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가 변명이 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변명이 정당한 이유가 되는 것도 한순간이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면 된다. 절대로 나쁜 의도가 아니라는 점과 모두가 나를 이해해줄 수 있다는 희망까지 더해지면 더 이상 변명은 부끄럽지 않다. 회칙을 무시해도 괜찮고 회칙을 마음대로 해석하는 것도 괜찮다. 행정 절차를 가볍게 생략해도 좋고 학생들의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좋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이 어떠하든 이제 상관없다. 결과가 나쁘지 않다면 잘못이 생긴들 그 누구도 따지지 않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신들은 얼만큼의 잘못과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는가. 현재 학생대표기구들은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고 일을 속히 해결하고 있다. 학생대표기구들이 모여 예결산안을 승인하는 지난 5차와 6차 운영위원회에서도, 학생대표들은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으며 아무도 이를 제대로 지적하지 않고 넘어갔다. 당시 총학생회 집행부는 미완성된 예산안을 갖고 와서는 일을 빨리 진행해야 한다며 운영위 위원들에 가결을 간절히 요청했다. 또한, 총학생회장은 집행부 예산이 부결되자, 재적 위원 2/3 명의 동의를 제대로 구하지 않고 예산안 심의를 거치지 않은 채, 바로 다음 날 부결된 예산안을 긴급 상정했다. 학생들을 위해서라는 목적 앞에 행정 절차를 밟지 않은 잘못과 그에 대한 책임은 없어졌다. 회칙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하는 그들의 변명에는 부끄러움 이 묻어있지 않았다.
평의회도 마찬가지다. 평의회 회칙을 무시했고 회칙을 개정하지 않은 채 완화된 기준을 마련했다. 평의회는 완화된 기준으로 학생처로부터 이번 학기에 지원비를 받는다. 팀장들의 수고 앞에 평의회 회칙을 지키지 않은 잘못과 책임은 지워졌다. 평의회 의장단의 늦은 출범으로 인해 기준을 완화했다는 그들의 변명은 어느새 정당한 이유가 됐다.
자치회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1월 9일 생활관운영위원회가 열렸을 때, 자치회는 만 원으로 인상된 방학기간 생활관비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 또한, 방학기간 생활관비 인상에 대한 공지 역시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문은 아직 없다. 당시 생활관운영위원회에서 방학기간 생활관비가 주요 안건으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그들의 변명은 어느 면에서나 정당한 이유조차 될 수 없어 보인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늘어놓은 말들은 이유인가 변명인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결과가 좋더라도 변명에 불과하다. 공식적인 사과문 하나 없다면 이는 부끄러움마저 외면하는 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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