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강을 한 달 남겨둔 시점에 지진이 났다. 진앙은 한동대와 불과 3km 떨어진 곳이었다. 재해 앞에서 인간의 계획은 부질없었다. 촘촘히 붙은 공연과 강연의 벽보들이 무상하게 벽에는 금이 쓱 가 있었다. 한동대는 학사일정을 모두 정지시키고 휴교와 자율학습 기간을 진행했다. 건물 보수를 위해 총학생회, 총동문회 차원에서 모금했고, 직접 학교로 후원이 오기도 했다. 한동대는 지역 사회로부터 복구의 손길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가 받은 모금을 지역사회와 나누기도 했다.
다시 돌아온 학교에는 ‘총학생투표’와 ‘학생총회’가 기다리고 있었다. 전 재학생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의사결정 절차인 ‘총학생투표’와 ‘학생총회’는 모두 기존 일정에서 뒤로 미뤄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공청회 일정을 12월 4일로 미뤘으며 총학생회는 학생총회 소집 일정을 12월 5일로 연기했다. 학생 사회는 지진을 채 내다보지 못했던 세칙과 회칙을 바탕을 이번 상황에 적용했고 토의를 통해 새로운 결정을 내리는 경험도 했다.
꽤 무거운 무게를 지닌 절차들임에도 불구하고 지진으로 모든 것이 구렁이 담 넘어가듯 지나가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다. 총학생회 회장단 후보 ‘힘’은 대부분의 선거운동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지진의 영향도 있으나 11월 2일부터 시작이었던 선거 운동 기간을 고려했을 때, 첫 거리유세가 14일 시작된 것은 다소 이해하기 힘들다. 공약집은 지진이 난 당일 오후 12시 경이 돼서야 한동대 재학생 지메일 계정으로 전송됐다. 채플 시간에 계획돼있던 총학생후보의 연설은 취소됐으며 중선관위는 후보의 연설 영상을 히즈넷 공지를 통해 공개했다. 힘의 공약 수는 역대 총학생회 대비 적었고 공약에 대한 실현 계획도 모호했다. 힘은 출마 각각 약 82개와 34개의 공약을 들고 왔던 2017년 총학 ‘기대’와 2016년 총학 ‘하늘’에 비해 적은 27개의 공약을 약속했다. 이 중 본지의 기자가 확인했을 때 공약의 상당수가 교내 부서와 담당 외부 기관과의 협력이 이뤄지지 않아 대부분의 공약이 실행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통일 분야 공약은 어떤 식으로 학생들의 수요를 파악해 준비한 것인지 궁금했다.
총학생회 회칙 개정안을 안건으로 한 학생총회가 화요일 밤에 소집된다. 총학생회 기대가 마지막까지 학생대표기구의 책임을 져버리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길 바란다.
한동대는 지진 대처를 통해 구성원이 자신의 자리에서 주어진 역할을 이해하고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러나 총학생회 회장단 후보는 다소 총학의 역할과 무게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듯하다. 공약 부족이 해결된다 하더라도 이 역할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는 해당 회장단 후보의 치명적인 결점이 될 것이다. 역할을 이해하는 것, 그것이 소통하고 대표하기 전에 이뤄져야 할 가장 주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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