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평가에서 얻어진 피드백을 의무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답하려면 강의 평가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한다. 강의 평가의 목적을 간결하게 말하자면 ‘강의 질의 향상’이다. 그렇다면 강의평가 제도는 그것이 시행되기 전보다 전반적인 강의의 수준이 향상했을까?

대학 내 강의 평가제도는 93년도 한신대학교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 즉 93년도 이전에는 강의 평가제도라는 것이 한국에 존재하지 않았다. 과거 국내의 한 경제학과 재학생이었던 필자가 다니는 교회의 한 장로님은 어떤 강의에서는 교수님이 시작부터 끝까지 별다른 설명 없이 수식만 적어 내려갔고, 그 수식이 끝나자 별다른 첨언 없이 종종 강의를 마쳤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불친절한 강의에도 불구하고 학생으로서 교수의 강의에 이의를 제기하며 견제할 수단이 없었기에 그 교수님의 강의는 별다른 변화 없이 유지 되었을 것이다. 즉 이 당시에는 교수가 학생의 유익을 생각하는 자발적 마음이 없다면 견제 수단이 없기에 수고하여 자신의 강의 질을 향상시킬 동기가 없었다. 그러나 강의 평가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 넘은 현재, 위의 교수님이 같은 방식으로 강의를 하신다면 한 학기를 이어가시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등록금을 내는 것이 억울할 정도의 강의는 자동으로 질이 개선되었다.
그렇다면 ‘강의평가는 강의의 질의 향상시킨다.’는 명제는 항상 참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글의 주제와 직접 연결된다. 대다수의 경우엔 참이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다. 어떤 강의평가를 교수님의 입장에서 흘려도 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심리학에서 말하는 ‘persuasion technique’을 짧게 소개하고자 한다. 상대를 설득하는 데 2가지 논리가 있는데 첫 번째 논리는 직접적 수단(central route)이고 이는 직접적인 말의 설득력에 의거하고 자신이 하는 말이 논리적으로 타당하고 엄밀할수록 효과가 좋다. 두 번째 논리는 간접적 수단(peripheral route)이다. 같은 수준의 논리적 타당도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화자의 사회적 지위, 억양, 표정, 복장, 제스처 등이 어떠한지에 따라 설득력이 달라진다. 그러나 신기한 사실은 대다수의 사람은 직접적 수단 보다 간접적 수단에 의해 훨씬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 개념으로 강의 현장을 설명하면 적당히 그럴싸하지만, 구멍이 많은 말과 차분한 말투와 표정, 멀끔한 복장이 합쳐지면 많은 학생이 양질의 강의라고 평가하고, 반대로 논리적 정합성은 탁월하지만 옷을 대충 입고 평범한 아저씨나 아줌마처럼 자신의 강의를 전달하면 박한 평가를 하는 일이 벌어진다. 따라서 자신의 central에 확신이 있는 교수라면 박한 강의 평가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예수님께서 완전한 지혜로 설교를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이해하지 못했던 바리새인들은 예수님을 비난했다. 이런 케이스 이외에는 학생들의 평가가 교수님들의 실력 발전과 학생들의 유익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최재언 (ICT창업,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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