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기자·아나운서·PD 등은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총파업 현장에 모였다. 공영방송은 문화방송(이하 MBC)과 한국방송공사(이하 KBS), 한국교육방송공사(EBS)로 공공기관이나 공공기업체에서 운영하는 방송을 말한다. 지난 4일 시작된 총파업에서 언론인이 수첩과 펜이 아닌 시위 피켓을 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영방송, 지금까지의 행적

공영방송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는 방송을 말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한 2008년, 대한민국 공영방송사 MBC와 KBS는 정부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뉴스를 보도했다.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광우병으로 중단됐던 미국산 소고기 수입 협상을 다시 체결하자 MBC는 열흘 후 <PD 수첩>을 통해 ‘미국산 소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를 보도했다. KBS 탐사보도팀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 장관후보자에 대한 의혹을 석 달에 걸쳐 23건 보도하며 인사검증 했다. 언론정보문화학부 주재원 교수는 “공영방송은 국민의 공공재인 전파를 이용해 보도한다”라며 “공적이고 보편적이며 정부를 견제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공영방송은 뉴스 보도에서 꾸준히 정부의 간섭을 받아왔다. 지난 1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언론노조 KBS본부)는 2010년 6월 국정원에서 청와대에 보고한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 쇄신 추진 방안’ 보고서의 일부 내용을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는 기자와 PD들의 정치성향을 분석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MBC 역시 정부의 개입이 있었다. 2010년 3월 국정원이 작성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 보고서에는 MBC 장악 계획이 적혀 있다. MBC 장악 계획은 인사개편, 노조 무력화, MBC 민영화 등 세 단계로 계획됐다. 그 중 첫 단계는 MBC 김재철 전 사장에 의해 실현됐다. MBC 김재철 전 사장은 2010년 취임 후 한 달도 되지 않아 19개의 지역사와 9개 자회사, 총 28곳 중 22곳의 사장을 바꿨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집권 당시 MBC에서는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MBC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관해 *‘태블릿PC 조작 의혹’ 보도를 했다. 또한, MBC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에 탄핵반대 집회에 참여한 사람이 천오백만 명이라는 오보를 내기도 했다.
MBC와 KBS가 비판적인 논조의 뉴스를 보도하지 못하게 된 이유에는 정부뿐만 아니라 내부적 억압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언론노조 MBC본부)의 성명서에 따르면 MBC 김장겸 사장은 노조원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왜곡 보도를 항의한 기자에게 징계 또는 부당발령을 했다. MBC에서 해직된 언론인은 10명, 비제작부서로 부당발령된 경우는 200여 건이다. KBS의 경우, KBS 고대영 사장은 민주당 비공개회의가 공개된 ‘KBS 민주당 도청 의혹’의 배후자로 지목됐다. KBS 고대영 사장은 ‘일간베스트 저장소’회원 보도국 발령 논란이 있었으며 KBS 매체 비평프로그램인 <미디어 인사이드>, <뉴스 움부즈맨>을 폐지해 KBS 뉴스의 신뢰성을 떨어트렸다.

공영방송의 정상화에 나선 이들

앞선 일련의 사태로 언론노조 KBS본부와 언론노조 MBC본부가 ‘방송의 날’인 9월 3일 다음 날 4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언론노조 KBS본부와 언론노조 MBC본부는 MBC 김장겸 사장과 KBS 고대영 사장의 경영진 퇴진을 외치고 있다. 언론노조MBC본부는 MBC 김장겸 사장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발했다. 언론노조KBS본부는 ‘KBS 민주당 도청 의혹’에 대한 재수사를 검찰에 요청했다.
KBS에서 근무하는 박인석 KBS PD와 2012년 총파업 이후 *비제작부서를 전전한 이재훈 MBC 기자, 그리고 창원 KBS의 심인보 KBS 아나운서가 생각하는 이번 총파업에 대해 들어봤다.

▲ 장민용 사진기자 jangmy@hgupress.com

Q 자기소개 부탁한다.

박인석(이하 박): KBS 예능국에서 8년 차 PD로 근무 중이다. 2010년 11월 KBS에 입사했고, 한동대 출신으로 처음 KBS 서울본사에 들어갔다. KBS의 정상화를 위해 총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Q KBS 총파업 현장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 언론노조 KBS본부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 2주(2017년 9월 15일 기준)가 지났다. 촬영현장과 편집실에 가는 대신 동료들과 집회현장에 참석 중이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시사교양 프로그램 등 많은 프로그램이 파행을 겪고 있다. 예능국의 일선 피디들도 모두 손을 놓은 상태다.

Q 고대영 KBS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이유는?

: KBS를 망친 주범인 고대영 사장과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지배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KBS를 만드는 게 언론노조 KBS본부의 목표다. KBS는 정권의 입맛에 맞게 편향된 보도, 세월호 참사 등의 상황 속에서 정부를 옹호했다. 또한, 불의 앞에 침묵했던 행동들, 대중의 정서에 왜곡을 불러일으키는 수많은 관제쇼를 만들었다. 차마 여기에 다 열거할 수 없는 수많은 잘못으로 인해 KBS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Q 한동대학교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먼저 수신료를 받아서 운영되는 공영방송사 직원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하다. 모 대학 캠퍼스에 찾아가서 KBS 총파업 선전전을 했었다. 학생들에게 선전물을 나눠주면서 느꼈는데 대학생들이 공영방송 총파업에 크게 관심이 없다. 이와 달리 일반 시민들은 “힘내세요”, “고생하세요”라고 격려를 해주며 선전물을 먼저 받아가는 사람도 있다. 한동대 선배로서 후배들 또한 공영방송 총파업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멀리서나마 후배들께서 응원을 보냈으면 한다.

Q 방송국 입사 후 지금까지 어떤 일을 했나?

이재훈(이하 이): 2001년 1월 MBC에 입사해 취재기자로 일을 하다가 2011년 2월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에서 상근직으로 일을 했다. 상근직이란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라는 직책으로 뉴스가 공정한지, 공정하지 않은지 감시하고 견제하는 일을 한다. 그 후 2013년도에 기자로 복귀하려고 했는데 회사에서 기자로 복귀시키지 않고 비제작부서로 발령을 냈다. 그때부터 여러 비제작부서를 전전하고 있다.

Q 김장겸 MBC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이유는?

: 김장겸 사장은 전 보도국 정치부 부장 시절인 2010년부터 MBC 보도를 망가트린 주범이다. 정치부 부장일 때 정치기사를 당시 여권인 한나라당에 유리하게 왜곡해서 보도하도록 주도했고, 이후 보도국장, 보도본부장을 거쳐 올해 사장이 됐다. MBC 보도를 망친 주범이기에 이 사람이 남아있는 한 MBC가 다시 공정한 방송될 수 없다 생각해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김장겸이 보도국장으로 있을 당시 세월호 사건이 터졌는데 편집회의에서 세월호 유족들을 깡패라고 지칭하면서 비하 발언을 했다. 유족들을 폄훼하는 상식 이하의 방송을 해서 유족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Q 2012년 MBC 170일 총파업 이후 비제작부서로 발령됐다.

: 2012년 총파업 이후 2013년 2월 비제작부서인 경인지사로 발령됐다. 경인지사는 방송 협찬을 받아오는 부서로 방송일을 그냥 하지 말라는 취지의 부서라 특별한 업무는 없었다. 2014년도 11월 뉴미디어포멧개발센터로 발령됐지만, 여기도 비제작부서로 하는 일은 없었다. 2016년 3월에 발령된 신사업개발센터도 마찬가지였다.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와 신사업개발센터는 일명 유배지로 회사의 방침에 따르지 않아 회사 눈 밖에 난 사람을 회사 밖으로 내치기 위해서 만든 곳이다. 회사 밖에 사무실을 따로 만들어서 출퇴근을 한다.

Q MBC의 저널리즘이 왜 무너졌다고 생각하는지.

: (한숨)내부적, 외부적 요인이 있는 것 같다. 내부적으로는 (우리가) 치열하게 공영방송을 지켜내지 못했다. 외부적인 요인은 공영방송의 역할을 부정하는 정권이다. 2012년 170일 총파업을 하면서 그것을 막아내고자 열심히 노력했지만 저희가 부족해서 망가졌다고 본다. 또, 우리 안에서 자신의 이득을 위해 정권에 협력한 자가 있어서 그런 방송이 나갈 수 있었다. 저항하는 자들의 힘이 부족했고, 자신의 이득을 챙기기 위해 저항하지 않는 자들이 있어서 MBC의 저널리즘이 무너졌다.

Q 지난 8월 밝혀진 MBC 카메라 기자 블랙리스트를 어떻게 생각하나?

: 이번 블랙리스트는 문서로 확인이 된 거지, 블랙리스트가 실제로 존재할 거라고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블랙리스트가 없다면 저희가 지속해서 괴롭힘을 당할 이유가 없다. 현재 카메라 기자에 대한 블랙리스트만 밝혀졌지만, 실제론 취재기자, PD, 경영인, 기술인들, 출연자에 대한 블랙리스트도 있을 거다. 또한, 사회적 발언을 하는 특정 연예인들만 MBC에 출연하지 못하고 있다. 그게 우리가 문서로 확인을 못 했을 뿐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고 보는 이유다.

Q 총파업 이후 MBC는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 MBC는 공적인 재원으로 만들어졌기에 공영방송으로서 책무를 다해야 한다. 공영방송의 책무라고 하면 보도에서는 공정한 보도를 하는 것이다. 취재기자로서 공영방송의 가치를 가지고 보도할 때 기존의 취재 관행에 얽히거나 돌아보지 못했던 보도는 없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다.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 돌아봐 장애인들의 목소리, 저소득층, 청년실업의 문제를 우리가 잘 담아야 한다. 이런 문제들을 사회 의제화해서 사회적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방송이 돼야한다. 이번 MBC 총파업은 작년 촛불시민이 만들어준 기회다. 촛불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마지막 기대라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한동대 독자에게 기자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내 고향이 포항이다. 그래서 한동대에 대해서 친근감을 가지고 있다(웃음). 지금은 MBC가 대학생들에게 무한도전, 라디오 스타를 보는 정도의 채널이 됐다. 공영방송이 다시 돌아오면 많이 사랑해달라. 또한, 공영방송이 대학생의 미래에 대한 불안 없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이바지를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공영방송이 그렇게 해오지 못한 것에 상당히 미안하다. 방송이 정상화되면 한동대 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대학생이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일조하는 데 노력하겠다.

Q 방송국 입사 후 지금까지 어떤 일을 했나?

심인보(이하 심): 2005년 공채 31기 아나운서로 창원 KBS에 입사해 13년 차 아나운서로 근무 중이다. ‘아침 뉴스광장’과 시사프로그램 ‘감시자들’을 진행했다. 하지만 KBS노동조합 경남도지부 사무국장으로 총파업에 참여하고 있어 두 개의 방송을 지금은 진행하고 있지 않다.

Q 총파업을 하면서 힘든 점은?

: 근로자로서 일손을 놓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다. 무노동, 무임금으로 살아가기에 힘든 투쟁이다. 아나운서는 아나운서로서, 기자는 기자로서, PD는 PD로서 일하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힘들다. 조합원들은 더 큰 대의명분을 위해 일손을 놓았다.

Q 총파업 이후 KBS는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할까?

: 총파업 이후 KBS가 가야 할 길은 언론노조 KBS본부에서 말하는 방송의 독립이다. 현재 KBS 사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통령이 임명하기 전, 사장 후보자는 이사회를 통해 정해진다. 이사회는 여당 추천 인사 7명, 야당 추천 인사 4명으로 구성돼 있고 여당 추천만으로 KBS 사장을 앉힐 수 있는 구조다. 노조는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공영방송을 만들고 싶어한다.

Q 공영방송의 정상화가 필요한 이유는?

: KBS는 수신료로 운영돼는 공영방송국이다. 전 국민이 의무적으로 수신료를 내고 있다. 그 수신료로 운영돼는 공영방송국에서 공정한 방송을 찾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어떠한 언론에서 공정한 방송을 찾지 못한다. 정권견제와 국민이 들어야 하는 말을 하고 수신료가 아깝지 않은 방송이 돼야한다.

Q 한동대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KBS가 망가졌어, KBS 보도 엉망이야라고 말하며 방송을 보지 않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방송을 보지 않고 욕하는 것이 꼭 좋은 방법은 아니다. 보면서 비판해야 한다. 정치 권력을 KBS가 어떻게 비판하는지도 봐야 한다. 한동대 학생들이 KBS를 보면 좋겠고, KBS를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KBS와 MBC 두 공영방송이 왜 파업하고 아나운서들이 길거리로 나왔는지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지난 2012년 대한민국 언론노조는 총파업에 나섰지만 변한 것은 없었고 총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회사로부터 해고나 중징계를 받았다. 언론노조는 2017년 다시 한번 언론의 정상화를 위해 총파업에 돌입했다. 망가진 언론을 올바르게 인도할 수 있는 건 시청자인 시민들의 감시뿐이다. 하루빨리 언론이 정상화돼 정권에 빼앗긴 시민들의 눈과 귀를 되찾아야 한다.

*태블릿PC 조작 의혹: MBC는 2016년 12월 23일 일명 ‘태블릿 조작 의혹 보도’라고 불리는 뉴스를 보도했다. 해당 뉴스에서 앵커는 “최순실 게이트의 발단이 된 JTBC의 태블릿PC, 그러나 그 입수 경위에 대한 해명은 명쾌하지 않다”라며 “국회 공청회에서 태블릿PC 조작 주장이 제기됐고,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는 연관성이 있는 듯한 증언이 나왔다”라고 말했다.

*비제작부서: 취재 부서에 근무하면서 뉴스를 제작하지 않고, 신사업 아이템 개발, 광고 영업 등의 비보도 부문을 담당하는 부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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