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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기 위해 오늘도 달리는 ‘은총이 부자’
신명섭 기자  |  shinms@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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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15  23:5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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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 대한 세상의 시선은 장애인과 그 가족이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이러한 세상의 시선을 바꿔보고자 철인 3종 경기에 나선 부자가 있다. 바로, <우리, 은총이>의 공동저자 강여은 씨, 박지훈 씨 중 아빠 박 씨와 아들 은총이에 대한 이야기다. ‘은총이 아빠’ 박 씨는 희귀난치병에 걸린 아들 은총이와 함께 철인 3종 경기에 참가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 아들에 대한 사랑으로 오늘도 달리고 있는 박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아픈 몸을 갖고 태어난 아들, 은총이

   
박은총 군이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 박지훈 씨

“세상에 나온 사랑이(태명)를 처음 만났습니다. 그런데 사랑이는 여는 아가들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아주 낯선 모습으로 세상에 나와 있었습니다. … 아기를 본 의사선생님은 뭔가 심상치 않다는 표정이었습니다.”
2003년 10월 3일, 군산의 어느 한 병원에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났다.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와 사랑을 뜻하는 이름 ‘은총’. 하지만, 은총이는 몸상태가 이상해 태어나자 마자 엄마의 품이 아닌 대학병원으로 가야 했다. 그 후 백 일 즈음 은총이에게 이상한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은총이의 왼쪽 다리보다 오른쪽 다리가 훨씬 굵어졌다. 은총이의 왼쪽 손, 왼쪽 발, 왼쪽 입술 등이 쉬지 않고 움직였다. 심지어 왼쪽 장기들까지 밖으로 뛰쳐나올 듯이 움직였다. 경기가 시작된 은총이는 바로 병원으로 갔으며 보름 만에 깨어났다. 박 씨는 의사로부터 은총이가 ‘스터지-웨버 증후군’이라는 희귀난치병에 걸려 최대 1년 이상 살지 못할 거라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스터지-웨버 증후군은 뇌가 굳어지고 혈관기형과 녹내장을 동반한 병이다. 은총이는 병원생활을 하며 스터지-웨버 증후군 외 5개의 희귀난치병 진단을 받았다. 이렇게 은총이의 기나긴 병원생활이 시작됐다.

“의사선생님의 말씀은 절망 자체였습니다. 이제 막 세상 빛을 본 아기에게 너무나 가혹한 선고였습니다. 혼자 고통 속에서 허우적대다 보름만에 겨우 진정된 우리 은총이의 미래를 포기하라니…”

여러 번 병원을 다니면서 은총이 부모도 많은 상처를 받았다. ‘재수 없었다고 생각하세요.’ 어느 한 의사가 툭 내뱉은 말이 가시가 되어 두 사람의 마음에 쿡 박혔다. 아픈 아이를 둔 것이 마치 죄처럼 느껴졌다. 절망에 빠진 채 병원을 알아보던 은총이 엄마 강여은 씨는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하고 상계백병원을 찾아갔다. ‘왜 이제 오셨어요? 수술하면 좋아질 애를 … 당장 입원시키세요.’ 의사가 자신감을 갖고 은총이와 강 씨를 보고 한 첫 말이다. 강 씨는 의사의 나무라는 어투에 다소 당황했지만 다른 의사들과 다른 친근감을 느꼈다. 매일매일 경기와 싸웠던 은총이가 좀 더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기적의 아이콘이 되다

   
박지훈 씨가 자전거 뒤에 박은총 군을 태운 채 철인 3종 경기를 뛰고 있다. 사진제공 박지훈 씨

“은총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보낸 편지입니다. 놀랍게도 은총이가 저와 은총 엄마에게 쓴 첫 편지입니다. A4 용지 왼쪽 상단에는 어린이집에서 찍은 사진과 오른쪽 하단에는 파란색의 은총이 손자국이 찍혀 있습니다. “엄마아빠, 사랑해요~~”라는 글씨가 크게 쓰여 있습니다.”

6개의 희귀 난치병에도 불구하고 은총이는 호전되기 시작했다. 대뇌반구절제술을 받기 전까지 은총이는 시시때때로 경기를 해 고생을 했다. 경기가 심해서 거의 모든 경기를 멈추는 약에 내성이 생겨 수술을 할 때 사용하는 마취제를 처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은총이를 괴롭혔던 경기가 대뇌반구절제술을 통해 사라졌고 이후로 경기를 멈추는 약 없이 지낼 수 있게 됐다. 이후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4년 6개월 만에 은총이는 아무 지지대 없이 혼자 걸음을 옮겼다. 조금씩 호전되던 은총이는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고, 현재는 학교에 다니고 있다.
은총이를 키우면서 박 씨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 변화했다. 병원에서 만난 민석 군은 10년간 엄마의 돌봄 속에 살았다. 환한 미소를 가진 민석 군과 은총이 가족은 친하게 지냈다. 돌연 민석 군이 세상을 떠나자 박 씨는 아픈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는 캠페인을 해보자고 다짐 했다. 2006년 10월 13일, 박 씨는 <*여울돌> 박봉진 대표와 같이 전국대장정을 떠났다. ‘같은 눈으로 바라봐 주세요’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총 1,500km를 걸으며 희귀난치병에 걸린 아이들과 가족을 만났다. 박 씨는 최종 목적지인 정부과천청사로 향했다. 박 씨는 희귀난치병에 대한 정부의 특별법 지원을 호소하는 부모들의 탄원서와 2만여 명의 서명이 담긴 서명지를 제출했다. 이 후 새로운 멘토가 박 씨를 찾아왔다. 바로 <지선아, 사랑해>의 저자 한동대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 이지선 교수다. 2010년 1월 7일, 은총이네에 찾아온 이 교수는 은총이에게 ‘은총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를 여러번 말해줬다. 박 씨는 “지선이가 그날 저녁 문자로 ‘대한민국 아버지의 사랑을 온 세상에 보여주세요’라고 응원을 보내줘 큰 힘이 됐네요.”라고 말했다.

“우리 은총이가 기쁨이 충만한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세상의 시선이 부드럽게 바뀌고 은총이처럼 아픈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활짝 열리기를 바라는 동기에서, 그토록 운동을 싫어하던 제가 철인이 되기로 한 것입니다.”

전국대장정 이후 박 씨는 은총이와 함께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했다. 박 씨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던 지난 기억, 은총이의 회복을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던 아빠로서의 절망감 등을 뛰어넘기 위해서 였다. 2010년 10월, 박 씨는 보트를 자신의 몸에 묶어서, 자전거 뒤에 카트를 이어서, 휠체어를 끌고 은총이와 함께 첫 철인 3종 경기를 뛰었다. 은총이는 뛰는 것을 좋아해 아빠와 한 몸이 되자 재미있어 하고 자주 웃으며 손까지 흔들었다. 경기 당일의 강한 바람으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은총이의 입술 여기저기가 터져 피가 나와 박 씨는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며 도착 지점을 향해 달렸다. 우여곡절 끝에 은총이 부자는 4시간 20여 분 만에 완주했다. 은총이 부자의 첫 도전은 MBC <시사매거진 2580>에 방송됐고, 박 씨는 ‘은총이 아빠’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에 올라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보지도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이 은총이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한 사람은 자살 생각을 했다가 은총이 부자의 도전을 보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도 했다. 박 씨는 “저희는 은총이를 기도로 자란 아이라고 표현해요”라며 “은총이가 많은 사람들을 살려내 뿌듯한 마음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첫 도전 이후 은총이 아빠는 현재까지 쉬지 않고 은총이와 함께 오늘도 달리고 있다. 박 씨는 “저희들이 완주하는 모습을 보시고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네요.”라고 말했다. 매년 은총이와 같은 장애어린이를 위해 2013년 이후 ‘은총이와 함께하는 철인 3종 경기대회’가 개최되고 있다.

*여울돌: 희귀난치성질환으로 투병하는 어린이들을 후원하며, 소외된 계층을 위해 대변하는 활동을 하는 단체.


<우리 은총이> 박지훈 씨와의 만남

   
지난 4월 한동대를 찾은 박지훈 씨가 ‘사랑에는 장애가 없다’라는 주제로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 박지훈 씨

Q 현재 은총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박지훈: 은총이는 건강하게 잘 있죠. 밖에도 잘 나가고 학교도 잘 다니고 있어요. 원래 걷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지금은 잘 걷고 있죠. 양 쪽 다리의 굵기가 길이와 굵기가 달라서 일반인들처럼 걷지는 못하지만 절뚝거리는 것처럼 걷고 다녀요. 전체적으로 몸상태도 좋고 동생과 잘 지내고 동생을 참 예뻐 해줘요. 하지만 은총이의 병이 불치병이기에 아직도 정기적인 검사를 받아야 해서 이번 달에도 수술 전 검사를 받으러 가야해요. 제가 싫어하는 불치병을 은총이는 가지고 있어서 지금도 응급상황이 생기면 거기에 맞춰 최대한의 치료를 받고 있어요.

Q 은총이 태어난 후 하루하루가 많이 힘드셨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버티셨나요?

박: 의사가 예정했던 1년이 돌아와 은총이가 돌 때 많이 아프고 경기를 심하게 해서 많이 걱정됐죠. 진짜로 하늘나라로 가는 줄 알았어요. 그렇게 돌 이후로 뇌절제술 이전 까지가 은총이가 많이 아프고 힘들어해서 힘들었어요. 뇌절제술 이후로 경기를 멈춰서 그전까지 병원을 제집인양 다녔는데 입원도 안 해도 돼 많이 나아졌죠. 힘들 때마다 사랑해서 낳은 아이니까 은총이 엄마랑 같이 부모라면 당연히 ‘살려야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가졌어요. 의사는 1년 이상 못살꺼라고 말했지만 어떻게든 부모로서의 책임감을 생각하면서 버텨왔죠.

Q 현재 장애인식개선 전문교육 강사로 어떠한 활동을 하시고 계시나요?

박: 장애인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을 바꾸고, 장애인에 대한 관심으로 함께 더불어 상생하며 살수 있도록 강연 등을 하고 있어요.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죠. 강연에서는 미래의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으로 바뀔 수 있도록 이야기하는 편이예요. 아무리 잘나고 못나도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 즉 하나님의 사랑이기에 이러한 이야기도 많이 해요. 그래도 저는 은총이와 함께 말보다는 행동으로 활동하죠.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기에 다른 분들께서 공감을 잘해주세요. 포기하지 않고 몸으로 보여주고 있죠. ‘세상 시선 편견이 무섭지만 우리는 나와서 이렇게 외치고 있다’는 식으로 정말 힘들지만 은총이 아빠로서 살아가고 있어요.

Q 대한민국에 장애아동이 많지만 재활병원과 시스템이 많이 부족한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박: 현재 대한민국에는 푸르메재단에서 운영하는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이 유일해요. 어린이재활병원이 많았으면 좋겠는데 돈이 안된다고 하시면서 이러한 사업을 잘 안 하시더라고요. 전국적으로 치료받을 아이들은 엄청나게 많은데 현실이 이렇다는 것이 안타깝죠. 관련자분들이 돈을 다른 곳이나 엉뚱한 곳에 사용하지 않고 필요한 곳에 적절하게 사용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죠. 많은 분들의 관심을 가져 주시고 나라에서 정책적으로 바꿨으면 해요. 다른 가정과 똑같은 생활을 하지만 의료비 등의 지출이 많이 들어요. 그래서 이러한 지출을 나라에서 일부분 책임져주고 지원해줬으면 하죠. 더 나아가 대한민국 사람들의 작은 나눔이 있으면 저희들과 같은 사람들의 삶이 좀 더 살기 편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보네요.

Q 지난 장애인의 날 기념 행사 때 ‘사랑에는 장애가 없다’라는 주제로 강연 해 주셨는데요. 강연에서 말하신 ‘하루가 지나가는 것이 아니고 쌓여가는 것이다’의 의미가 무엇인가요?

박: 많은 사람들이 그저 어떻게든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하지만 하루하루를 어떻게 잘 쌓아가냐에 따라서 미래의 제 모습이 아름답고 더 멋지게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하루하루를 잘 쌓아서 평창동계패럴림픽 성화 등의 기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때는 정말로 기분이 좋았어요. 포기하지 않고 매일매일 달려왔더니 이러한 기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순간만큼은 사람들이 우리 은총이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 않았을 것 같아서 좋았어요. 이렇게 제가 하루하루를 잘 쌓지 않았다면 이러한 선물이 주어지지 않았겠죠. 하루는 지나가면 없어지는 것이기에 사람들이 이 시간을 소중하고 지냈으면 좋겠네요.

Q 은총이와 같은 장애아동을 위해 저희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박: 일단은 관심을 많이 가져다 주셨으면 해요. 본인 스스로가 혼자 깨닫고 깨우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그들은 불쌍한 사람하고, 이상한 사람이라고 취급하는 마음을 없애고 똑같은 사람이고 하나의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졌으면 해요. 좀 아플 뿐이지 좀 다르게 생겼을 뿐이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없는 것이기에 마음가짐을 좀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해요. 그렇게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이러한 편견과 시선이 없어지면 세상 밖으로 많이 나올 것 같아요. 세상은 절대 혼자사는 것이 아니잖아요. 더욱이 건강한 사람들이 끼리끼리 모이는 세상이 아니기에 같이 살아갔으면 해요.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모이면 분명히 세상을 바뀔 수 있어요. 첫 술에 배부를 수 없겠지만 천천히 나아가면 할 수 있을거예요. 1등이 좋긴 하지만 1등 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바뀔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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