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가 자랑하는 팀 제도, 현재 우리의 팀 모임은 어떤 모습일까. 팀 모임을 잘 꾸려나가는 팀도 분명 있지만 정해진 시간을 때우기에만 급급한 팀들 또한 많다. 자율성이 부여된 팀모임은 각종 게임으로 이뤄지며 근로의무는 학생지원팀이 제작한 리스트에 있는 업무 중 가장 쉬운 것을 뽑아 행해지기 일쑤다. 각종 축하와 파이팅은 진심보다는 형식과 의무감에 의해 이뤄지기도 한다. 팀 내에서는 새내기와 새내기 섬김이가 팀 분위기를 띄워야 한다는 불문율과 팀장을 비롯한 임원들 위주로 업무가 가중된다. 자칫하면 누군가는 희생해야 하나, 그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시간이 되기 쉬운 시간이 바로 팀모임이다.
‘1995년은 한동이라는 광야에 모인 우리 모두에게 대단히 충격적인 해였다. 400명 남짓한 학생들과 20여 분의 교수님들이 모여서 하나에서 열까지 우리만의 문화를 만드는 기간이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시절에 우리가 가장 많이 입에 담았던 단어는 ‘비전’과 함께 ‘충격’이라는 단어였을 것이다.’ 박혜경 교수님이 갈대상자에서 한동대의 초기를 추억하며 적은 글 중 일부다. 다소 낯간지럽지만 이것이 과거 팀모임의 모습이었다. 과거 한동대의 팀 제도는 자발성을 띠고 있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교수님들은 생활관을 돌며 담당 학생들을 직접 방문했고 학생들의 생일 파티에 참석했다. 팀모임 시간에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한동대가 가야 할 가치와 자금난에 대해 논의가 이어졌다. 근로의무(워크듀티)는 강의동 하나에, 가구도 얼마 없었던 학교에 본인들이 앉을 벤치를 직접 만드는 의미 있는 활동이었다.
원인은 무엇일까? 갈대상자에서 아름답게 그려졌던 비전과 가치를 나눴던 초기의 팀모임은 어디로 가고 가기 싫어지고 불편한 팀모임만 남았을까? 학교는 자리를 잡았고, 세상은 변했다. 당시 선배들이 벽 등 밑에서 나눴던 새로 태어난 한동대의 정체성 얘기를 나누며 밤을 새웠다면, 현재 학생들은 형광등 스탠드 밑에서 본인이 직면한 위기에 대해 얘기한다. 더 이상 학교는 생활고에 시달리지도 않고, 가구도 많이 생겼다. 할 것도 많았고 얘기할 것도 많았던 팀 모임 시간에 무엇을 할지 애매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변화를 받아들이고 마땅히 개혁할 때다. 몇 팀이 대안적인 팀 모임을 시도했다는 것이 들린다. 학외 강사를 초빙해 새로운 활동을 하기도 하고, 학생들이 잘하는 분야를 하나씩 맡아 팀 내 문화강좌를 열기도 한다. 한동대의 가치를 넘어 세계의 가치를 고민하며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는 문화적 욕구가 올라간 현 상황을 반영한 팀 모임들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연스럽고 의미 있는 교제를 할 수 있다.
문제는 개인적인 팀 차원이 아니라 전체적인 차원에서의 변화는 어떻게 끌어내냐는 것이다. 총학생회가 한동 아고라를 개최하고, 학생지원팀이 ‘한동문화 개선을 위한 팀별 토론’을 개최해도 당사자들이 관심과 필요를 느끼지 않으면 전체적인 변화는 이뤄질 수 없다. 현재 마땅한 답은 없다. 다만 끊임없이 소소한 변화들이 다른 팀으로 번져나가길 기대해볼 뿐이다. 또한 의미 있는 도전을 하는 팀들을 독려하는 제도적 차원의 접근 계속돼야 한다. 현재 한동대학생들이 청년으로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직면한 문제를 마주하는 팀모임을 기대한다. 또한 진정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교제할 수 있는 시간의 팀모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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