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보는 것을 즐거워하라. 보고 또 놀라라. 보고 또 배워라(to see and to take pleasure in seeing. to see and be amazed. to see and be instructed), 헨리 루스 (라이프, 타임 창간인).

하나, 둘, 셋, 찰칵. 우리는 기억할 만한 순간을 사진으로 찍어서 남긴다. 한 장의 사진은 개인의 추억일 수 있고, 역사의 한 장면일 수도 있다. 사진에 담긴 한 장면은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현장에 없던 사람들에게도 역사를 보여줬다. 미국의 잡지 ‘라이프(LIFE)’는 사진으로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했다. 라이프 사진전은 20세기에 일어난 2차 세계대전, 정치가의 암살, 유명 가수, 불복종 시위를 하는 이야기 등의 사진을 전시하며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20세기를 사진에 담은 라이프 잡지

언론은 사람들에게 사건을 보도하는 방법으로 글, 영상, 사진 등을 이용한다. 라이프는 그 중 사진을 중심으로 사건을 보도한 잡지로 창간인 '헨리 루스(Henry Robinson Luce)'가 이전에 만든 주간지 ‘타임(Time)’과 경제지 ‘포춘(Fortune)’ 등과는 달랐다. 라이프는 ‘마틴 루터 킹의 마지막 연설’, ‘68혁명’과 같은 역사적 사건과 ‘무하마드 알리’, ‘김시스터즈’, ‘백범(白凡) 김구’ 등의 인물을 사진으로 남겼다. ‘베트남 전쟁’, ‘조산사’ 등은 사진과 함께 글을 적는 포토에세이로 표현됐다. 라이프의 사진과 포토에세이는 단순히 사건의 표면적인 모습과 사람의 흥미를 끄는 자극적인 이미지만을 담지 않았다. 사진과 포토에세이는 주제가 담고 있는 깊이 있는 이야기와 그 속의 감정과 생각들을 담고 있다. 라이프 사진전의 송윤수 *도슨트는 “헨리 루스는 지성인을 위한 잡지가 아닌 일반인이 읽을 수 있는 잡지를 원했다”라며 “일반인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사진과 포토에세이를 잡지에 많이 실었다”라고 말했다.
이번 라이프 사진전은 1959년 이래 네 번째로 열린 사진전으로 총 134점의 사진과 잡지표지, 다큐멘터리 영상을 전시한다. 전시장의 입구는 커튼으로 돼 있어 안으로 들어오면 암실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한, 전시장에서는 잔잔한 음악과 재즈 음악이 흘러나와 사진관람에 몰입하게 한다. 도슨트와 오디오 가이드의 설명으로 사진에 담긴 배경지식에 대해 알아가며 사진전을 관람할 수 있다. 사진은 ‘FACE’, ‘TIME’, ‘CHANGE’와 소주제 ‘아름다운 시절’ 총 4개의 주제로 나눠진다. 빨강, 파랑 등의 색채로 구성된 벽은 ‘Man of the century’, ‘speaking of pictures’, ‘revolution’, ‘blacklist’ 등 간략한 문장들이 적혀 있어 위의 주제와 관련돼 사진을 설명해준다. 문장의 뜻처럼 20세기의 큰 사건과 관련된 인물과 현장의 사진이 전시돼 있다. 사진전의 사진 중 역사상 큰 인명피해를 줬던 2차 세계대전의 현장과 인물,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인 한국전쟁, 제국주의에 저항한 지도자 사진을 보며 라이프가 담은 사진 속 이야기에 대해 알아보자.

진실을 보도하기 위해 전쟁터로 가다


라이프가 발간된 지 3년 후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사진전에는 ‘수병의 키스’, ‘노르망디 상륙작전’, ‘흥남철수’ 등 그 당시의 사진이 전시돼 있다. 라이프는 대상을 사진으로 표현해 보도하는 '포토저널리즘(photojournalism)'을 중요시했다. 이에 사진기자들은 전쟁으로 들어가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전진하는 군인’, ‘군인 차량을 보고 숨는 아이들’ 모습을 현실감 있게 찍었다. 도슨트 송 씨는 “전쟁 사진의 초기 특징은 전쟁이 끝난 후 모래사장 위에 승전국의 깃발을 꽂고 사진을 찍은 후 ‘전쟁끝’이라고 보도하는 게 보편적이었다”라며 “그러나 라이프 사진기자는 전쟁터 안에 들어가서 전쟁 사진을 찍었다”라고 말했다.
2차 세계대전의 1944년 6월 6일, 조용하던 노르망디 해안은 노르망디 상륙작전, 작전명 ‘넵튠(Neptune)’에 동원된 연합군의 병사들로 가득 찼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연합군이 노르망디의 5개 해변에 상륙해서 독일군의 후방을 침공해 독일군을 이긴 전투이다. 라이프 사진기자는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전쟁의 실상을 찍기 위해 전쟁에 참여해서 병사들보다 앞서가 셔터를 눌렀다. 사진전에는 노르망디에 상륙하는 군인들 사진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상이 상영됐다. 다큐멘터리 영상에 따르면 암실 조수의 실수로 필름 세 개가 훼손돼 노르망디 상륙작전 사진을 담은 필름은 하나밖에 남지 못했다. 사진전에 전시된 노르망디 상륙작전 사진들은 하나 남은 필름으로 전해진 것이다.

 

라이프에서 한국전쟁의 사진도 살펴볼 수 있다. 라이프 종군기자 ‘데이비드 던컨(David Douglas Duncan)’은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일본에서 건너와 자신들의 카메라에 전쟁의 모습을 담았다. 사람들이 배를 타고 항구를 탈출하려는 사진은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흥남철수’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1950년 12월 한국전쟁 당시, 함경남도 피난민들은 적군을 피해 배를 타고자 흥남항에 모였다. 사진에서 보이듯이 배의 갑판은 사람으로 넘쳤다. 당시 항구에 모인 20만여 명을 배에 태우기에는 공간이 부족했다. 한국인 고문들의 설득으로 미군은 전쟁물자를 유기하고 사람을 태웠다. 던컨은 미군 수송선에 타서 전쟁물자를 없애기 위해 폭파되는 흥남부두를 찍었다. 여러 척의 배 중 ‘매러디스 빅토리호’는 60명 정원의 규모로 14,000명의 사람을 태우고 거제도에 도착했고 약 3일간의 항해 중 5명의 아기가 태어났다. 매러디스 빅토리호는 ‘한 척의 배로 가장 많은 생명을 구출한 세계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 마하트마 간디(소금 행진) <타임-라이프 픽쳐스(Time Life Pictures)>

사진이 보여주는 인물의 내면

사진전 곳곳에서 20세기를 대표하는 다양한 인물 또한 만나볼 수 있다. 미국의 아름다운 여배우 ‘오드리 헵번’, 연미복을 입은 잘생긴 외모의 ‘찰리 채플린’, 쿠바의 정치가이자 혁명가인 자유로운 영혼 ‘체 게바라’ 등 사람들에게 인지도 있는 인물의 사진이 주로 전시됐다. 그중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 와 ‘아돌프 아이히만(Otto Adolf Eichmann)’의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사진 속에 사람들은 일명 ‘소금 행진’을 하는 간디와 인도인들이다. 그들은 25일간 400km를 걸으며 비폭력 행진을 했다. 간디는 왼쪽에서 네 번째 인물로 한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허름한 행색으로 땅을 보며 걷고 있다. 사진전에는 간디와 그를 상징하는 물레가 같이 찍힌 사진도 함께 있다. 간디와 물레 사진을 찍은 사진기자 ‘마거릿 버크-화이트(Margaret Bourke-White)’로 사진의 진실성을 중요시했다. 마거릿은 물레 돌리는 간디를 찍기 전 직접 물레 돌리는 법을 배우고 난 후에 비로소 간디를 찍었다. 그녀가 물레를 돌린 이유는 간디가 무슨 생각을 하며 물레를 돌렸을지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 아돌프 아이히만 <욘 밀리(Gjon Mili)>

2차 세계대전 ‘나치스(Nazis)’는 유대인 학살 ‘홀로코스트(Holocaust)’를 자행했다. 전시장의 ‘Banality of evil’ 문구 아래에는 의자에 앉아있는 남자 한 명의 사진이 있다. 사진 속 남자는 홀로코스트를 실행한 장본인 아돌프 아이히만으로 이스라엘 수용소에 갇혀있다. 그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보이지만 그는 사진에 찍힐 당시 전범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전범 재판 중 ‘나는 위에서 지시한 데로 열심히 일했다. 나 때문에 우리 조직은 시간 낭비 없이 빠르게 일을 처리할 수 있었다. 그다지 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죄를 정당화했다. 도슨트 송 씨는 “아돌프의 정신감정 결과 ‘아무 이상 없음’으로 밝혀져 의사들에게 충격을 줬다”라며 “홀로코스트와 같은 악행은 시스템을 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는 사람에 의해 일어났기 때문에 우리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 판단을 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사진이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관람객 A 씨는 “나치스 관련 사진을 보고 평소 관심 있어서 주의 깊게 봤다”라며 “사진전이 시대적인 큰 사건들과 인물들을 다루고 있어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라이프의 사진기자들이 남긴 역사의 한 장면은 사각의 프레임 속에 담겨 보존되고 있다. 그들이 찍은 사진은 보는 사람에게 그 안에 담긴 것까지 생각하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한 장의 사진은 역사를 담아 사진 그 이상의 가치를 내포하기도 한다. 사진전을 둘러보며 사진기자가 남기고자 했던 20세기의 역사를 만나보는 건 어떨까?

*도슨트: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

<롯데카드 무브컬처 - 라이프 사진전>
주소: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F
기간: 2017년 7월 7일(금) ~ 10월 8일(일)
시간: 오전 11시~ 오후 8시
입장료: 성인 13,000원

▲ 라이프 사진전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된 ‘비틀즈(Beatles)’의 사진을 구경 중이다.

 작품 사진 제공 유니크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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