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많을 글 기자들이 제게 지면을 양보해줬습니다. 지난 두 학기간 대학보도부 기자로서 기사를 썼다지만 이번 학기 미디어경영기자가 된 후 막상 글을 쓰려니 어색한 감이 있습니다. 한 학기간 한동신문사에서 색다른 경험을 했습니다. 사내 회계와 홍보를 맡았는데 사실상 단순 노동에 지나지 않는 일과였지만, 가끔 마주치는 냉담한 현실은 저에게 고민을 안기기도 했습니다.
몇 주 전 ‘한동신문은 왜 이렇게 학교의 나쁜 점만 보도하냐’는 말을 들었습니다. 딱히 생각나는 말이 없어 웃으며 넘겼습니다. 그런데 이 말이 제 마음에 닿아 그간 저와 같이 살았습니다. 사실 학교의 부주의함과 학생 자치기구를 점검하는 기사를 내는 한동신문이 곱게 보일 리 만무합니다. 학교와 학생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이들을 ‘사랑으로 품어주지는’ 못할망정 잘못만 꼬집고 있으니까요. 이렇게 보면 제 기자 수첩의 제목이 ‘욕하는 집단’이 돼야 할 듯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글이 욕을 먹더라도 끝까지 한동신문이 욕먹는 집단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언론’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단어를 적어보라고 한다면 ‘사실 보도’, ‘독립’, ‘중립’, ‘객관성’ 등의 답이 나올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듯합니다. 하지만 웬일인지 저를 포함한 대중들은 언론을 통해 보는 현실을 불편하게 느낄 때가 많습니다. 따지고 보면 종일 사건사고만 다루는데 평온해지는 것도 이상합니다. 그렇게 언론이 사실을 보도해주기 바라면서도 내 심기에 불편하지 않은 말을 해주기 바랍니다. 그래서 각자 선호하는 언론사가 있는 것이겠지요. 나와 같은 의견을 가지는 쪽에 마음이 쏠리니까요. 그것부터 이미 언론은 객관적이라는 전제가 사라진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자를 꿈꾸는 제게 ‘어느 언론사를 가고 싶냐’는 물음이 ‘어떤 사상을 갖고 있냐’로 들리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이쯤 되니 언론은 최소한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대학 언론인 학보사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학보사는 학교에 종속돼 있으면서도 학교에 대한 객관성을 가져야 한다는 기대를 받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왕이면 ‘학교의 입장’과 같았으면 하는 기대를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학보사가 어떠한 입장을 취한다면 그 입장이 말하는 바가 무엇이든 객관성이나 독립, 이러한 단어들과는 멀어질 겁니다. 한동신문은 누군가의 입장을 대변하는 통로도 아니고 그저 소식지를 만드는 동아리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동신문사는 사칙 제1장 제1조에 따라 학내 모든 행사와 활동 및 학내의 건설적인 의견과 비판을 수렴해 이를 정확하게 전달함으로써 건전한 대학문화 창달에 이바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존재할 뿐입니다.
좋은 소식은 쉽게 회자되고 그것을 전달해줄 사람은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일의 씨앗을 그저 땅속에 묻어 좋은 열매가 자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는 한동신문이 독자들의
좋은 욕을 먹고 자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나쁜 욕을 먹고 자라 최소보다 조금 더 나은, 객관성을 확보해가는 집단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저작권자 © 한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