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쓰레기 수거 업체가 쓰레기 수거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쓰레기를 수입하던 중국이 환경오염을 이유로 수입을 거부했고, 업체들은 수익이 나지 않아 수거하지 않은 것이다. 아파트 곳곳은 수거되지 않은 쓰레기들로 가득 찼고, 쓰레기 처리를 수출에 의지하고 있는 한국 쓰레기 처리 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났다. 이에 수출에 의지하기보다 쓰레기양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어떻게 하면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까. 일상 속에서 쓰레기가 생성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확인하기 위해 포항 호동 쓰레기 매립장을 찾아가 봤다.

늘어나는 쓰레기, 함께 늘어나는 세금
1인당 쓰레기 배출량이 2002년부터 대폭 증가했다. 환경부가 2018년 발표한 ‘5차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에 따르면 하루 평균 국민 1인당 쓰레기 배출량은 2002년 729g에서 2017년 929g으로 늘었다. 15년 사이에 1인당 200g의 쓰레기를 더 많이 배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비닐류의 생활 폐기물의 경우 2014년 하루평균 970여 톤에서 2016년 1,150여 톤으로 증가했다. 또한, 한국폐기물협회의에 따르면 전국 플라스틱 폐기물 또한 2014년 하루평균 4,606톤에서 2016년 5,445톤으로 증가했다.
매년 많은 양의 쓰레기 매립이 진행됨에 따라 전국 많은 매립지가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 2016년 기준 연간 매립되는 쓰레기의 양은 1,290톤이다. 이 쓰레기들을 10미터 깊이의 구덩이에 매립한다고 가정했을 때 여의도 면적의 절반 정도인 140m2정도의 매립지가 필요하다. 쓰레기 매립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게 되면 새로운 쓰레기 매립장이 필요한데, 각종 환경 단체와 현지 주민의 반대로 인해 새로운 매립 부지를 찾기가 쉽지 않다.
쓰레기 처리는 비용의 문제로 직결된다. 현재 전국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만 연간 1조에 육박한다. 뿐만 아니라 쓰레기 매립지에서 나오는 오물이나 악취 등 각종 환경 오염을 개선하기 위한 비용이나 매립지 주변 주민 보상금 등 쓰레기 처리와 관련된 부가적인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모든 비용은 세금으로 지출되고 있다.

쓰레기로 지탱되고 있는 일상
일회용품 사용은 편리하지만, 쓰레기 발생을 동반한다. 일상 속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얼마나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 일주일 동안 사용한 일회용품을 모아봤다. 항상 사서 먹던 500mL 생수 대신 텀블러를 꺼내 가방에 챙겼다. 물로 텀블러를 씻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텀블러를 세척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편리한 식사는 쓰레기를 양산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쁜 스케줄에 끼니를 때울 때는 인스턴트 음식이 제격이다. 모임에 참여하면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햄버거를 택했다. 햄버거, 감자튀김, 콜라, 케첩, 휴지 2장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싸고 있는 포장지가 손에 들렸다. 모임 중에 감자튀김을 하나 집어 먹고 빨대로 콜라 한입 먹고 포장을 벗겨 햄버거를 베어먹었다. 주문에서 포장 그리고 먹기까지 불편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편의점 도시락도 마찬가지다. 도시락을 뜯으니 밥 담는 용기, 반찬 담긴 용기 그리고 양념이 담긴 용기까지 상품 하나에 발생하는 일회용품이 꽤 많다. 항상 먹고 버리다 보니 깨닫지 못한 부분이다. 플라스틱 숟가락, 나무젓가락까지 모든 것이 일회용품이다. 편리함과 맞바꾼 일회용품 사용이 어느새 생활 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조리하기 편하고 먹기 편하지만 지구한테도 편할까.
생활 속에서 눈에 띄지 않게 배출되는 쓰레기들이 많다. 집에서 음식을 그릇에 담아 먹으면 쓰레기가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문득 음식 조리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쓰레기가 발생하는지조차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상에 차려진 불고기에는 양파, 당근, 당면, 고기 등 맛깔나는 재료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양파, 당근, 당면, 고기를 포장하고 있는 비닐이 집 안 쓰레기통 한곳에 고이 있지 않을까. 그릇에 담긴 김은, 고추장 옆에 누워있는 브로콜리는 어떤 포장지에 씌어져 봉투에 담겨 집에 오게 됐을까. 눈에 띄는 쓰레기만 해도 아주 많은데 인지하지 못하는 쓰레기는 얼마나 많을지 상상하기 어려웠다.

기자가 실제로 일주일간 모은 생활쓰레기. 윤예준 사진기자 yoonyj1@hgupress.com

쓰레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묻힐 뿐
포항시 남구 호동산 38번지 호동 쓰레기 매립장에 하루 평균 약 300톤의 쓰레기가 묻힌다. 2006년부터 매립이 시작된 호동 쓰레기 매립장은 2030년까지 사용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재 호동 쓰레기 매립장의 매립률은 약 82%로 현 상태가 지속된다면 2019년 말에 쓰레기 매립률이 포화될 예정이다. 이러한 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늘도 수십 대의 쓰레기 수거차들이 호동 쓰레기 매립장으로 향한다.
포항의 쓰레기들이 모이는 곳, 호동 매립장을 보기 위해 차를 타고 향했다. 차를 타고 호동 쓰레기 매립장 입구로 들어서자 악취가 조금씩 차에 스며들어왔다. 언덕을 올라 도착한 매립지에 내린 순간 악취가 코를 찔렀다. 99,295m2, 한동대 평봉필드의 8배 매립면적과 2,070,000m3의 매립용량을 가진 호동 매립지는 상상했던 것보다 엄청 넓지도, 쓰레기로 가득 차 있지도 않았다. “생각보다 엄청 많지는 않네요”라는 나의 말이 무색하게 포항시청 자원순환과 서상덕 매립장관리팀장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매립지 지대 아래 약 55m 전부 쓰레기로 묻혀 있어요”라고 말했다. 산을 타고 올라온 곳, 지금 서 있는 이 발아래가 전부 쓰레기로 이뤄진 것이다. 매립장 한쪽에는 한창 쓰레기가 실린 트럭들이 쓰레기를 옮기고 있었다. 종량제 봉투 안에는 사람들이 먹고, 쓰고 버린 무수히 많은 쓰레기들이 담겨져 묻히길 기다리고 있다.

쓰레기, 없앨 순 없어도 줄일 순 있다
시민들의 올바른 쓰레기 배출을 통해 매립되는 쓰레기양을 줄일 수 있다. ▲재활용품 분리배출 ▲종량제봉투 이용은 쓰레기양을 줄일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버려지고 있는 쓰레기 속에서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만 분리하더라도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1995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쓰레기 종량제는 폐기물 처리비용을 부과함으로써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고, 재활용품은 따로 분리∙배출하도록 유도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종량제 봉투에 재활용 가능한 종이, 플라스틱, 금속 등이 담기면서 일반 쓰레기 배출량이 늘어났다. 서 매립장관리팀장은 “원룸 같은 곳에서 종량제 봉투에 무분별하게 쓰레기 담아 버리는 사람이 많습니다”라며 “재활용할 수 있는 것, 할 수 없는 것만 분리해도 쓰레기가 크게 줄어듭니다”라고 말했다. 종량제 봉투에 담긴 쓰레기들은 별도의 분류 없이 매립장으로 향한다. 봉투에 담긴 쓰레기 속에서 재활용품을 따로 분리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쓰레기가 아닌 재활용품으로 분류돼 자원으로 환원될 수 있는 많은 재활용품이 결국 땅속에 묻힐 수밖에 없다. 소비자의 올바른 쓰레기 분리배출만으로 이러한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정부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쓰레기 재활용 확대와 일회용품 사용 감축을 계획했다. 2018년 환경부는 상품의 생산단계와 소비단계에서 생산자의 폐기물 감소 대책을 마련했다. 환경부의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에 따르면 환경부는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제조∙생산단계에서 재활용 촉진 지원과 일회용품 생산 감축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에 2020년까지 모든 생수∙음료수용 유색 페트병을 무색으로 전환하는 등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은 생산 단계부터 퇴출시킬 예정이다. 또한, 제품의 설계개선과 함께 생산자가 판매하는 제품 및 포장재에 대한 재활용 의무도 확대된다. 현재 재활용 의무 대상으로 선정된 재활용품 43종은 2022년까지 63종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환경부는 생산자의 유통∙소비단계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절감하기 위해 포장 및 일회용 컵 사용을 제한할 계획이다. 유통과정에서 비닐, 스티로폼 등 사용을 줄이기 위해 과대포장 관리 강화 및 택배∙전자제품 등에 대한 포장 기준도 신설된다. 특히, 대형마트의 이중포장을 줄이고 온라인 쇼핑몰의 과대포장을 방지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올해 10월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소비 단계에서는 일회용 컵과 비닐봉지의 사용량을 2022년까지 35% 절감할 계획이다. 이에 일회용 컵 사용에 컵 보증금을 도입하고 대형마트 내 속 비닐 사용 감축과 함께 종이상자 및 재사용 종량제 봉투 사용을 촉진할 예정이다.

호동 매립장에 가기 전 들렀던 재활용 선별장. 많은 부분이 기계화 되있을줄 알았지만, 사람의 손이 많이 가는 과정이었다. 윤예준 사진기자 yoonyj1@hgupress.com

학교 곳곳에 위치한 쓰레기통으로 가봤다. 일회용 도시락부터 페트병, 배달음식을 시키면 나오는 일회용 그릇 등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고 쓰레기통에 뒤섞여 있었다. 게다가 젓가락과 일회용 컵들이 가득 찬 쓰레기통도 흔히 볼 수 있었다. 텀블러 사용, 개인 수저 챙기기, 에코백 이용으로 쓰레기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물을 마실 때, 편의점 도시락 먹을 때 그리고 매점 갈 때 귀찮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시민이 직접 행동하지 않으면 쓰레기를 줄이기 어렵다. 결국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쓰레기를 제대로 분리하고, 쓰레기 배출을 줄이는 것을 시작으로 포항의 쓰레기를 줄이는 일에 모두 동참해보는 것은 어떨까. 

취재당시 방문했던 호동 생활폐기물매립장. 까마귀 우는 소리가 을씨년스럽게 들렸다. 윤예준 사진기자 yoonyj1@hgupress.com

 

 

 

저작권자 © 한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