학기가 다 지났다. 그러나 학생과 자치회, 생활관운영팀 간의 소통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자치회는 당선 당시 약속했던 ‘학생기구로서의 자치회’의 무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회칙은 각 학생대표기구가 절차에 따라 맡은 책임을 다하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칙이다. 회칙은 각 학생기구가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각 기구들이 공정하고 원활하게 운영되기 위해 회칙이 존재한다. 총학과 평의회는 편의에 따라 회칙의 준수를 취사선택했다. 운영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는 총학생회장은 부결된 안건의 재상정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회칙에 명시된 운영위원회 2/3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 없이 부결된 안건이 운영위원회에 상정됐고, 총학생회 집행부 예산안은 승인됐다.
평의회는 상황에 따라 회칙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평의회 회칙에 명시된 정기회의 소집 횟수와 팀장활동지원비 지급 기준이 평의회 정기 회의를 통해 의결됐다. 평의회가 팀장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기회의 소집 횟수를 줄인 만큼 평의회에서 다룰 수 있는 여러 안건들은 논의될 기회를 잃었다. 평의회는 ‘총학생회의 최고 여론 수렴 기구’라는 평의회의 무게를 스스로 덜었다. ‘편의상’, ‘사정상’, ‘부득이하게’라는 말로 회칙이 지켜지지 않을 때 회칙은 무게를 잃고, 회칙에 명시된 권리와 책임도 점차 가벼워진다. 나는 회칙에 명시된 총학생회 회원의 권리가 더 가벼워지기 전에 회칙의 무게가 다시 회복되기를 바란다.
인생의 무게가 무거울 때, 그 무게에 짓눌려 인생에 대한 회의가 밀려올 때, 사람마다 각자 나름대로 극복하는 방법이 있다. 내 경우에는 시다. 오늘도 정호승 시인의 시집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를 의지해 신문사 한 켠을 지킬 수 있었다. 지면의 무게를 감당했던 시간들은 매 순간 과분했다. 나는 대학을 떠나지만 한동신문은 독자의 곁에서 지면의 무게를 계속 감당해 나갈 것이다. “오늘의 진실을 말할 수 있고, 내일의 진리를 노래할 수 있을 때까지(정호승, 오늘의 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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