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에는 매년 평균 약 104명의 외국인 학생이 생활하고 있다(2014년~이번 학기 기준). 그러나 대부분 외국인 학생은 한동대의 문화생활에서 배제된다. 총동아리연합회(총동연) 소속 동아리 중 외국인 회원이 있는 동아리는 거의 없다. 학내 문화생활에서 외국인의 현 위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언어 문제, 의무 학기 등 한계로 동아리 활동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자신들이 마주할 어려움을 감수하고 동아리에 도전한 세 명의 외국인 학생이 있다. 보리스(Boris), 말코스(Marcos), 피터(Peter) 세 명의 외국인 학생이 경험한 동아리 생활을 1인칭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교환학생 보리스, 의무 학기의 벽을 넘다

 

▲ 최용훈 사진기자 choiyh@hgupress.com

치열했던 연습이 한판 끝나고 음료수로 목을 축였다. “보리스, 나이스 플레이!” 친구들이 나의 어깨를 치며 격려해준다. 외국에 오래 살아 영어가 편한 친구들이다. 영어가 어색한 친구들도 이리저리 손발을 써가며 이야기한다. 이제 뉘앙스나 분위기를 보고 웬만한 말은 다 이해할 수 있다. 가끔 이해하지 못한 부분은 다른 친구들이 번역해주기 때문에 소통에 큰 어려움은 느끼고 있지 않다.
나는 지난 2월 네덜란드에서 한동대로 온 교환학생, 보리스 베이커(Boris Jacobus Olaf Bakker)다. 밥을 먹고 퇴식구 쪽으로 나오는데 화려한 동아리 판넬들이 세워져 있었다. 미식축구 헬멧 사진을 붙인 판넬이 눈에 띄었다. ‘홀리램스(Holy Rams)’라는 미식축구 동아리 홍보 판넬이었다. 네덜란드에서 럭비를 했던지라 흥미가 생겼다. 판넬을 보고 있는데 몇몇 학생이 자꾸 기웃거리며 쳐다본다. “홀리램스에 지원하는 거예요?” 홀리램스 소속 학생들이었다. 학생들은 면접이 어떻게 진행되고, 지원서에는 어떤 내용을 적어야 하는지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외국인이 동아리에 지원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하는 것이 느껴져 좋았다.
면접 당일, 오석관(도서관) 3층 지원자 대기 라인에 들어서자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외국인이 여긴 웬일이지?’ 하는 호기심의 눈빛이다. “다음, 보리스 제이코보스…” 내 차례다. 긴장되는 마음을 최대한 가라앉히며 면접장에 들어섰다. 면접관들의 시선이 반짝인다. 기대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사람, 재미있다는 눈빛으로 살짝 웃는 사람. ‘외국인 학생이니 당연히 안 뽑아줄 수 있지. 너무 기대하지 말자’고 생각하며 자리에 앉았다. 처음에는 지원동기 등 기본적인 사항을 물어봤다. “보통 3년을 하는데 얼마 동안 활동할 수 있나요?” 걱정하던 질문이 나왔다. “교환학생이라 한 학기만 하는 거지만 그래도 스포츠맨십의 우정과 운동을 같이 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면접관들은 서로 마주 보고 잠시 상의하더니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며칠 뒤, 나는 함께하자는 합격 문자를 받았다.

풍물놀이 동아리의 외국인 OB, 말코스

▲ 최용훈 사진기자 choiyh@hgupress.com

“헤이, 말코스! 잘했어요.” 오랜만에 한 오비(Old Boy) 연습이 끝나자 등이 땀으로 젖었다. 나는 미국 출신 편입생 말코스 아코스타(Marcos Acosta). 풍물패 동아리 ‘한풍’ 19기로 오비다. 2014년 교환학생으로 새내기섬김이를 하며 한풍에 처음 발을 들였다. 당시 2년간 한동대에 있을 계획이었기에 의무 학기를 채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한 학기 활동 후 개인 사정으로 한동대를 떠날 수 밖에 없었다. 2016년, 편입생으로 한동대로 돌아왔을 때 나는 한풍 오비가 돼 있었다. 이번엔 장구를 배워보고 싶었다. 통상적으로 오비는 배우기보다 신입 기수들을 가르친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내 사정을 안 선배 기수 친구들이 따로 시간을 내 나를 가르쳐주고 있다.
실무 기수 시절 동기 중 영어가 편한 친구는 없었다. 인생의 대부분을 한국에서 산 친구들뿐이었다. 다행히 소통에 큰 어려움은 느끼지 못했다. 서툴지만 다들 영어로 말을 건네줬기 때문이다. 새로운 동작을 배울 땐 옆에 있는 친구들이 열심히 통역을 해줬고 나머지 부분은 내가 좀 더 꼼꼼하게 동작을 지켜보며 따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때론 외국인으로 풍물놀이에 도전하는 것이 불안하기도 했다. “말코스, 이렇게 박자에 맞춰 무릎을 굽혀봐요” 연습 중 계속 무릎을 굽히는 동작이 지적당했다. 그러나 아무리 해봐도 잘 되지 않았다. 전통 모자인 상모 또한 내 머리에 잘 맞지 않아 우스꽝스러웠다. 결국 ‘서양인 다리 구조가 그 동작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닐까? 어울리지도 않는데 하다니. 차라리 미국 스포츠 같은 걸 할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복잡한 내 마음을 알아챈 친구들이 동영상 하나를 보여줬다. 이탈리아인들이 하는 풍물놀이 영상이었다. 정말 실력자들이었다. ‘서양인도 할 수 있구나.’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동기들은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쓰지 마”, “한국인들도 미국 가서 미국 악기 다루는데 너라고 이걸 못할 이유가 뭐가 있어”라며 용기를 북돋아줬다.

첫 모임 이후 동아리를 나가지 않는 피터

 

▲ 최용훈 사진기자 choiyh@hgupress.com

나, 칸크샤 피터(Kancsar Peter)는 헝가리에서 온 교환학생이다. 면접 이후 처음 와 본 동아리 방에는 어색한 공기가 가득했다. 사람들은 음료와 과자를 앞에 두고 수줍어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너가 제일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은 뭐야?(What is your favorite animation?)” 나에게도 몇 명이 질문을 했다. 나는 1902년에 나온 배트맨 시리즈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큰 반응이 없는 것을 봐서 여기선 잘 모르는 듯했다. 헝가리에서는 모두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라 관심사가 다름을 느꼈다. 불편하진 않았지만 어색함을 깰 수 없었다.
나는 첫 정모(정기 모임) 이후 동아리에 출석하지 않는다. 언어의 한계로 인해 소통을 제대로 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핵(HAC)’이 애니메이션 동아리라 해 만화를 그리거나 움직이는 무언가를 만드는(Animating) 활동을 하는 줄 알았다. 언어의 제약을 덜 받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첫 정모를 통해 경험한 핵은 만화에 대해 토의하는 동아리였다. 영어를 잘하는 학생이 몇 명 없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토의는 힘들어 보였다. 동아리 활동을 계속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외국인 학생, 동아리 활동할 수 있을까?

용기 있는 보리스, 말코스 그리고 피터는 동아리에 도전했다. 그러나 여전히 외국인 학생이 넘어야 하는 동아리 문턱은 높다. ISU(International Student Union)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동아리 활동을 희망하는 외국인 학생은 62명으로 응답자의 98%를 차지했다(총 응답자 63명). 외국인 학생들이 ‘가장 들어가고 싶은 분야/관심있는 분야’는 공연 동아리(70%, 44명), 봉사 동아리(7%, 4명) 그리고 스포츠 동아리(14%, 9명) 등이다. 그러나 공연∙봉사∙스포츠 분과 소속 대부분의 동아리는 두 학기 이상의 의무 학기를 지원조건으로 해 교환학생이 지원하기 어렵다. 공연 분과 소속 동아리 ‘MIC(Motion In Christ)’는 총동연이 실시한 설문조사(27개 동아리 응답, 1개 동아리 무응답)에서 “MIC는 외국인에게 오디션 참가 제한을 두진 않지만 모든 참가자에게 요구하는 2년 활동, 태국 사역 훈련 참여, 태국 현지 사역 2회 등 MIC가 사역단체임을 알고 진행되는 여러 활동들이 가능해야 한다”라고 응답했다. 반면 외국인 교환학생들에 한해서 한 학기 활동을 허용할 의향을 밝힌 동아리도 있다. 사진 동아리 ‘V.A.M’은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사진을 찍고 공유하고 배우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하여 한 학기만 한다고 해서 동아리에 큰 손해를 입힐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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