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출신이나 일반대 출신이나, 서울에 있는 대학 출신이나 지방대 출신이나 똑같은 조건, 출발선에서 오로지 실력으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게 이번 하반기부터 당장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했으면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22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블라인드 채용 시행을 거듭 강조하며 공약 이행 의지를 밝혔다. 학벌 사회를 타파하고 공정한 채용문화 확산을 위해 문재인 정부에서 주도하고 있는 블라인드 채용의 행보를 살펴보자.

블라인드 채용이란?

블라인드 채용은 입사지원서, 면접과 같은 채용과정에서 차별을 야기할 수 있는 요소를 줄이고 직무와 관련된 실력만을 판단해 지원자를 뽑는 채용 방식이다. 정부는 2004년부터 국가인권위원회의 진정조사를 통해 근로복지공단, 예금보험공사 등 공공기관 직원 채용 시 나이 및 학력 제한을 폐지 시켰다. 이후 2007년에 공공기관에서 성별, 신체조건, 용모, 학력, 연령등에 대한 제한을 금지하고 2017년부터 문재인 정부의 주도로 공공기관 및 모든 지방공기업에 블라인드 채용이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입사지원서에 ▲사진 ▲학력 ▲출신지 ▲지원 분야와 관련 없는 스펙 등은 기재 할 수 없으며 ▲성명 ▲현주소 ▲연락처와 같은 최소한의 정보만 기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변화로 채용과정에서 편견이 개입될 요소가 줄어들고 지원 분야와 관련된 스펙만이 평가받게 된다. 예외적으로 공공기관은 ▲직무와 관련된 신체 정보와 학력 ▲지역인재 채용 시 최종학교 소재지를 지원자에게 요구할 수 있다. 면접에서 지원자는 면접위원에게 본인의 인적사항을 말할 수 없으며 면접위원 또한 응시자의 인적사항에 대해 질문을 할 수 없다. 면접은 경험·상황·발표·토론 면접 등 체계화된 방식으로 지원자의 실력을 평가한다.
블라인드 채용이 시행되기 전 학력에 따른 차별적 채용과 구직자들의 무분별한 스펙 경쟁은 채용문화의 주요한 문제점이었다. 일부 기업은 서울 소재권 대학의 인력을 지방 소재권 대학의 인력보다 편중되게 채용했다. 2003년 KBS 전체 직원의 70%는 서울 소재권 대학 출신이었으며 지방 소재권 대학 출신은 10%였다. 그 후 KBS는 블라인드 채용을 부분적으로 도입하면서 2007년에 서울 소재권 대학 출신이 30%로 줄고 지방 소재권 대학 출신이 31%로 늘었다. 구직자들은 무분별한 스펙 경쟁으로 많은 자원을 소비하고 있다. 스펙의 개수가 곧 경쟁력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구직자들이 자신의 분야와 관련 없어도 스펙의 개수만을 늘리기 위해 비용을 투자했다. 2015년도 대학 내일 20대 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구직자들의 평균 스펙은 5.2개이며 13년도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스펙을 쌓기 위해 휴학 및 졸업연기 하는 대학생이 구직자의 9.4%를 차지할 만큼 스펙을 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 논쟁 속으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시행된 정책이 역차별 논란에 직면했다. 학력을 보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과 지역인재 육성을 위한 지역인재 할당제는 또 다른 차별을 발생시켰다. 구직자 간의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직무능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학력을 배제하는 것은 구직자의 장점을 가릴 수 있다. 대학마다 커리큘럼과 교육환경이 달라 출신대학이 구직자의 실력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무시할 수 없고 좋은 학벌을 얻기 위해 노력한 당사자의 성실함도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과거 입시에서 받은 성적이 현재의 실력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지역인재 할당제는 일부 구직자들의 취업 기회를 제한한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사업을 위해 지역인재 할당제를 도입해 공공기관에서 최대 30%까지 지역인재를 채용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30%가 지역인재로 배정된다면 나머지 70%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 수도권 구직자들은 취업에 있어 불리하다. 블라인드 채용은 구직자들에게 평등한 채용기회를 약속하며 지원 분야와 관련된 실력만을 평가한다. 하지만 실력과 상관없이 지역인재라는 이유만으로 구직자에게 이점이 생긴다면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
실력을 중심으로 채용을 하기 위해서는 구직자 실력을 향상 시킬 수 있는 기회가 동등해야 한다. 하지만 지방과 수도권에 구직자의 실력을 키울 기회가 불균등하다. 현재 대한민국 일반, 산업, 교육, 전문대학은 총 338개로 그중 수도권에는 115개가 있다. 이에 수도권에는 지방과 대조적으로 많은 인턴, 공모전, 교육의 기회가 집중돼 있다. 가 불균등한 상황에서 스펙과 실력으로 뽑는 채용구조는 지방 대학생들은 불리할 수 있다.

정부의 블라인드 채용에 구직자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블라인드 채용이 말한 공평한 기회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공평한 기회가 됐기 때문이다. 블라인드 채용은 논란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나아간다. 취업이 생계와 연관된 만큼 블라인드 채용의 논란을 더욱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블라인드 채용의 차별과 역차별 논란에 귀 기울여 정책을 지속해서 보완해야 한다.
 

 

블라인드 채용, 대학생들에게 묻는다.

대학생들이 생각하는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공기업을 준비하는 한동대학교 김지원(생명과학 14), 박은결(생명과학 11), 정마리아(전산전자 11) 학우들과 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리고 가명을 요청한 부산대학교 윤시원(국어국문 09) 학우와 전화 및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고려대학교 오선민(간호학과 15) 학우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해 기사로 재구성했다.

Q 블라인드 채용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나?

김지원(이하 김): 찬성합니다. 이유는 제가 서울권에 있는 사람과 경쟁하면 불리하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지방에 있는 저로서는 학교의 이름을 가리는 블라인드 채용이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오선민(이하 오): 한국사회에서 좋은 대학을 많이 강조하고 기업에서도 암암리에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을 뽑자는 분위기가 있는데 취직을 하고 일을 시작하면서 어느 학교 출신이지 보다 그 사람의 직업 능력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블라인드 채용 도입에 있어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Q 블라인드 채용이 과열된 스펙 경쟁, 학벌주의를 해소할 수 있을지?

박은결(이하 박): 그런데 이름을 쓰고 하기 때문에 지연, 학연은 못 찾을 수 있어도 지연은 어떻게 이름을 찾아서 하면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래도 자기 학교만 뽑고 인사담당자들이 그런 부분에서는 좀 더 줄지 않을까.
오: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단계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해소를 가져오지 않을 것 같아요. 학벌주의에 대해서도 과열된 경쟁 아래 수능을 통해 대학을 간 기존의 학생들도 있고 기성세대도 그런 분위기 속에 있었기 때문에 학벌주의라는 사회 분위기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 같아요.

Q 정부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하면서 학벌을 보지 않는다고 했는데 대학생으로서 수능을 치거나 내신성적을 쌓기 위한 노력과 성실함을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지 않나?

박: 고등학교 때 성적으로 취업할 때까지 발목이 잡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대학생 때 직무 경험이 많고 더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한테 기회를 더 많이 열어주는 것 같아서 취지는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윤시원(이하 윤): 개인적으로는 학벌이 그 사람의 노력이나 성실함의 척도가 될 수 없다고 봐요. 그보단 입시교육이라는 체계가 자기와 얼마나 맞았느냐는 '운'적인 요소가 더 크게 차지한다고 봐요. 또한, 부모님의 재력도 무시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오: 인정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블라인드 채용은 학위가 가려지는 것이지, 절대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좋은 대학에 다녀서 우수한 사람들 사이에서 공부한 사람이라면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되더라도 노력과 성실함이 빛을 발할 것으로 생각해요. 학교가 보여주지 않더라도요.

Q 블라인드 채용에 동아리, 학회, 공모전 등이 반영된다고 하는데 이 때문에 취업만을 위한 학교생활이 될 염려가 있지 않나?

김: 근데 기존에도 학회활동이 순수하게 학문이 좋아서 들어간 사람은 20~30%로라고 생각하고 그 외 대외 활동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해서 그게 기존에도 수단이 되어왔기 때문에 지금 와서는 특별히 엄청나게 수단으로서 가치가 올라갔다고 생각은 들지 않아요.
정마리아(이하 정): 지금까지는 관심사를 두고 있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관련 활동을 해와서 그런 경험들로 그 사람의 관심도를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는 취업을 위해서 교내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Q 블라인드 채용과 함께 시행되는 지역인재 할당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박: 그런데 지역 할당제 자체도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해서 제가 서울로 대학으로 갔지만, 고등학교 다녔던 곳이 포항이라고 하면 포항지역도 해당하기도 하고 그래요. 결국, 처음부터 서울에서 태어나 수도권 대학을 다닌 사람은 불리한 것 같아요.
윤: 블라인드 채용의 목적은 학벌주의의 완화이고, 지역인재 채용할당제의 목적은 수도권 집중의 완화이니 큰 틀에서 보면 둘 다 기존의 굳어진 문제점들을 해결해보자는 취지라고 생각해요.
오: 오히려 역차별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구직자가 그 지역의 출신이라는 이유, 혹은 그 지역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유리하게 혹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블라인드 채용의 의미를 살리려면 그 모든 요소가 가려지고 개인의 능력과 실력만을 가지고 평가하는 것이 더 맞지 않나 생각합니다.

Q 지금 다니는 대학이 직무 중심의 능력을 키우는데 기회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지?

박: 생명과학부도 보면 우리 학교가 정보를 얻거나 하는 부분에서 부족할 수 있는데 그래도 그런 부분을 학교에서 많이 노력하는 것 같아요. 요즘에 취업캠프 같은 기회를 많이 주려고 하고 대학생이면서 인턴도 할 수 있고 그런 면에서 기회는 적지 않은 것 같아요.
윤: 서울에 비해서는 아쉬운 게 많죠. 요즘 모든 것이 서울 및 수도권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어서요. 서울로 대학을 간 친구들과 이야기 하다 보면 많이 느끼죠. 다른 지역은 모르겠어요.
오: 네, 예를 들어서 우리 학교의 다양 프로그램과 더불어 교내 학외나 모임을 통해서 직무나 실력 관련해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기회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그리고 지방이든 수도권이든 상관없이 정말 개인이 얼마든지 찾고 뛰어들면 잡을 수 있는 공평한 기회가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Q 현재 다니고 대학의 대학생으로서 블라인드 채용이 유리하게 혹은 불리하게 작용할 것 같은지?

정: 한동대는 기독교인이 아니면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대학에 대한 편견 자체를 한번 안 거칠 수 있는 점은 좋은 것 같아요.
오: 학생들 사이에서 고대 출신이라면 고대 병원은 그냥 간다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하지만 블라인드 채용이 이번 고대의료원에 도입된 이후로 우리 학교 학생이 그곳에 취업을 잘하지 못했다는 소리를 들었거든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블라인드 채용이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고대 출신이 고대 병원을 간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문제시되는 부분이니까 부정적으로 바라보지는 않아요.

Q 블라인드 채용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면?

정: 블라인드 채용이 아쉬운 건 그 기준들이 명확하지 않고 실제로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에요. 블라인드 면접 중에 심사위원이 학교에 대해 말하는 실수를 한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윤: 블라인드 채용만으로 지금 사회의 학벌주의가 완벽하게 해결될 거로 생각하진 않아요. 하지만 지금 당장 구조를 한 번에 바꿔버리는 것은 큰 혼란을 야기할거고 반대도 엄청나게 심할 테니 조금씩 바꿔나가고 변화가 쌓이다 보면 분명 더 나아진 사회가 된다고 생각해요.

정리 유설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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