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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구체성
윤예은 편집국장  |  yoonye@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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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28  02: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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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을 것 같던 겨울이 지나고 반가운 손님이 왔다. 봄이다. 봄은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새 학기 시작을 알리는 한스트의 열정이 지나가고, 방학내 썰렁했던 학교가 학생들로 활기를 띤다. 학교에도 봄과 함께 여러 일이 출발선에 섰다. 장순흥 총장의 새로운 임기가 시작됐다. 총장인선 정관 개정에 대한 학내 구성원의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7년 만에 개정된 총학생회 회칙도 올해부터 적용된다. 이번 회칙 개정에서는 전학대회의 대의기구적 성격을 강화하고, 특별위원회를 통해 일반 학생이 전학대회에서 발언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드는 등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전학대회의 권한이 강화된 데 비해 이를 견제할 수 있는 기구인 평의회 관련 회칙은 개선되지 않았다. 3월 말 임시 총학과 임시 자치회의 역할이 끝나면 새로운 학생 대표도 선출해야 한다. 정식 학생 기구의 부재로 인한 불편은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이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봄이 마냥 가볍게 다가오지만은 않는 이유다.
한동신문도 봄을 맞아 새 단장을 했다. 이번 학기는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에게 다가가고자 판을 몇 가지 벌렸다. 한동신문이 가진 지면 발행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카드뉴스와 영상을 선보일 예정이다. 사회문화면이 한 면으로 합쳐지고 인물면을 새로 편성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타인에 대한 관심을 놓지 말자는 의미에서 마련한 자리다. 사회문화면에 조그마한 사회 단신도 마련했다. 한동신문을 읽는 독자들이 사회의 이슈들에 대한 정보도 챙겨 가기 바라는 마음에서다. 거창한 계획이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린다.
봄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건 추운 겨울에 대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겨울은 혹독했다. 겨우내 밖에 나가는 일이 망설여질 만큼 한파가 계속됐다. 두꺼운 외투로 막을 수 없는 칼바람도 시렸지만 마음이 시린 날도 많았다. 지진으로 당연하게 여겨졌던 일상이 무너졌고, 우리는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무력함과 두려움에 상처 입었다. 교내에서 발생한 불법촬영 범죄 이후 화장실에 갈 때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버릇이 생겼다. 그래도 불안은 떨쳐지지 않는다. 학교에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생겼다는 소식도 들린다. 한동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맞지 않는 사람은 다리나 머리를 잘라내거나 사지를 늘린다는 소문이다. 자신이 침대에 딱 맞는 사람이라는 것을 입증해야만 침대 위에 올라가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같이 침대 위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을 것 같다. “오라, 우리가 서로 변론하자”. 봄이 왔지만, 마음에 든 멍은 아직 아물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 오지 않는 봄을 기다리며, 여전히 겨울의 추위를 지나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 봄이 와도 지난겨울의 추위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그 겨울을 잊지 않고 기록하고 싶은데, 신문은 인간 삶의 구체성을 따라잡지 못한다. 신문은 객관성을 쫓느라 인간 삶의 구체성을 놓친다. 당신의 삶은 이리도 구체적인데, 우리의 언어는 그 구체성을 따라잡지 못하고 헛발질을 해댄다. 신문은 슬퍼도 슬프다고 쓸 수 없고, 아파도 아프다고 쓸 수 없다. 다만, 우리가 기록하는 사실이 삶의 구체성에 조금이라도 가 닿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이런 희망이 있는 한 우리는 포기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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