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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빚는 일터, 천마 도예의 숲
유설완 기자  |  yusw@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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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26  20:2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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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 도예의 숲은 부산 송도 천마산 끝자락에 있다. 천마 도예의 숲에서는 아침부터 사람들이 분주하게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일하는 사람들이 입은 앞치마와 토시에는 군데군데 채 마르지도 않은 흙이 묻어 있다. 물레를 돌리고 반죽을 하고 그릇을 굽는 이곳은 장애인 근로자가 도자기를 빚는 직업 재활 시설이다. 도자기를 빚으며 살아가는 그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봤다.

천마 도예의 숲에서 일하는 장애인 근로자 이규동(부산 서구 41) 씨는 출근에 대한 설렘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밥을 먹은 후 천마 도예의 숲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이규동 씨는 도자기를 빚으며 주변 동료들과 정답게 이야기 나누고 점심시간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천마 도예의 숲처럼 전국에는 장애인이 일을 배우며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564개의 직업 재활시설이 있다. 직업 재활시설에서 도자기뿐만 아니라 현수막, 신발, 머리핀 등 다양한 물품들이 장애인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다. 장애인들이 자립을 꿈꿀 수 있는 일터, 천마 도예의 숲을 살펴보자.

자립을 위한 보금자리, 천마 도예의 숲

천마 도예의 숲은 장애인에게 취업의 기회를 제공해 장애인의 자활과 자립을 돕는 시설이다. 천마 도예의 숲은 1999년 천마재활원 보호작업장으로 시작해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이 마련된 후 천마 도예의 숲으로 이름을 바꿔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천마 도예의 숲에서는 장애인도 쉽게 작업할 수 있는 도자기 교육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장애인들이 손으로 흙을 직접 만지면서 재미를 느끼고 복잡한 도구 사용 없이 작업할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천마 도예의 숲에서 일하는 장애인 대부분은 *천마 재활원을 거쳐 왔다. 천마 도예의 숲에서 일하는 40명의 장애인 중 17명이 천마 재활원생이었다. 그 외 다른 시설을 거치고 오는 사람, 집에서 부모님의 보살핌 아래 있다가 일을 시작한 사람 등 여러 사람이 천마 도예의 숲에서 일하고 있다. 이대성(부산 사하구 40) 씨는 부산의 양지재활원에 있다가 천마 도예의 숲으로 온 지 7년째다. “양지에서 있다가 천마 도예의 숲에 합격했다고 해서 이곳으로 왔어요.”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뤄진 천마 도예의 숲 장애인들은 도자기, 목공 직업 훈련 중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맞게 직업 훈련을 선택한다. 직업훈련을 통해 얻은 능력을 바탕으로 장애인들은 사회에 나갈 발판을 마련한다.

 

   
▲ 물레를 돌려달라는 부탁에 흔쾌히 물레 돌리는 시범을 보여줬던 정진구 씨.이 외에도 도자기를 굽는 과정 등 다양한 과정에 참여한다. 윤예준 사진기자 yoonyj1@hgupress.com

하나의 도자기가 완성되는 과정

천마 도예의 숲에서 일하는 장애인 근로자는 자신의 실력과 상태에 따라 도자기 공정 과정에서 각기 다른 업무를 맡게 된다. 도자기 하나가 나오기 위해서는 반죽, 성형, 초벌, *유약 시유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가장 먼저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서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흙을 잘 반죽해야 한다. 반죽을 맡은 박수복(부산 서구 49) 씨는 “도자기 반죽하는 거 힘들었어요. 하지만 일을 하면서 기술이 늘어나서 좋 아요”라고 말했다. 김희규(부산 영도구 38) 씨의 경우 이전에는 금속 공예를 하다가 천마 도예의 숲에 와서 도예를 하고 있다. 김 씨는 컵마다 손잡이를 바르게 붙이는 일을 하고 있는데 “금속 공예할 때는 가스 같은 것 써야 해서 어려웠는데 여기서는 흙도 말랑말랑하고 전에 비해 작업도 쉬워요”라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 줬다. 김진구(부산 서구 49) 씨는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물레에서 도자기의 모양을 잡는 성형 작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성형공정을 통해 모양이 잡힌 도자기는 가마에서 약한 불에 구워지는 초벌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때는 천마 도예의 숲 원장님이 직접 나서서 장애인들과 함께 초벌을 한다. 이처럼 반죽에서 초벌까지 장애인들이 맡은 공정은 많지만 섬세한 손놀림을 요구하는 무늬와 문양 그리기의 경우 천마 도예의 숲 직업 훈련 선생님들이 마무리 짓는다. 장애인과 선생님이 합심해 만든 도자기는 머그잔, 부부잔, 찬기, 다기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 직업 훈련 선생님 김가림(부산 강서구 29) 씨는 “도자기 생산의 공정별로 장애인 근로자분들이 대부분 맡아 웬만한 공정은 다 소화를 해요”라며 “대부분이 그쪽 공정에 10년 넘게 일한 분들이에요”라고 말했다.

   
▲ 장애인 근로자들이 만든 도자기가 책상에 놓여있다. 윤예준 사진기자 yoonyj1@hgupress.com

천마 도예의 숲이 자리 잡기까지

애인 근로자는 도자기를 빚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지적 장애인 근로자는 이해력 부족과 의사소통의 문제로 작업에 능숙해지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선생님들은 의사소통을 통해 작업하는 장애인 근로자들의 상태에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려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고 한다. 직업 훈련 선생님 김현아(부산 사상구 25) 씨는 “의사소통이 잘 안 될 때가 있어요”라며 “장애인들의 감정을 표현하거나 하면 제가 대변을 해야 하는데 계속 제가 못 알아 들으니까 되묻기도 미안해요”라고 말했다. 이해력이 부족한 장애인 근로자와 함께 일하는 것은 또 다른 어려움이다. 김현아 씨는 “똑같은 작업이더라도 그 다음 날이면 까먹고 다시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 보니까 지속해서 가르칠 수밖에 없어요”라며 장애인이 능숙하게 도자기를 만드는 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진미(부산 해운대구 41) 팀장은 “기술적인 부분을 많이 차지하는 일이라 발전된 모습을 보이는 가족을 보면 뿌듯하고 같은 일이라도 즐겁게 일하시는 분들을 보면 보람을 많이 느껴요”라고 말했다.
직업 재활 시설에서 만들어진 도자기를 판매하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천마 도예의 숲은 높은 생산성을 가진 다른 업체와 값싼 중국제 도자기가 밀려오면서 도자기 판매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게다가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물품 판매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김가림 씨는 “사람들은 장애인이 만들어서 조금 허술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더 검수 과정을 많이 거치기 때문에 더 좋은 결과물을 볼 수 있지만 그런 부분에 저희가 더 홍보에 힘써야 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또한, 문보성(부산 사상구 42) 팀장은 “‘일부 사람들은 장애인이 만들면 얼마나 만들까’라며 장애인 근로자들이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관심조차 주지 않는 사람들도 많아요”라고 말했다.
이에 천마 도예의 숲은 수익을 높이기 위해 ▲장애인 우선구매제도 ▲도자기 체험 프로그램과 같은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장애인 우선구매제도는 공공기관이 연간 총구매액의 1% 이상을 장애인이 만든 물품으로 구매하는 제도이다. 덕분에 천마 도예의 숲은 국무총리실, 해양경찰청 등 주로 공공기관에 납품하면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또한, 천마 도예의 숲은 도자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부족한 수익을 보충하고 있다. 천마 도예의 숲은 지원자를 모집해 자신만의 도자기를 만드는 체험을 제공한다. 문보성 팀장은 “지원자 1인당 10,000원 해서 2시간씩 지원자들의 작품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인의 수익금으로 분배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 도자기를 빚고 있는 직업 훈련 선생님 김현아 씨(우)과 김용태 씨(좌) 윤예준 사진기자 yoonyj1@hgupress.com

일터, 변화와 자립을 이끄는 공간

장애인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천마 도예의 숲은 일하는 곳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천마 도예의 숲에서 장애인 근로자들은 일터에서 친구들과 함께 일을 하고 운동도 하며 무료함을 달랜다. 박수복 씨는 천마 도예의 숲에 일하기 위해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매일 택시를 타고 온다. 문보성 팀장은 “이곳에서 친구도 만나고 일도 하고 자율프로그램이라고 등산, 다도, 맛집 탐방 등을 진행해서 근로 장애인들이 무척이나 도예의 숲을 좋아해요”라고 말했다. 장애인 근로자에게 천마 도예의 숲은 생활의 일부가 됐다.
장애인 근로자들은 도자기를 빚으며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도자기 만드는 일은 인내심과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라 일부 장애인에게 쉽지 않다. 김현아 씨는 “장애인 근로자분들이 도자기 작업을 싫어하거나 손이 불편해서 작업을 꺼리시기도 했어요”라며 장애인이 처음 일을 접할 때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이에 선생님은 보채지 않고 장애인 스스로 변화하길 기다린다. 김현아 씨는 “어느 날은 근로 장애인이 용기 내서 ‘선생님 저 이거 배워보고 싶어요’ 해서 제가 가르쳐주면 그분은 자신감도 갖고 실력도 늘어나면서 재미를 느껴가는 것을 보면 저도 괜스레 뿌듯해요”라고 말했다.
천마 도예의 숲은 장애인 근로자가 주체적으로 살 수 있도록 영향을 끼친다. 장애인 근로자는 직업 재활시설에 출근해 받은 월급으로 다양한 생활을 선택하고 즐길 수 있다. 이규동 씨는 “월급 받으면 저축하고 나서 노래방도 가고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사 먹어요”라고 말했다. 일하고 나서 스스로 번 돈으로 여가생활을 즐기는 것은 물론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박수복 씨는 “돈 벌어서 집을 살 거에요. 아파트 사기 위해 저축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문보성 팀장은 “장애인들이 계속 놀고먹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면서 ‘나도 생산적인 일을 한다’, ‘나도 직장인이다’라는 긍정적인 자부심이 생기는 것이지”라고 말했다.

   
▲ 도자기 손잡이 마무리 작업을 하는 중인 김희규 씨. 취재 내내 작업에 열중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윤예준 사진기자 yoonyj1@hgupress.com

일터에서 도자기를 빚다가 잠시 쉬며 주변 친구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는 장애인 근로자들의 모습을 봤다. 오늘 반찬은 무엇인지, 일을 마치고 무엇을 할지 이야기하는 모습은 천마 도예의 숲의 일상 중 하나인 듯 했다. 소소하고 재밌는 순간으로 가득 찬 일상 속에서 장애인 근로자들은 조금씩 홀로 설 준비를 하고 있다.

*천마 재활원: 부산광역시 서구 암남동에 있는 지적 장애인 생활 시설.
*유약 시유: 성형된 제품의 전면 또는 일부면에 고르게 색상을 입히기 위하여 유약에 성형품을 담구어 유약을 입히는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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