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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는 뒤를 바라보며 날지 않는다
한동대학교학보사  |  hgupress@handong.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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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29  22:4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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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환(Robert Oh)
목사∙시인

바위의 침묵을 목격한 적이 있다//도마뱀이 그 위에 죽은 듯/ 가만히 누워 있었고//그 주위에서 /분주히 움직이던 /개미 때의 작은 발자국 소리//하늘과 땅 사이에/스피커를 달아 놓은 듯/매미들의 끈질긴 울음소리//하늘을 가르며/ 날아 오르던/매서운 매의 눈//40일의 적막//나는 나를 응시하던/바위의 침묵을/목격한 적이 있다//해도 오른쪽 무릎 옆으로 떠서/왼쪽 무릎 옆으로 지고//달도 보름달로 피었다 초승달로/녹아 없어 지였지만 //바위는/침묵으로/나를 응시했다//침묵이/가르침이었다//그의 침묵이/친구가 되어 많은 대화를 하였고/모니터처럼 많은 환상을 보여 주었다//그리고/오랜 침묵 후에/흘러내리던/그의 눈물도 목격하였다//장마의 시작이었다
“노래한다고 다 음반 내면 안되죠”라며 설교를 많이 했다. 시를 쓴다고 다 시집을 내면 안 된다. 그러나 나는 15년 전 첫 시집을 냈다. 젊은이들과 미국에서 개척교회를 하던 나로서는 엄두도 못 낼 비용이었고 모스크바 가는 밤 하나님께 불평했다. ‘주님, 일을 시키시면 돈도 함께 주셔야지요?’ 주님의 음성을 들었다. “시를 써서 시집을 만들어 출판해라!” 그렇게 해서 나의 첫 시집 ‘모스크바 가는 밤’ 이 세상으로 나왔고 그 시집 책 머리에 총신대학원에서 교목으로 계시던 문석호 목사님이 이렇게 권면해 주셨다. “신앙의 세계란 단순히 지성만의 세계는 아닙니다. 그것은 감정의 세계요, 실존의 세계요, 또한 인격적 교류의 세계입니다. 많은 경우에 있어서, 시어들이 상상력에 의존하여 언어를 만들어 내지만, 여기에 실린 글들은 하나님의 구원을 향한 행보자로서 느끼는 감격과 고통을 진솔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나는 그 후로 시집 4편을 더 출판했지만 문 목사님의 조언이 모퉁이 돌이 돼 나름대로 시어들을 꾸미지 않고 좀 더 실존적인 언어를 써서 묘사하려고 노력했다.
몇 년 전 미국 서부 남가주 지역에 있는 기도원에서 40일 금식 중 ‘장마’라는 시를 썼다. 끝없이 많은 나날을 하늘을 보며 기도하던 중 하늘을 비상하는 매의 눈을 바라본 적이 있다. 마틴 부버는 “An animal's eyes have the power to speak a great language”라고 했다. 매의 눈은 앞을 바라보며 목표를 향해 날고 있었다. 나는 그날 ‘아, 매는 뒤를 바라보며 날지 않는다는 것’도 깨달았다. 매는 날기 위해 장난처럼 날아다니지 않는 것도 알게 됐다. 목표가 있는 비상 먹이를 향한 낙하 하는 모습을 보곤 했다. 동굴 같은 어두운 기도실에서 나의 마음속 높은 곳을 향해 금식하며 비상하는 나에게 목표를 볼 수 있는 눈을 줬다. 내 앞에 40일 동안 자리를 지키고 나를 응시하던 커다란 바위와의 대화가 시작됐다. 도마뱀의 잠자는 숨소리가 들려왔고 그 주위의 개미 때의 발소리가 어린아이들이 북을 치듯 ‘둥 둥 둥’하며 나에게 들려 왔다. 기도실 작은 창문을 밝히던 달도 보름달로 피었다. 순식간에 초승달로 녹아 없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오랜 침묵의 시간 뒤에 남가주 메마른 땅의 우기의 시작과 같이 흘러내리던 나의 눈물도 목격했다. 영적 장마의 시작이었다. 비는 많은 것을 씻어 버리고 생명을 불어넣어 준다.
올해 초 나의 시 ‘장마’가 에피포도 문학과 예술 모임에서 신인상을 받아 시집 5편을 출판 후 이제야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상식 날이 8년 동안 Oxford Centre for Mission Studies에서 끈질기게 했던 캄보디아 연구의 Oral Defence를 통과한 일주일 뒤의 일이여서 경사가 겹쳤다.
“노래한다고 다 음반 내면 안되죠!”라며 나는 아직도 설교하고 있다. “시를 쓴다고 다 시집을 내면 안 된다!”라는 말도 서슴없이 한다. 솔직히 나는 선교헌금 얻기 위해 아니 그냥 막말로 ‘돈 벌기 위해’ 시집을 냈지만 ‘모스크바 다음날’ 시집을 출판한지 15년 되는 오늘 ‘주님, 일을 시키시면 돈도 함께 주셔야 지요?’ 라며 모스크바 가는 비행기 안에서 주님께 ‘땡깡’을 부렸던 나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 미소 지으며 주님께 감사드린다. 매는 뒤를 바라보며 날지 않는다! 지난 시간을 바라보지 않고 하나님의 구원을 향한 행보자로서 오늘의 모든 감격과 고통을 주님이 주신 목표를 향하여 실존시켜가며 그런 삶의 깨달음을 진솔하게 시로 써서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는 미래의 ‘박사 시인’이 되기를 간절히 구한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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