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없이 마지막을 그려왔다. 과분하기만 한 국장 자리를 맡게 되고, 여는 말을 준비한 순간부터 줄곧 맺는말을 고민해왔다. 감사하다, 홀가분하다, 아쉽다 등 여러 가지 말이 떠오르고 사라졌다. 어느덧 이번 학기 마지막 신문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맺는말부터 찾았건만, 끝끝내 어떤 말로 맺어야 할지 모르겠다. 아직 정답을 찾지 못한 10면처럼 말이다.
이것부터 말씀드리는 게 예의겠다. 10면이 비었다. 지면을 채울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지면의 최종 책임을 지닌 국장으로서 독자 여러분에게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이유는 아직 ‘생각 면’ 기준에 대한 논의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토가 끝나지 않았기에 어떤 글을 싣고 어떤 글을 싣지 않을지 판단할 기준이 없었다. 이 상황에서 급조된 기준을 적용해 어떤 글을 실어 보낸다는 것은 독자에 대한 예의를 완전히 저버리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첫 호를 내며 다시 늘어난 12면을 꽉꽉 채워 전하겠노라 약속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해, 온전한 면을 보여드리지 못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죄송하다. 10면에 글을 싣지 않기로 하면서 목소리의 통로를 잃은 기고자에게도 죄송하다. 소중한 글을 싣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
엉킨 일들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쉽게 풀릴 일이었으면 진작에 풀렸을 것이다. 분명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가치들인데, 함께 그러모으자 거짓말처럼 모순을 토해낸다. 비판과 미담, 문제점과 사랑. 더 많은 사람이 말하게 하는 것이 약자가 상처받지 않는 것에 우선해가며 추구해야 할 가치인지. 수십 번을 고민하고 토론해도 뾰족한 답은 없다. 어떤 것이 한동신문이 받아 든 사시, ‘하나님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에 적합한 일일지 계속 고민할 뿐이다.
여는 말을 되돌아본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막막함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했다. 그 희망을 실질적인 결말로 이어가기 위해 한동대와 한국 사회에 끝없이 질문하겠노라 다짐했다. 그래서 결국, 열심히 할 테니 부디 함께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여는 말을 좇아 한 학기를 달려왔다. 글로벌 면을 증설하고 비판해야 할 문제점을 찾았다. 이번 호도 다르지 않았다. 외국인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과 그 한계를 담았다. 고시촌에서 꿈을 향해 발버둥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계속해서 기숙사비가 오르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한동신문이 한 학기 동안 열심히 해왔던 일이다.
그럼에도 봄을 열어젖히며 뱉었던 말들은 더 먼 곳을 바라보도록 강제한다. 닥쳐오는 마감에 밤을 새우고, 수많은 우여곡절을 거치며 한 학기가 흘러갔다. 끊임없이,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겠다던 각오는 얼마나 지켜졌을까. 한동신문의 기사는 희망과 결말 사이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었던가. 섣불리 대답하지 못하겠다. 오히려 한동신문을 향한 물음표가 더 많았을지도 모르겠다.
갈무리할 시간이다. 얼마 남지 않은 봄이 다하면, 한동신문의 17-1학기는 아쉬움과 기쁨이 섞인 일곱 개의 신문으로 막을 내릴 것이다. 마무리할 시간이 됐다고 모든 것이 알아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한동신문을 향해 던져진 질문이 남았다. 시간이 끝나기 전에 끝내겠다. 마지막 맑은눈에서조차 문제점을 어떻게 매듭지었다고는 설명하지 못했다. 그래서 끝끝내, 맺는말은 없다.

한결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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