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학기가 시작되기 전이면 교내인트라넷(i7)과 페이스북 페이지 ‘한동대 벼룩시장’에 원룸을 양도하기 위한 글이 올라온다. 학생들은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보고 원룸을 양도받거나 공인중개사를 통해 방을 구한다. 반면, 현재 한동대 생활관의 수용 가능 인원은 총 3.286명으로 기숙사 수용률은 약 81%다(17-1학기 기준). 생활관에 입주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여전히 자취를 선택한다. 한동대에서는 ‘외부거주’라는 단어로 더 친숙한 자취, 그들이 밖으로 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공간

A 씨는 개인 공간을 가지기 위해 생활관을 나와 장성동에 위치한 투룸에서 친구와 외부거주를 시작했다. 음악을 좋아하고 컴퓨터로 작업하는 일이 많은 A 씨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쓰는 생활관보다는 자신만 쓸 수 있는 방이 필요했다. 지금 살고 있는 방에서는 공부하거나 영상 편집을 할 때 혼잣말을 중얼거려도 듣는 사람도 없고, 좋아하는 음악도 마음껏 틀 수 있다. A 씨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나 같은 경우 개인 공간이 꼭 필요하다”라며 “혼자 쓰는 방에는 물건도 내 마음대로 배치할 수 있고 작업을 할 때도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외부거주를 택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 네명이서 생활하는 기숙사 실내 모습

 

▲ 혼자 쉴 수 있는 외부거주자 집

수업과 분리된 진정한 휴식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박 씨의 발걸음이 가볍다. 생활관에 살 때는 수업을 마치고 방에 돌아가도 과제를 하고 공부를 하는 등 학업이 끝나지 않을 때가 많았는데, 외부거주를 하고 나서는 학업과 휴식이 확실히 분리되기 때문이다. 외부거주를 시작한 지 일 년이 넘어가는 박 씨는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갈 때가 제일 좋다. 학교에서 벗어나 쉰다는 기분이 든다”라고 말했다. 정해진 귀가 시간이 없다는 것도 박 씨가 계속해서 외부거주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번거롭게 매일 외박신청을 해야 하거나 일정 시간 출입이 제한되는 생활관과는 달리 외부거주를 하게 되면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지 집에 들어갔다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생활관에 사는 학생들은 밤늦게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도 막차 시간이나 점호 시간 때문에 서둘러 귀가하는 경우가 많지만, 외부거주를 하는 학생들은 시간과 관계없이 자유롭게 집에 갈 수 있다.

살금살금, 소곤소곤 “생활관에서는 항상 타인을 의식해야”

진 씨는 일 년간의 외부거주 생활을 마치고 이번 학기 생활관으로 돌아왔다. 진 씨의 삶의 모습은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외부거주를 할 때 혼자 원룸에 살던 진 씨는 잠에서 깨려 음악을 트는 습관이 있었다. 음악을 들으면서 침대에 가만히 누워 오늘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고 잠을 깨는 게 진 씨 하루 일과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취업 준비를 위해 다시 생활관으로 돌아온 지금, 진 씨는 생활관에 다시 적응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진 씨는 아침 일찍 일어나 도서관에 가고 싶지만 다른 룸메이트들의 아침잠을 깨울까 봐 작은 소리로 알람을 맞춘다. 또한, 새벽 2시가 넘어 잠자리에 드는 진 씨는 원룸에 살 때 밤늦도록 불을 켜고 과제나 공부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생활관에 사는 현재, 공부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올 때도 혹여나 룸메이트들을 깨울까 봐 조심스럽게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하러 간다. 진 씨는 “혼자 살 때는 다른 사람들 눈치 볼 필요 없이 자유롭게 살다가 지금은 방에서 무엇을 하든지 다른 사람을 신경 쓰고 배려해야 하기 때문에 불편할 때가 있다”라고 말했다.

 

밖에서도 어려움은 있다

많은 학생이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 생활관을 떠나 외부거주를 선택한다. 개인 공간이 생기면 넓은 방에서 혼자 생활할 수 있는 편리함이 있지만, 그에 따른 어려움도 만만치 않다. 가로등이 많이 없는 장성동과 환호동 같은 경우 골목이 어두워 밤늦게 귀가할 때 불편을 겪는 학생들이 많다. 어두운 밤, 혼자 집으로 가는 중 위험에 처하더라도 주변의 도움을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외부거주를 하는 학생들은 교내에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땅치 않다. 학생들은 주로 각자가 속한 동아리 방이나 학회실에서 잠시 쉬거나 그마저도 없는 사람들은 오석관에 쪽잠을 청한다. 이번 학기 오석관 3층에 ‘코딩 스페이스’라는 이름으로 학술카페가 새로 생겨 외부거주 학생들이 갈 수 있는 곳이 늘긴 했지만, 그마저도 과제 하는 학생들로 붐비거나 시끄러워 편안히 쉬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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