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은 올해 들어 가장 뜨거운 감자 중 하나일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주된 입장이 있다. 하나는 사용자의 입장에서 임금이 높으니 고용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고, 다른 입장은 노동자의 입장에서 열심히 일해도 만족스러운 보수를 얻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얼핏 보면 최저임금이 높아지면 부가 보다 잘 분배될 것처럼 보이고 부유한 사람들이 이를 반대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두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사람 중에 막노동을 하는 사람들이나 몸을 파는 사람들처럼 흔히 사회적 약자라고 분류되는 사람들이 왜 가난한지 생각해본 사람들은 별로 없어 보인다. 몸을 파는 사람들과 막노동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여러 가난한 사람들이 시급이 낮아 가난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이들은 특별히 사치하지도 않고 특별히 게으른 것도 아닌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일당 10만 원짜리 막노동 자리와 몸을 파는 자리는 매일 나는 것이 아니고, 돈을 버는 과정에서 다치고 병에 걸리기 쉽기 때문에 우리보다 많은 비용을 건강 유지에 투자해야 한다. 보편적 상식에서 이러한 문제가 최저임금을 인상한다고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최저임금이 실질적으로 약자들을 도울 수 없다고 해서 그것이 정의로운가에 대한 질문마저 묵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의 노동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생각해보자. 이에 대한 대답은 매우 간결하다. 우리가 한 시간 책상에 앉아서 받는 최저시급은 어느 나라에서는 하루 종일 광산에서 돌을 캐내야 받을 수 있는 돈이며, 커피 농장에서 일하는 아이들이 일주일을 뼈 빠지게 일해야 받을 수 있는 돈이다. 그 누구도 그 사람들의 피와 땀보다 우리의 사소한 귀찮음이 더 가치 있다고는 감히 말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가난한 이들이 있다고 우리까지 가난해지자는 말은 아니다. 적어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특권계층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우리가 착취한 것들에 대해 권리가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 권리가 우리의 노동에서 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그 착취의 분배가 노동의 대가라는 작위적인 형태로 표현될 필요가 있을까?
최저임금을 올리고 공무원을 늘린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와 비슷한 현상을 이미 겪은 바 있다. 바로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간의 차별이었다. 결국, 돈을 받는 자리가 귀해지면 그 수가 줄고 또 하나의 계층이 될 뿐이라는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워왔다. 최저임금을 높이지 말자는 말이 아니다. 다만 이것이 결코 정의로운 것도 아니고, 대단히 효과 있는 해결책도 아니라는 사실을 많은 사람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흔히 진영 논리라고 한다. 주변 사람들, 친한 사람들이 많이 주장하는 말들이 절대적으로 맞는 것처럼 보이고, 이것을 반대하는 사람은 뭔가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현실은 두 진영이 싸우고 있다면 대개 둘 다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잘못된 해결방안을 주장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편안하고 안락한 정의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최순호(전산전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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