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웠던 적이 있었다. 

어렸을 적
다리에 힘이 자주 풀리는 나는
부모님의 등에 왕왕 업혀
집에 돌아가곤 했다.
그때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야속했고,
동네 친구들에게
부모님께 업히는 모습을
보이는 부끄러움에
울음을 터뜨리곤 했다.
부끄럽다.
스무 번하고도
한 손만큼의 겨울을 보내고
봄을 준비하는 지금
나는 아직도 다리에 힘이 없다.
여전히 스스로 사색하지 못하는 무늬만 대학생인 나는
여전히 성장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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