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예진
(다면 학회 / 국제어문 14)

매주 목요일 저녁 학회 정모가 끝나면, 저녁을 먹었는데도 배가 고프고 온몸이 뻐근한 느낌이 든다. 학회장으로서 유익한 정모를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한몫하겠지만 아무래도 학회에서 다루는 주제의 무게가 만만치 않은 탓에 몸이 먼저 반응하는 모양이다.
이제 겨우 1년 남짓 된 아기학회 ‘다면(多面)’은 2017년 봄학기, 한국 성매매 실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Save my Seoul’을 한동대학교에서 상영하면서 만들어졌다. 이후 성매매 이슈에 관심이 있는 몇몇 학생들이 모여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고, 성매매피해여성을 돕는 기관을 방문하는 등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학회활동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두 가지 마음은 ‘힘들다’ 그리고 ‘어렵다’이다. 학회를 시작하면서 마주했던 세 가지 중요한 질문들이 시간이 갈수록 더 깊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우리가 부딪힌 질문은 ‘대상’에 관한 것이었다. 성구매자, 성판매자, 특히 성판매자 중에서도 자발적이고 간헐적으로 성을 파는 사람, 집결지나 기타 업소에서 장기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 법적 보호로부터 소외되는 성판매남성 등 성매매와 관련된 주체들은 생각보다 다양하고 성매매라는 이슈 안에서 모든 주체를 아우르기에는 각자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상이하기 때문이었다. ‘대상’과 함께 따라오는 두 번째 고민은 우리의 ‘관점’에 관한 것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성매매에 관해 공부하는 학회라고 말하면 성매매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 무엇이냐는 물음을 자주 받는다. 찬성 혹은 반대와 같은 분명한 입장을 듣고 싶은 것이 질문자의 의도인 것을 안다. 하지만, 폭력적인 구조 속에서 착취당하는 성매매피해여성, 생계 수단으로 성을 파는 사람들, 최소한의 권리 보호를 위해 비범죄화와 노동권을 주장하는 다양한 성판매자들의 이야기에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이 질문에 분명하게 대답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진다. 마지막으로 가장 어려운 문제는 성매매와 성판매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관한 것이다. ‘성매매는 필요악’ 이지만 ‘내 딸이라면 (성을 판매하는 것을) 절대 반대한다’는 이중 잣대가 만연하고 성판매자들을 향한 ‘더럽다’ 또는 ‘불쌍하다’의 두 가지 상반된 시선이 존재하는 사회 속에서 어떻게 하면 성매매를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끌어올 것인가 하는 고민이 학회원들의 삶 속에서 이어지고 있다. 고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해답을 찾기보다는 우리의 역량을 의심할 때가 더 많지만, 그럴수록 함께하는 학회원들이 서로에게 힘과 위로가 된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우리의 이런 고민이 한데 모여 학회의 이름이 지어졌다. ‘다면(多面, multifaceted)’은 우리 사회에 우리가 모르는 다양한 모습이 존재한다는 의미, 성매매 현장의 다면성, 그리고 성판매자 개인의 삶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바라보자는 마음을 담아 지어진 이름이다. 요즘은 14주차에 있을 성매매 실태에 관한 전시와 강연회, 다큐멘터리 상영회를 준비하고 있다. 바라기는 우리가 보여주는 ‘단면(斷面)’이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의미 있는 조각이 되어 많은 사람에게 가 닿았으면 한다. 학회 활동에 대한 소감을 쓰는 공간에 힘들다고 칭얼대기만 한 것 같아 마음이 쓰이지만, 목도한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아파하며 함께 마음을 모으는 학회원들이 있어서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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