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A 씨는 종강을 맞이해 생활비와 등록금, 여행경비 등 마련해야 할 돈이 태산이다. 이번 방학에는 아르바이트(이하 알바)를 구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들어간 알바사이트. 마음과 같아서는 위험하지 않고 편한 알바를 하고 싶지만, 자리가 있는 알바는 위험하고 힘든 알바 뿐이다. 이번 방학도 쉽지 않은 알바를 할 것 같아 한숨만 나온다.

대학생 A 씨처럼 많은 청년들이 알바 자리를 구하곤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들의 마음과 달리 알바 자리는 한정돼있어 쉽게 구해지지 않고, 그마저 있는 알바 자리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이에 알바 자리를 구하지 못해 고위험 알바를 하는 청년들의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청년들의 알바 실태를 살펴보자.

알바하고 싶어도 갈 곳 없는 청년들

알바는 사전적 정의로 본래의 직업이 아닌 단기 혹은 임시로 하는 일을 뜻하며 대개 학생, 주부 등이 돈을 벌기 위해 한다. 많은 대학생들이 방학을 이용해 알바를 한다. 알바 포털사이트 ‘알바몬’에서 지난 6월 대학생 3,2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름방학 계획’ 설문조사에서 아르바이트(68.1%, 복수응답 결과)가 1위를 차지했다. 청년들이 방학을 이용해 알바를 하는 주이유는 생활비 마련이다. 같은 포털사이트에서 지난해 ‘올해 여름방학에 알바를 할 것인가’ 설문조사에 의하면 아르바이트생(이하 알바생)들이 여름방학에 알바를 하는 이유는 ▲생활비 마련(51.7%) ▲취업을 위한 직무 경험(21.6%) 등이었다.
하지만, 청년들의 알바 구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알바몬의 ‘대학생 알바 구직난’의 설문조사 결과 94.8%가 알바 구직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구직이 힘든 이유는 높은 경쟁률과 알바 자리 부족 등 때문이었다. 알바 자리 부족의 다양한 원인 중 최근 한몫을 차지한 것은 무인결제시스템의 등장이다.
가게 인건비 감소를 목적으로 자영업자들이 도입한 무인결제시스템에 의해 패스트푸드점, 주유소, 마트 같은 곳에서 점점 더 알바생들이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롯데리아 전체 점포(1352개)의 41%, 맥도날드 전체 점포(440개)의 43%는 이미 알바생이 아닌 기계가 계산한다. 전국 90여 개의 홈플러스 매장에서도 390대의 무인결제시스템 도입으로, 400명 이상의 인력을 감축했다. 셀프주유소는 현재 전체 주유소의 18.9%를 차지한다. 이는 4년 전에 비하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영업자들은 인상된 최저임금 시급(이하 최저시급)에 대한 부담으로 알바생을 줄일 예정이라고 한다.

극한 알바, 인형탈을 쓰다

 

▲ 무더운 날씨 속 신 기자가 아르바이트 체험을 위해 탈을 쓰고 행인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다. 윤예준 사진기자 yunyj1@hgupress.com

일자리가 없는 대학생들은 일명 ‘극한알바’로 내몰린다. 여름철 ‘인형탈 알바’는 더위와 땀 냄새로 인해 알바생들이 힘들어하는 알바 중 하나다. 알바몬이 지난해 알바생 1,3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름철 최악의 알바는 무엇인지’ 설문조사에서 인형탈 알바가 30.3% 비율로 1위를 차지했다.
본지 기자는 무더위 속 인형탈 알바의 고충을 생생히 느껴보고자 지난 13일 대구 동성로에서 인형탈 알바를 해봤다. 기자는 빨강 모자에 멜빵바지를 입고 있는 게임 속 캐릭터 ‘슈퍼마리오’가 돼서 행인들에게 전단을 나눠주며 그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사진도 찍었다.
인형탈 알바는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인형탈이 스티로폼으로 돼 있어 가볍겠다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꽤 무거웠다. 5kg 정도 되는 인형탈에 눌려 머리가 띵했다. 바람이 불 때는 인형탈이 앞뒤로 흔들려 목이 아프기도 했다. 인형옷의 아랫배가 솜으로 가득 차 있어 거동할 때 다리에 걸리적거려 불편하기도 했다. 앞을 보려면 인형탈의 작은 입을 통해서만 볼 수 있어 시야가 상당히 좁았다. 가게 문에 끼고, 계단을 올라갈 때 위쪽이 보이지 않아 천장에 부딪히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양옆의 시야도 잘 보이지 않아서 거리의 간판들과 인도로 다니는 오토바이를 늦게 발견해 부딪힐 뻔하기도 했다. 또한, 인형탈 신발은 운동화를 벗은 채 신어야 했다. 인형탈 신발이 얇아서 울퉁불퉁한 인도를 걸을 때 발바닥이 아팠고, 물이 고인 곳을 못 보고 걷다가 인형신발 속 양말이 젖기도 했다. 축축해진 양말을 신고 돌아다녀야 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불쾌했다.
더운 날씨에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니 가만히 있어도 무거운 인형탈이 더욱더 무겁게 느껴졌다. 인형옷은 더위와 옷 안의 열기로 인해 마치 두꺼운 이불을 몸에 감싼 듯했다. 땀으로 인해 안경이 자꾸 내려가 안경 올리기에 손이 바빴다. 시간이 지나 선선해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통풍이 잘 안 돼 겨드랑이, 목, 머리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인형탈 알바는 이번 여름 유난히 심했던 폭염에 더욱 알바를 하기 쉽지 않았다.

돈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다

청년들은 돈을 벌기 위해 위험한 알바도 마다하지 않는다. ‘막노동’,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이하 생동성시험)’, ‘택배 상하차’ 등이 그 예다. 막노동은 단기간 고수익을 내어 위험한 근무환경에서도 많은 청년이 일하고 있다. 막노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건설업 기초안전보건 교육’의 20대 이수자는 2013년 3만 4651명에서 올해 10만 839명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익명을 요청한 최(24) 씨는 막노동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막노동이 힘들지만 단기간 일하고 많은 돈을 벌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최 씨의 말처럼 막노동은 돈을 많이 벌 수 있지만 초보자의 사고 위험성이 높다. 안전보건공단의 ‘2015년도 산업재해분석’에 따르면 건설업 산업재해 437건 중 395건이 1년 이하 근속기간을 가진 노동자에게서 발생했다.
또한, 막노동은 야외 작업이 주를 이뤄 여름철 더위에도 쉽게 노출된다. 익명을 요청한 김(25) 씨는 “여름에 안전모를 쓰고 일하면 머리에 공기가 안 통하니 진짜 익는 느낌을 자주 느껴요”라고 말했다.
생동성시험 또한 막노동과 같은 이유로 청년들이 많이 지원한다. 생동성시험은 복제약이 본래 약과 동일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지 사람을 대상으로 검증하는 시험이다. 2013년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총 1만 6,852명의 성인이 참여했다. 그중 90% 이상이 20대 청년층이었다. 생동성시험은 구토, 어지러움, 메스꺼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 안전하지 않다. 생동성시험으로 인해 만약 부작용이 생겨도 피해자는 부작용과 약물과의 인과관계를 스스로 입증해야 하고 입증 절차도 까다로워 보상받기도 어렵다.

늘어나는 최저시급 늘어나는 불안

현재 대한민국 최저시급은 6,470원이며 내년 최저시급은 16.4% 오른 7,530원이다. 2014년부터 지속된 7%대의 인상률에 비해 이번 인상률은 2배 이상으로 올라 최고치를 달성했다. 하지만 최저시급 인상으로 역효과가 예상된다. 알바생들은 인상된 최저시급에 기대감을 가지고 있지만, 인건비가 부담되는 자영업자들에 의해 일자리는 더 줄어들 예정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18년 적용 최저임금 수준에 대해 중소기업 322개 업체에 조사해본 결과 41.6%(복수응답 결과)의 업체가 인원감소를 하겠다고 밝혔다. 28.9%의 업체는 사업종료도 고려하고 있다.
이번 최저시급 인상에 대해 ‘최저임금위원회’의 노동계와 경영계는 상반된 입장을 가지고 있다. 노동계는 지난 16일 최저시급 결정 이후 의견서를 내고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며 살기에 부족한 금액’이라며 최저시급 1만 원 시대를 열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밝혔다. 경영계는 이번 최저시급 인상이 영세· 중소기업의 생존권을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청년들은 알바를 구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알바가 끝나는 날까지 쉽지 않은 하루 속에 살고 있다. 알바를 하며 폭염과 사고의 위험 등 다양한 고충에 시달린다. 하지만 돈을 벌어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어려움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저작권자 © 한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