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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공간이 공예작가의 둥지가 되다
신명섭 기자  |  shinms@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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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07  21: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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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땅 밑에는 25개의 지하상가가 존재한다. 과거 지하상가는 축구장 20개에 달하는 면적을 자랑할 만큼 성황을 이뤘지만 90년대 외환위기 후 점차 찾는 사람이 줄어들었다. 결국, 사람이 찾지 않자 지하상가의 빈 점포들은 늘어났다. 이에 서울문화재단에서는 서울의 한 지하상가 빈 점포를 예술가의 창작공간으로 재활용했다. 바로 공예작가를 위한 창작공간 ‘신당창작아케이드’다.

지하 공간이 예술의 공간으로

신당창작아케이드는 서울 중앙시장 내 신당 지하쇼핑센터의 일부를 재개발해 만든 창작공간이다. 신당 지하쇼핑센터는 70~80년대 호황을 누리다가 80년대 중반 이후 주변의 재개발과 대형마트 입주로 인해 상권의 80%를 잃었다. 몇몇 점포만 남아있던 신당 지하쇼핑센터는 2009년 서울문화재단의 사업으로 공예작가를 위한 신당창작아케이드로 탈바꿈했다. 신당창작아케이드에는 공동작업장을 시작으로 나란히 창작공방이 있으며 듬성듬성 가게들도 있다.
신당창작아케이드는 공예작가의 작업공간과 지역 거점형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총 51개의 창작공간은 창작공방, 사진실, 세미나실, 공동작업장 등으로 쓰인다. 30~40명에 가까운 공예작가가 매년 창작공간에 입주해 지낸다. 공예작가는 개인이 구매하기에는 비싼 장비가 배치된 공동작업장을 이용한다. 공동작업장에는 전기 가마, 물레, 컴프레서 등의 장비가 배치돼 있다. 신당창작아케이드 황현정 대리는 “신당창작아케이드는 공예작가들에게 작업공간과 장비를 빌려주는 창작공간이다”라며 “신당창작아케이드는 다른 창작공간보다 많은 수의 창작공방을 제공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신당창작아케이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매년 칠보 체험 등의 공예체험프로그램을 통해 문화공간으로 쓰인다.
신당창작아케이드는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다른 창작공간과 달리 창작공방이 개방돼 있다. 창작공방은 유리 벽으로 돼 있어 안에서 작업하는 공예작가의 모습과 공예품을 밖에서 볼 수 있는 구조다. 황 대리는 “저희는 작업공간을 오픈해서 일상적으로 마주치고 생활하는 환경이다”라며 “공예작가들이 작업하는 환경을 보거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라고 말했다. 공예품의 경우 유리 벽으로 설치된 전시 공간 ‘신당 쇼윈도’에 전시돼 있다. 신당 쇼윈도에선 대략 10일간 입주 공예작가의 작품이 번갈아 전시된다.

   
▲ 신당창작아케이드 기둥에 그려져 있는 작가들의 작품. 윤예준 사진기자 yunyj1@hgupress.com

공간의 변화가 있기까지

신당창작아케이드의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개소 당시에는 많은 전문가로부터 과연 지하상가가 창작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황 대리는 “개소 당시에는 공예작가들을 어떻게 지하상가로 불러모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많았다”라고 말했다. 신당창작아케이드가 알려지고 시장에 관광객이 모이자 시장상인이 장사를 접는 일명 ‘*젠트리피케이션’도 발생했다. 중앙시장과 지하상가에서 장사가 잘 돼 옆 가게를 사거나 임대료가 올라 가게를 팔고 장사를 접은 상인들이 있었다.
초창기 관계자들의 걱정과 달리 많은 공예작가가 신당창작아케이드에 입주했다. 공예작가가 신당창작아케이드에 모인 이유에는 위치적, 경제적인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신당창작아케이드의 위치적 장점은 서울 도심의 중앙인 중구에 있다는 점이다. 공예작가는 주위의 서울평화시장, 서울풍물시장, 동대문종합시장 등에서 공예품에 필요한 재료를 구할 수 있다. 또한, 신당창작아케이드는 공예작가 지원에 집중해 공예작가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창작에만 집중하도록 돕는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황 대리는 “예술계는 유명인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해 작업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라며 “이를 해결하고자 저희는 예술가에 대해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9년간 이어나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신당창작아케이드에서는 개인이 구매하기 비싼 장비 대여, 사진실 대여부터 공예작가의 포트폴리오 점검과 워크숍 운영 등을 이뤄진다. 황 대리는 “공예작가들이 스튜디오를 가서 공예품을 촬영하면 경제적인 부담이 되기 때문에 공예작가들을 위해 사진 워크숍을 진행해서 본인이 직접 자신의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라고 말했다. 입주 공예작가뿐만 아니라 신당창작아케이드는 청년공예작가에 대한 지원사업도 진행한다. 신당창작아케이드는 창작활동비 지원, 전시 참여 기회 제공 등의 사업을 통해 청년작가의 예술생태계 진입 및 성장을 도우며 청년작가에게 데뷔 및 창작기회를 제공한다. 이처럼 신당창작아케이드는 공예작가에 대한 다양한 지원을 통해 초반의 우려와 달리 공예작가의 보금자리로 거듭났다.
한편, 젠트리피케이션 발생 이후 2012년부터 신당창작아케이드는 ‘상인이 즐거운 시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재래시장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재래시장 프로젝트 중 하나인 ‘마음차’ 프로젝트는 공예작가들이 시장상인들에게 차를 나눠주며 서로의 소식을 주고받는 프로젝트다. 이를 통해 공예작가와 시장상인들은 교류하며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됐다.

   
▲ 창작아케이드 공간에서 작업하는 이재훈 작가의 전시회가 'Shape of Light'라는 제목으로 열리고 있었다. 윤예준 사진기자 yunyj1@hgupress.com

창작공방에서 꿈을 펼치는 예술인

신당창작아케이드의 입주 공예작가는 창작공방에서 작품을 만들며 자신들의 꿈을 키워간다. 중국에서 온 진 샤오이(金小艺 28) 작가는 금속과 가죽을 이용해 가구를 만드는 공예작가다. 진 작가는 중국 장춘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과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제품디자인을 전공했다.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니며 가구에 관심을 두게 됐다는 진 작가의 대표작품은 의자다. 진 작가는 금속으로 된 틀과 가죽과 금속 링을 이어서 사람이 앉을 수 있게 만들었다. 진 작가는 “‘Bring nature home’이라는 컨셉을 가지고 꽃잎과 새 둥지를 형상화한 의자를 만들었다”라며 “가구를 통해 사람이 편하게 사는 집과 가구 브랜드를 만드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진 작가는 신당창작아케이드에 입주해 작품활동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의 짐을 덜었다. 공예작가는 공예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경제적 부담을 갖는다. 이에 앞서 말했듯이 신당창작아케이드에서는 공예작가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다양한 지원이 이뤄진다. 진 작가는 “주변 분들을 보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다른 일을 병행하는 사람이 많다”라며 “저도 소규모 디자인 프리랜서, 인테리어 컨설팅 등의 간단한 일을 하지만 신당창작아케이드에 입주해 경제적 부담을 덜었다”라고 말했다.

   
▲ 창작아케이드 안에 있는 작가의 작업실. 통 유리를 통해 작업실이 훤히 보인다. 윤예준 사진기자 yunyj@hgupress.com

신당창작아케이드에서 함께하는 공예작가

신당창작아케이드의 또 다른 장점은 다양한 분야의 공예작가들이 함께 있다는 것이다. 신당창작아케이드에서는 공예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살펴볼 수 있다. 오유미(38) 작가는 옻칠 공예작가로 다른 공예작가와 함께 나전칠기의 색깔에 대해 연구작업을 한다. 오 작가는 옻칠을 통해 레이스 질감을 나타내는 ‘레이처’라는 공예품을 전시한다. 전통누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김보람(35) 작가는 컵 받침과 복주머니 등을 만들고 있다. 김 작가는 “간단한 컵 받침에서도 일상적인 아름다움을 사람들이 느꼈으면 좋겠다”라며 “한국적인 미를 살려서 해외전시나 해외시장을 목표로 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신당창작아케이드에서 금속, 섬유, 나전칠기, 도예 등 분야가 다르지만 공예작가들은 공예라는 공통된 공감대를 형성하고 모인다. 공예작가들 간의 네트워크가 활성화돼 있어 함께 연구모임, 공동전시, 전시회 부스 운영 등의 교류를 한다. 오 작가는 “예술가로 살아가는 사람들끼리 모여 있어 서로가 힘이 되고, 교류도 가능하고, 힘들 때 공감대가 형성돼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장점이 있다”라며 “불안정한 생활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 덜었다”라고 말했다. 진 작가는 “여기는 서로가 배울 수 있는 공간이고 좋은 관계를 맺어 갈 수 있다는 좋은 이점이 있다”라며 “좋은 공간에 계속 있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자칫 사람들에게 잊힐 뻔한 신당 지하쇼핑센터는 공예라는 문화를 통해 신당창작아케이드로 다시 살아났다. 살아난 지하상가는 다양한 분야의 공예작가끼리 서로를 도와 함께 작업해 활기 있는 장소가 됐다. 신당창작아케이드에서 공예작가들은 창작 활동을 하며 자신의 꿈을 키워 나갔다.

*젠트리피케이션: 낙후된 구도심이 활성화되면서 사람들과 돈이 몰리고 결과적으로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

신명섭 기자 shinms@hgupress.com

신당창작아케이드
주소: 서울 중구 마장로 87 신당 지하쇼핑센터 내
문의: 02-2232-8831~4/www.sfac.or.kr
이용시간: 평일 09:00~20:00
교통편: 서울 지하철 2호선, 6호선 신당역 하차/1,2번 출구 이용(도보 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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