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월 달력에는 일주일 전체가 빨갛게 칠해졌다. 전례 없던 긴 휴일은 각자에게 다른 무게로 다가왔다. 누군가에겐 바쁜 학기 중 숨을 돌릴 기회였으며 누군가에겐 법정 휴일과 설을 제하고 직장에서 허용하는 유일한 휴일이었다. 또한, 누군가에겐 돌아갈 집 없어 생활관에 남아 시간을 보내야 했던 서러운 시간이었다.
2015년 이래 매 추석 연휴에는 국제관이 개방됐다. 연휴에는 기숙사를 폐관하는 것이 일반적인대학 기숙사 운영방침이나 생활관 운영팀은 연휴 동안 한국에 집이 없는 외국인 학생들을 고려해 국제관을 개방해왔다. 그 결과 지난 2년간 약 50명의 외국인 학생이 추석 연휴를 학교에서 보냈다. 그러나 생활관 개방으로 끝나는 문제는 아니었다.
연휴 기간 학교는 무인도에 가깝다. 9월 30일부터 10월 7일까지 버스를 포함한 거의 모든 편의시설의 운영이 중지됐다. 그나마 이번 학기는 이례적으로 전 생활관이 개방됐으며 편의점이 연휴 기간에도 영업을 계속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오전 11시부터 저녁 7시까지라는 한정된 시간에만 이용할 수 있었다. 영업시간 이전 혹은 이후에 무언가가 필요하면 약 6000원에 해당하는 택시비를 들여 양덕으로 나가야 했다.
또한 국제관은 비상사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지 못했다. 기존 연휴와 달리 당직 근무를 서는 생활관 간사가 생활관 내에 있었으나 외국인 학생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국제관 전반을 이해하는 간사는 근무하지 않았다. 연휴 내 적용됐던 엄격한 출입통제가 응급 상황에서 장애로 작용하기도 했다. 기존에 벌점을 받고라도 출입할 수 있었던 생활관 출입문은 오전 1시부터 6시까지 폐쇄됐다. 폐쇄 시간 안에 응급상황이 발생했으나 야간 경비가 문을 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국제처와 학생처는 외국인 학생의 연휴 기간 일어나는 복지 및 생활 전반에 대한 지원을 보강해야 한다. 국제처가 진행한 하나로마트 가기 행사는 취지는 좋았으나 특수성의 성격이 떨어졌다. 또한, 긴 연휴로 인해 총학생회의 홈스테이 사업은 진행되지 않았다. 현재 한동대와 교류하고 있는 미국대학 대다수는 추수감사절에 프로그램 없이도 재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홈스테이를 하고 있다. 한동대 또한 홈스테이 문화를 전반에 퍼트리기 위해 학생들에게 어드밴티지를 주는 등의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한편, 외국인 학생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설운 연휴를 보내는 또 다른 이들이 생겼다. 한동대 내 노동자들이다. 이번 학기 학교 당국이 갑작스럽게 생활관 개방을 결정하면서 한동대 내 노동자의 근로시간과 날짜는 갑작스럽게 늘어났다. 이쯤 되면 누군가의 희생은 꼭 필연 같아 보인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연휴를 보장하거나 외국인 학생의 연휴를 보장하라고 양자택일로 들이밀 문제가 아니다. 한동대는 연휴 기간 일할 수 있는 대체 인력을 구하는 등 한동대 구성원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철저한 연휴 기간 계획을 세워야 한다. 누군가의 설운 연휴를 구하기 위해 다른 이의 설운 연휴를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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