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채 물러가지 않은 날, 이번 학기 첫 한동신문을 발행했다. 한동에 몰아치는 칼바람만큼이나 한국 사회 전체가 매서운 시간을 나던 때였다. 막막한 기다림, 고성과 함성이 지나고 봄이 찾았다. 어느새 세상은 많이 바뀌었다. 새 정부가 들어섰고, 나라는 숨 가쁜 변화를 맞고 있다. 나름의 긴장감도 돈다. 한동대라고 다르지 않다. 이번 호에선 입학금 폐지, 재정지원사업 개편, 대학구조개혁 변화 등 문재인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이 한동대에 미칠 영향에 대해 다뤘다. 기사가 채 담지 못한 모든 변화는 공약이 공약다운 만큼 현실로 마주하게 될 예정이다.
서론은 이쯤하고, 이제 공론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둘 이상의 상반된 주체가 있다. 그건 소위 ‘보수’(이하 보수) 대 소위 ‘진보’(이하 진보)의 양상으로 자주 나타난다. 한동대 얘기로 다시 오면, 정치•사회•문화 등 분야를 막론하고 보수로 일컬어지는 집단이 있고, 각각 극명하게 대를 이루는 쪽이 존재한다. 이번 학기 본지가 다룬 교육부 재정지원사업, 여성혐오, 총학생회, 공간•복지 등 교내 정책, 그리고 이번 호 한 귀퉁이의 동성애 관련 사안까지, 의견은 명백히 갈렸다. 그렇다면 이곳엔 마땅히 기대할만한 ‘공론’이 있었을까?
말과 말이 만난다고 공론은 아니다. 그저 사상 대립 또는 쌍방의 사상 검증에 그치는 경우가 더 많다. 양쪽은 다르면서도 같다. 보수는 지켜야 할 가치 대신 규제에 더욱 집착한다. 진보는 가변적 사고의 틀을 놓쳤다. 존재의 필연적 요청을 잃은 양측은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논리를 펼치지만, 그럴수록 서로 다른 산에 들어가 본래 생각을 강화할 따름이다.
한동대는 공론에 목마르다. 이 갈증은 ‘장(場)’의 부재로 인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잃은 것은 질문이다. 단지 문장 끝에 붙은 물음표를 말하는 게 아니다. 질문은 있는 힘껏 만들어내는 관심이다. 애써 피로를 삼킨, 알고자 하는 의지다. 사상검증이 아닌 공론으로 가는 첫발은 그 의지적인 관심이다. 대등한 주체로서 공론장에 나온 때 그 ‘평등’은 단순히 상대와 나의 가시적•세속적 위계가 없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선, 태도는 사회에서 유의미하게 주체 간 평등을 결정짓는다.
어느덧 부드러운 계절이 져간다. 봄을 돌아보며, 공론을 그려내지 못했음이 부끄럽고 서글프다. 그럼에도 감히 광장에 나와 공론을 이뤄가길 부탁한다. 대화를 시도했다 좌절한 이와 공론을 경험할 기회조차 없던 이에게, 질문과 말을 쌓자는 막연한 부탁을 건넨다. 짧은 봄을 지나 뜨거운 여름과 다시 올 긴 겨울에, 산이 아닌 광장에 선 우리를 그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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