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대 총학생회 후보 ‘믿음’이 출범했다. 후보의 얼굴은 낯익으나 공약은 새롭다. 표를 구걸하는 심정일지언정, 공약에는 학생 사회가 요구하는 것에 대한 고민도 엿보인다. 특히 소통 분야에 나름대로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 반면 이외 분야에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전학대회 카드뉴스와 실효성이 떨어지는 계절학기 수요조사 등이 그렇다. 무엇보다 공약의 약 절반이 전대 총학생회 공약과 유사해 믿음만의 고민이 담겨 있지 않다.
그렇다면 믿음이 제시한 소통 분야의 공약은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믿음은 서로 간 신뢰가 형성돼 있지 않은 것을 소통 문제의 원인이라 보고 신뢰 형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소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뢰보다 앞서 공론장이 형성돼야 한다. 서로 간 신뢰가 쌓이려면 공론장을 통해 이해와 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학생대표기구라면 상호간의 논의가 오갈 수 있도록 왜곡된 정보가 아닌 검증된 정보를 제공하고 소수의 의견이 은폐되지 않도록 보호하며 구성원의 관심과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해야 한다.
믿음은 공론장 형성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해 보인다. 공약에는 정보 구성에 대해 기준과 방법이 제시되지 않았다. 믿음은 모니터링단 같은 것을 통해 직접 발로 뛰어 얻은 정보를 정리해서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보 구성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과 방법에 대한 언급은 없다. 단순히 말뿐이라면 신뢰를 형성하기에는 부족할 것이다.
공약에는 구성원의 목소리가 제도권에 전달될 수 있는 명확한 방법이 제시되지 않았다. 구성원의 목소리가 은폐되지 않기 위해선 구조적이고 행정적인 과정이 필요하다. 회장단과의 일대일 만남과 필요에 따른 안건 상정으로는 부족하다. 구성원의 목소리가 소수일지라도 구성원이 불편과 필요를 느낀다면 제도권에 전달될 수 있도록 구조적이고 행정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구성원의 관심과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 역시 제시되지 않았다. 믿음은 소통의 창구를 여는 방법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말했으나 어떤 방식으로 창구를 개설하고 진행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전학대회 라이브 방송’ 이외 ‘소리를 발하다’와 ‘우리 모두의 전학대회’ 등은 실효성에서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신뢰’로 이어지기 위한다면 이게 전부여서는 안 된다. 소통 분야에 대한 고민이 여기서 끝나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소통 방향을 논의하길 원한다면 앞서 징계 사안이나 대자보 등 지속하고 있는 교내 사안을 매듭질 필요도 있다. 학생대표기구로 나온다면 이름에서 나오는 무게만큼 학교와 학생 사회의 관계뿐만 아니라 대표의 의미를 무겁고 진지하게 고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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