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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유설완 기자  |  yusw@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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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05  23:2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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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한국여성민우회 등 전국 범시민단체 회원들로 구성된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낙태죄 폐지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해당 기자회견에서 공동행동은 “낙태와 출산을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리는 여성에게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10월 30일 ‘낙태죄 폐지 청와대 청원에 대한 의견서’에서 사단법인 ‘낙태반대운동연합(이하 낙반연)’은 낙태죄 폐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의견서에 낙반연은 ‘낙태는 자궁 시술이 아니라 자궁 속 아기에 대한 시술이다. 그래서 낙태를 반대한다’라며 ‘성관계라는 원인을 선택하면서 결과인 임신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은 옳지 않은 행동방식이다’라고 명시했다.

   
▲ 그래픽 김정은

현행법 속 임신중절

현행법상 낙태는 불법이다. 낙태는 임산부가 자연분만에 앞서 태아를 모체 밖으로 배출하는 행위를 말하며 모체 내에서 약물 등에 의해 태아를 살해하는 경우도 포함한다. 낙태를 한 자는 *형법 269조와 270조에 따라 처벌받는다. 원칙적으로 낙태는 금지되지만 예외도 있다. 모자보건법에서 임신 24주 이내에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는 예외 사유를 두고 있다. 모자보건법의 예외사유로 ▲본인 또는 배우자가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본인 또는 배우자가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하여 임신한 경우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간에 임신한 경우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8월 형법 269조 제1항(이하 자기낙태죄)과 270조 제1항(이하 동의낙태죄) 위헌법률 심판에서 합헌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비례의 원칙에 따라 자기낙태죄 조항이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절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충족하였기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자기낙태죄 조항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기에 입법목적이 정당함을 밝혔다. 헌법재판소 판결문에서는 “태아가 그 생명의 유지를 위하여 모에게 의존해야 하지만, 그 자체로 모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태아에게도 생명권이 인정되어야 한다”라고 명시했다. 헌법재판소는 낙태를 금지하는 것이 태아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적절한 방법임을 밝혔다. 헌법재판소 판결문에서는 “성교육과 피임법의 보편적 상용, 임부에 대한 지원 등은 불법적인 낙태를 방지할 효과적인 수단이 되기에는 부족하다”라고 명시했다. 헌법재판소는 낙태를 처벌하거나 가벼운 제재를 가하면 현재보다 더 낙태가 만연하게 되어 형법의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음을 우려했다. 헌법재판소는 낙태를 금지하는 것이 최소침해원칙에 따라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보지 않았다. 임부는 모자보건법에서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 태아의 생명권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헌법재판소 판결문에서 “임신 초기의 낙태나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지 아니한 것이 임부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명시했다. 헌법재판소는 태아의 생명권이 산모의 자기결정권보다 우선한다고 판결했다. 헌법재판소 판결문에서 “사익인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자기낙태죄 조항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에 비하여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다”라고 명시했다.
하지만 판결문에 대한 반대의견과 비판도 존재한다. 당시 위헌법률심판에서 반대를 표명한 재판관 4명은 ▲피해의 최소성 위배 ▲갖추지 못한 법익의 균형성을 이유로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재판관들은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전면적,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최소성 원칙 및 법익의 균형성에 위배된다고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헌법재판소 반대의견에서 “임신 초기의 태아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반면, 임신 초기의 낙태는 시술 방법이 간단해 낙태로 인한 합병증 및 모성 사망률이 현저히 낮아지므로 임신 초기에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낙태를 허용해 줄 여지가 크다”라고 명시됐다. 또한 재판관들은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중시했다. 헌법재판소 판결문에서는 “사문화된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달성하려는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은 더 이상 달성되기 어렵다.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제한되는 사익인 임부의 자기결정권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어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갖추지 못하였다”라고 명시했다.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결에 대해 ▲생명권과 자기결정권의 대립 구도 ▲불분명한 태아의 생명권을 바탕으로 한 비판도 있다. 태아와 임부가 한 몸으로 존재하지만 임부와 태아는 대립하는 개별적 존재로 여겨질 수 없다는 것이다. 낙태죄 폐지 결의 범시민사회단체는 기자회견문에서 ‘임신 지속 여부에 대한 여성의 판단은 태아가 살아갈 삶의 조건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라고 명시했다. 또한, 부산대학교 이선순 법학박사의 논문『낙태 논쟁 속 법담론의 탈관계성 비판: 낙태죄 헌법소원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생명권과 자기결정권의 대립 구도에서 ‘태아의 생명’에 보내는 법의 절대적 지지 담론은 비교되는 권리들을 모두 무력하게 함으로써 오히려 현실에 토대를 둔 법적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경향이 있다.
임신 초기 태아를 헌법상 기본권의 주체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서울시립대학교 강사 남정아와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성경 교수의 논문『형법상 낙태죄 처벌규정의 위헌성에 대한 재조명』에 따르면 임신의 전 기간에 걸쳐 임신 여성과 태아의 관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구체적인 합리성이 결여된 것으로 봤다. 독자적인 생존능력을 갖추지 못한 태아를 국가가 생명으로 혹은 미래의 사람으로 간주하여 국가의 생명보호 의무를 임신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우선시키는 것을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헌법에 명시돼 있지 않은 생명권과 자기결정권은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생명권의 가치에 대하여 언급할 뿐 헌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밝히고 있지 않다. 대신 헌법재판소 1996년 11월 28일 사형제도 합헌성 여부 판결에 생명권은 헌법에 규정된 모든 기본권의 존재로서 기능하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라고 판시했다. 동의과학대학교 이병규 법학박사의 논문『낙태에 대한 헌법적 논의』에 따르면 생명권은 헌법 제10조 및 제12조에 찾거나 헌법 제37조 제1항에서 찾는 등 다양한 견해가 있다. 또한,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은 자기결정권의 근거조항이 되는 만큼 태아의 생명권과 산모의 자기결정권의 근거조항이 된다는 모순이 있다고 언급했다.

소외 받은 권리, 여성의 자기결정권

자기결정권의 개념에서 보면 *임신종결권은 여성의 권리에 속한다. 헌법 제10조에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명시돼 있다. 헌법 제10조를 근거로 개인은 사적인 영역에서 국가의 간섭 없이 스스로 성적 자기결정권, 생명, 신체 처분에 대한 결정권, 피임결정권 등을 보장받게 된다.
일각에서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지키기 위해 형법 269조와 270조 폐지를 주장한다. 현행법에서는 태아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임부의 임신종결권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임부의 임신종결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계명대학교 법학과 김종세 교수의 논문『낙태와 헌법상의 근본 가치: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에 따르면 임부는 누구보다도 자녀의 출산 후 여건을 가장 잘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이다. 따라서 법은 여성들의 이러한 낙태 결정에 첫째의 우선권과 신뢰가 주어져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미국의 경우 태아의 생명권보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우선한다. 1973년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임신 후 3개월 이내의 임신종결은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대신 임신 3개월 이후에는 국가가 임산부의 건강 보호와 합리적으로 국가의 이익과 연결되는 범위 안에서 낙태에 대해 규제할 수 있다. 미국에서 임신 종결할 권리는 헌법상 보장된 사생활(Privacy) 권리에 속한 것으로 해석한다. 게다가 태아는 헌법상 ‘사람(Person)’으로 인정되지 않아 *수정 헌법 제14조에 의해 보호되는 사람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불법낙태와 원치 않는 임신 사이에서

원치 않는 임신에 여성들은 불법 임신중절수술을 선택하기도 한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 여성들은 다양한 이유로 불법 임신중절수술을 받는다. 가족계획, 미혼모, 미성년자 등 2005년 보건복지부에서 5,83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및 종합대책수립’에 따르면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한 가장 큰 이유는 ‘더이상 자녀를 원하지 않아서’에 2,438명(41.8%)이 응답했다. 다음으로 ‘미성년자 혹은 혼인상의 문제’가 2,366명(40.5%)으로 나타났고 다음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675명(11.6%)으로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모자보건법에 임신중절수술에 대한 예외가 있지만 사유가 지나치게 협소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OECD 회원국 중 본인 요청에 의해 임신종결이 가능한 나라는 총 25개국으로 그중 7개국은 상담을 의무화하고 있다. 임신종결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나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10개국이 있다. 그중 일본, 영국 등의 4개국은 임신중절수술을 금지하지만 임신의 지속이나 출산이 임산부 또는 가족의 사정을 위태롭게 할 ‘사회·경제적’ 사유를 예외로 인정한다. 한국이 포함된 나머지 6개국은 사회·경제적 사유를 인정하지 않는다.
불법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받는 여성은 건강권을 침해받을 수 있다. 불법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받는 여성들은 정해지지 않는 고비용 시술은 물론이고 제대로 된 상담조차 받지 못한다. 불법으로 음지에서 수술을 받다 보니 국가에서는 제대로 된 실태 파악조차도 어렵다. 2010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 따르는 2010년 인공임신중절 전체 추정 건수는 168,738건이며 당시 합법적인 인공임신중절 건수는 10,829건이다. 합법적인 수술을 받는 비율은 6.4%로 대부분의 여성은 불법 인공임신중절수술을 받는다. 한편 1989년에서 2009년까지 20년간 한 해 평균 40건이 불법 낙태로 입건되지만 기소되는 건수는 한 해 평균 5.6건으로 현재 형법은 사문화돼 있다.

   
▲ 자기결정권에 대한 문구가 여성의 몸에 적혀있다. 사진제공 2017.한국여성민우회, 혜영

생명을 지키기 위한 주장

일각에서는 여성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낙태를 반대한다. ▲임부의 출산할 권리 ▲태아의 생명권이 낙태가 합법화되면서 침해받을 수 있다. 낙태가 합법화되면 낙태를 원하지 않는 여성을 보호하기 어렵다. 현행 낙태 금지법은 출산을 원하는 여성을 보호하는 법적 장치이기 때문이다. 낙태반대연합 최정윤 사무처장은 “주변 남성 혹은 가족들에게 낙태를 종용받는 여성들이 종종 상담받으러 와요”라며 “만약 낙태죄가 폐지 된다면 이들을 보호할 법적 수단이 사라지는 거에요”라고 말했다.
태아의 생명권을 지키기 위해 사회·경제적 사유로 낙태하는 것을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모자보건법의 예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유로 낙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최 사무처장은 “모자보건법의 예외사유를 더 현실적으로 개정하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낙태 예외 사유에 사회, 경제적 이유가 포함되는 것은 낙태를 전면 합법화하는 것이다”라며 “사회·경제적 사유로 낙태하는 것에 반대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생명에 대한 존엄이 사회적 합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도 있다. 낙태 금지법이 시대의 변화 혹은 정치적 힘으로 폐지 되는 것을 경계한다는 것이다. 최 사무처장은 “낙태를 해도 되느냐 안 되느냐는 개인의 취향이나 견해, 또는 대중의 여론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낙태죄 논란, 정부에게 묻다

청원으로 시작된 낙태죄 논란 속에서 정부는 입장을 밝혔다. 2017년 9월 30일부터 10월 30일까지 30일간 235,372명이 청와대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 *미프진(Mifegyne) 합법화’ *국민청원에 참여했다. 청원에는 ▲불법 피임약 성행 ▲불법 낙태 수술의 위험성 ▲여성건강 등을 이유로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 합법화를 주장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는 국정 현안과 관련해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 답한다. 조 민정수석은 ▲생명권과 자기결정권의 대립 구도의 한계 ▲여성의 건강을 위협하는 처벌 강화 위주 정책 ▲임부를 위한 정부의 대책을 바탕으로 청와대 입장을 대변했다. 조 민정수석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제로섬으로는 논의를 진전시키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사회가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가치이기 때문에 *임신중절의 완전 허용 또는 완전 금지라는 대립 구도를 넘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조 민정수석은 “임신중절의 처벌 강화 위주 정책으로 여성의 건강권 침해 가능성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임신중절의 처벌로 불법 시술이 양산되고 고비용 시술비, 해외 원정 시술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현행법은 불법 임신중절에 대한 책임을 모두 여성에게만 묻고 국가와 남성의 책임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번 청원을 계기로 법제도 현황과 논점을 다시 살펴보고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조 민정수석은 “임신중절 실태조사 시행을 통해 현황과 원인을 파악하고 결과를 토대로 논의할 예정이다”라며 “청소년 피임 교육 체계화, 여성가족부 산하 건강가정지원센터를 통해 당사자에게 전문상담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신중절: 인공임신중절이라고도 하며 태아가 모체 밖에서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시기에 태아와 그 부속물을 인공적으로 모체 밖으로 배출시키는 일이다.
*형법 269조: 부녀가 약물 및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270조: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비례의 원칙: 과잉금지 원칙이라고도 하며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은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절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을 준수해야 한다. 일반적인 판례와 학설에 따라 이를 위배할 경우 위헌으로 간주한다.
*미국 수정 헌법 14조: 미국 내에서 출생한 모든 사람, 귀화한 모든 사람은 미국 시민권을 갖는다.
*미프진(Mifegyne): 미프프리스톤(Miferpristone)의 약칭으로 1998년 프랑스에서 개발된 경구용 낙태제이다.
*국민청원: 국민이 국가기관에 대하여 일정한 사항을 문서로써 진정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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