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의 햇살과 숨이 막힐 정도로 푹푹 찌던 높은 기온도 가을을 맞이하고 재촉하는 새벽 시원한 공기 앞에서는 그 기세를 한 풀씩 누그러뜨려야 하는가 봅니다. 땅이 갈라지고 모든 생명이 말라 비틀어져 ‘무슨 열매가 맺혀질 수나 있을까’ 하던 걱정은 한낱 나약한 인간의 눈으로 자연을 바라보던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다가오는 가을은 과연 어떤 열매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는지, 나를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합니다. 삶에 아픔과 슬픔과 괴로움의 눈물이 홍수처럼 나에게 밀려올 때 나의 마음은 어떤 결실을 보며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게 합니다. 희망을 완전히 잃어버린 나를 발견하게 될 때 한 인간의 연약함과 작은 시련 속에서 무릎 꿇는 힘없는 나 자신은 참 부끄럽기까지 합니다.
이런 삶은 나도 바라지 않고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고 이 땅에서 살도록 하신 하나님의 바람도 아닐 것입니다. 특별히 내가 믿는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의 소망은 더더욱 아닐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이 땅에 오신 이유가 ‘양들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인간이 죄에서 구원받는 영혼 구원뿐만 아니라 현실의 삶 속에서 오히려 더 풍성한 열매를 맺어 가는 복된 삶을 살아가도록 구원하시기 위해 이 땅에 오셨다고 하신 것입니다. 마치 모진 여름의 강풍을 이기고 생명의 끈기와 힘을 잃지 않고 자기가 맺어야 할 열매를 맺어가는 가을처럼 말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서로 경쟁하며 서로 어깨싸움하며 상대를 짓밟고 올라서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고 있는 세상처럼 보입니다. 이런 세상 속에서 주님께서 원하시는 열매를 맺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세상 한복판에서 치열한 싸움을 준비하고 때가 되면 피를 흘려 싸우는 파이터가 되기 위해 땀을 흘려 훈련해야 할까요? 아니면 그 모든 것을 이기고 생명의 열매를 맺기 위해 잃어버린 인간성을 찾아가는 삶을 살아야 할까요?
얼마 전에 ‘혹성탈출 종의 전쟁’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 속에서 인간은 결코 지혜가 발달해 가는 유인원 때문에 멸종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인간이 멸망한 이유는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대화하지 못하는 언어를 잃어버렸기 때문이었습니다. 말에는 영혼의 힘이 함께 실려 있습니다. 말의 힘과 능력을 상실해 갈 때 인간은 인간성을 잃어버리고 서로 피 흘려 죽이는 정글 속 짐승들과 같은 모습으로 공멸해 가며 운명을 맞이하는 현실을 고발하는 영화였습니다.
인간을 인간 되게 하는 언어 중 가장 힘 있고 결코 잃어버려서는 안 될 말이 무엇일까요? 하나님과 나, 나와 이웃, 나와 자연을 바라보면서 나를 인간으로 존재하게끔 하는 말이 있다면 아마 그것은 ‘감사와 사랑의 언어’일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고난과 역경이 한여름의 무더위만큼 점점 그 온도를 높여 간다고 할지라도 우리들의 입술의 열매가 감사와 사랑의 열매를 맺어 간다면 우리는 보다 인간다운 인간, 하나님의 형상에 좀 더 한 발짝 다가가는 인간으로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가을을 맞이하는 우리의 삶 속에 잃어버린 언어는 없는지 살펴보고 그 언어를 다시 찾아 아름다운 말의 열매로 서로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 가는 복된 삶이 되면 좋겠습니다.
 

포항제일교회 주규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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