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자 (대전 새삶교회 사모)

중학교 졸업 후 방황하는 청소년을 살리는 성령의 불쏘시개가 되겠다며 부르심을 듣고 광야 같은 대안학교에서 삼 년을 훈련받으며 귀하게 쓰임 받던 큰아들에게 바람이 불고 창수가 나는 사건이 왔다. 또래보다 한 해 먼저 대학에 입학한 아들은 자기 자신을 지키려고 몸부림치며 거대한 죄악의 물살 속에서도 꿋꿋하게 경건이라는 이름표 달고 낮아짐과 겸손으로 자신을 말씀 앞에 비추며 살던 어느 날 내게 들려진 한마디. ‘엄마! 학교 휴학할래요’
대학 2학년 2학기를 앞두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고민하던 아들은 집으로 내려와 어제의 아들이 아닌 너무나 낯선 아들의 모습으로 내 곁으로 돌아왔다. 엄마는 주님께서 이 아들을 만져주시길 바라며 매일 밤 기도의 자리에 앉아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어떤 상황 속에서도 ‘내 죄를 보라는 들은 말씀을 적용하며 아무런 소망이 없는 아들에게 부탁했다. 아들아 저녁기도회만 함께하자?’ 그런데,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던 아들은 기도회 마치고 올라오니 침대에 늘어진 채 잠만 잔다. 불쌍하기도 하고 화도 나고 그래서 아이를 깨웠다. ‘일어나라’ 엄마와 아들의 모습을 바라본 남편이 아들에게 처음으로 소리를 냈다. ‘살고싶냐?죽고싶냐?’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아들은 살고 싶다고 했다. 씩씩하고 영민했던 아들의 눈빛에서 반짝이던 총명함이 사라지고 흑암과 공허와 혼돈으로 어둠에 완전히 자기를 내어준 모습으로 멍하니 축 늘어져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 얼마나 아픈지 아들이 머리가 아프단 소리를 하길래 엄마는 믿음으로 머리에 손을 얹고 안수를 해 줬다. 아들은 ‘엄마, 배고파요’ 온종일 피시방을 전전하며 굶고 다녔으니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 배고픈 아들을 위해 엄만 가슴으로 식탁을 차리며 많이 미안하다고 엄마가 널 앞세워 엄마 부족함을 채우려 했노라 고백을 했다. 엄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들은 알았다고 그리고 엄마 먼저 자라며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새벽 예배시간 눈뜨면 버릇처럼 확인하는 아이들 방에서 큰아이가 또 없어졌다. 교회까지 날아가듯 달려가 봐도 아들은 없다. 느낌이 이상했다. 방문을 다시 열고 책상을 보니 노트북이 없어지고 쪽지 하나 아들 대신 바들바들 떨고 있다. ‘엄마!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질게요. 미안해요. 이것 밖에 안돼서 사랑해요. 죄송해요’라고 아들은 옷가지를 챙겨 집을 나갔다. 수중에 돈 한 푼 없는 것 뻔히 아는데. 가슴이 아리고 눈물이 난다는 말씀을 읽어도 말씀이 눈으로 입으로만 맴맴 이다. 주님께서 나를 다루심도 알겠는데 너무 아프다. 동생이랑 연결되는 톡에 집 나간 큰아이가 게임 중인 것이 전해졌다. ‘아이는 가출을 했고 집에 없어도 엄마는 밥이 넘어가고 잠이 온다. 내 아들은 숨을 쉬고 싶어 숨 쉴 곳들을 찾아다니는데. ‘주님 이 모든 시간이 주님 앞에서 잘 이기고 견디게 하옵소서’ 너무나 사랑했던 아이로부터 받은 이 일들을 경험하면서 주님을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그토록 사랑했던 루시엘에게 배신당하셨을 때 우리 주님은 어땠을까?’ ‘주님, 여전히 내 죄가 너무 크고 내 죄의 잔이 넘치나이다’ 아들을 통해 숨겨진 욕망들을 보게 하시고 내 죄를 보며 회개할 기회를 주시며 십자가를 붙들 수밖에 없는 내 인생 이제 주님께 맡기렵니다. 주님 이름 부르며 주님 이름 붙잡다 그리 주님께 날마다 서게 하옵소서.
오늘도 자기를 찾아 헤매는 아들을 잠잠히 바라보며 하나님 은혜로 이제 아들은 조금씩 제 자리를 찾아오면서 엄마의 가슴팍도 조금씩 넓혀져 가고 있음을 보게 됐다. 오래 참음도 견딤도 예배임을 알게 하시며 여전히 피시방을 전전하며 숨을 쉬고 잠을 자는 아들 모습 속에 그 펄펄 끓던 엄마의 욕심도 빠지고 일상이 가장 귀한 축복임을 알고 배우며 집에만 들어와 줘도 감사하고 함께 밥만 먹어도 감사하고 해맑게 웃어주는 그 웃음 띤 얼굴빛 그 빛깔만 보아도 엄마는 좋아서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 고맙다. 그리고 미안하다 아들아! 엄마때문에 수고하는 아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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