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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특별법 한계 속 부족한 피해자 인권
최은총 기자, 신명섭 수습기자  |  choiec@hgupress.com, sinms@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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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17  10:5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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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8~9시 사이 어두운 길거리를 빨간 불빛이 거리를 붉힌다. 짙은 화장을 한 여성이 투명한 유리창으로 된 가게에 앉아 손님을 기다린다. 미아리 텍사스촌, 부산 육공구 등 성매매집결지의 풍경이다. 포항 육거리 실개천 거리 롯데시네마 뒷건물에만 가도 빨간 불빛이 가득한 성매매집결지를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길을 걷다 보면 길거리 바닥, 자동차 유리창에 있는 성매매 광고 전단지들이 쉽게 눈에 띈다. 성매매는 현행법상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삶 가까이 존재하고 있다.

성매매는 단순히 성을 사고팔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성매매 여성들은 그 안에서 다양한 폭력을 겪고 있으며, 성매매 피해 여성의 인권을 위해 제정된 성매매 특별법은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된 후 13년이 지난 2017년, 한국 사회의 성매매와 인권문제를 살펴봤다.

성매매특별법 취지는 ‘성매매 여성 인권 보호’

성매매 여성에 대한 인권유린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됐다. 2002년 1월 29일 군산시 성매매 집결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의 피해자들은 업소에 거주했던 성매매 여성들로, 업소에서 봉쇄한 출입문 때문에 대피하지 못해 죽음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당시 화재 현장에서는 발견된 다수의 차용증과 각서로 업주가 성매매 여성들에게 성 착취와 폭력을 가했음이 드러났다. 이후 성매매 여성 착취, 감금 등에 대한 인권 보호 필요성 제기로 새로운 법적 장치와 정책을 추가해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되며 기존 '윤락행위등방지법'이 폐지됐다. 성매매특별법은 ‘여자가 타락해 몸을 파는 처지’라는 ‘윤락’대신 ‘성매매’라는 용어를 채택해 범죄성을 분명히 하고 여성을 인권적으로 보호하려는 목적의 변화가 있다.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이뤄졌다. 전자는 성매매, 성매매알선 등 행위와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 근절, 성매매피해자 인권보호가 목적이다. 후자는 성매매 방지, 성매매피해자 및 성을 파는 행위를 한 사람을 보호, 피해회복 및 자립•자활 지원이 목적이다. 이에 여성가족부와 지방경찰청의 협업으로 성매매 단속이 이뤄지며 여성가족부, 지방자치단체, 성매매방지 중앙지원센터에서 지원하는 지원시설과 상담소 운영을 통해 피해자의 자립•자활을 돕는다.

   
▲ 성매매 업소 옆의 ATM기가 환한 빛을 뿜고 있다.최용훈 사진기자 choiyh@hgupress.com

성매매 여성 인권 보호, 여전한 한계

2004년 이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성매매 근절과 성매매 여성 인권 보호의 한계는 여전히 남아있다. 현재 여성가족부와 경찰청 주관 성매매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박이식 사무관은 “성매매집결지 단속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지역경찰청과 구청에서 협업해서 이뤄진다”라며 “적발하기 위해서는 증거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 문답형식의 질문이 이뤄진다”라고 말했다. 여성가족부와 경찰청에서 이뤄지는 성매매 단속에 대해 성매매여성상담소 ‘에코젠더’ 고명진 원장은 “현재 경찰에서 인력이 많이 부족하고 단속이 이뤄질 때 증거가 불충분해서 적발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단속을 하기 위해서 정부의 의지가 중요한데 정부의 의지가 없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성매매 여성 인권을 보호하는 데도 법률의 한계가 있다. 충북여성인권상담소 ‘늘봄’ 심정희 상담원은 “성폭력건의 경우 법에 상담원에 동행이 명시돼있는데 반면 성매매는 법원이나 경찰서의 동행 허가를 받아야 한다”라며 “심리적 지원이 큰데 성매매 여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임원진이 많다”라고 말했다.
성매매 여성 인권 보호의 한계 속에서 한국 성매매는 여전히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성매매는 성매매만 이뤄지는 전업형 성매매업소인 성매매집결지와 ▲마사지샵 ▲룸살롱 등 성매매와 더불어 다른 사업을 겸하는 겸업형 성매매업소가 있다. 이뿐 아니라 단속을 피하기 위해 오피스텔과 같은 원룸 등을 개조한 후 인터넷, SNS에서 고객을 끌어모으는 형식의 ▲키스방 ▲안마방 ▲셔츠룸 등의 신∙변종 겸업형 성매매 업소도 있다. 전국에 있는 성매매집결지는 42곳이며(2017년 5월 16일 기준) 이외에 룸살롱, 키스방 등의 업소들까지 포함하면 성매매가 이뤄지는 업소는 전국 수 만여 곳이다. 성매매업소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정부 통계에 따르면 27만 명정도다. 전세계 불법거래시장을 분석하는 미국기업 하복스코프(Havocscope)가 2016년 발표한 전 세계 성매매산업 자료에 따르면 한국 국민 1인당 성매매 지출액은 연 240달러(약 27만 원)로 세계 3위다. 성매매합법화국가인 스페인과 스위스를 제외하면 한국이 성매매 지출 1위인 것이다.
활발히 벌어지는 성매매 속에서 성매매 여성 인권 피해도 여전하다. 거대해진 성매매 현장에서는 경제적, 신체적, 정신적 폭력이 발생하고 있다. 성매매 당사자 네트워크 ‘뭉치’와 에코젠더, 늘봄 등 성매매피해여성 상담소에 따르면 성매매 업소에서 성매매 여성은 업주와 불균등한 수익구조 형태를 띠고 있다. 성매매 여성은 대개 묵돈이 필요하거나 가출 등으로 갈데가 없어서, 알선업자에 의해 성매매 업소로 유입된다. 이때 업소에서는 성매매 여성에게 ‘선불금’을 미리 준 후 선불금을 갚는 거래 조건을 요구한다. 이 선불금은 계속해서 이자가 쌓여 지각비, 결근비 등과 같은 명목의 돈과 함께 빚이 된다. 성매매 여성들은 선불금과 빚을 갚기 위해 계속해서 업소 생활을 이어가게 되는 것이다. 또한 업주의 ‘관리’하에 있는 여성들의 의류비, 화장품비, 병원비 등과 같은 생활비를 업주가 지불한 후 여성의 월급에서 차감한다. 이에 여성이 직접적으로 소비할 경우보다 과도한 생활비를 지불했다. 업주가 여성에서 신체적 폭력을 가하기도 한다. 고 원장은 “여성들이 말을 안 듣는다고 버릇 들인다며 업주들이 폭력을 가하는 경우도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 원장은 “업주들 중에 손님들에게 서비스를 잘하는지 확인해봐야겠다라며 여성들에게 성관계를 요구하는 업주들도 있다”라고 말했다. 업주뿐 아니라 성 구매자와 여성 사이에서도 신체적, 경제적 폭력이 발생한다. 뭉치는 과도한 성적요구를 거부할 때 폭력을 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신체적 폭력뿐 아니라 성매매 후 사정을 하지 않았다며 여성의 서비스를 문제 삼아 돈을 지불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성 구매자들도 있다. 고 원장은 “직접적으로 여성들의 지갑에서 돈을 뺏어가는 것이 아니지만 성관계 후 돈을 지불하지않으면서 여성들에게 경제적 폭력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육거리, 건물 몇 동을 사이에 두고 성매매 집결지와 파출소가 함께 위치해 있다.최용훈 사진기자 choiyh@hgupress.com

성매매 합법화하면 여성들이 보호받는다?

성매매특별법이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지 못함을 지적하며 성매매 합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성매매 금지와 성매매 합법화를 주장하는 입장 모두 성매매 피해 여성을 보호와 성매매 여성을 탈성매매 유도를 전제로 하고 있으나 그 과정에서 차이가 있다. 성매매 합법화를 찬성하는 입장은 생계형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생계형 성매매 여성들의 생계를 보장한 후 탈성매매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매매 합법화 나라의 사례를 보면 이상과는 멀다. 독일, 네덜란드는 성매매 여성 인권을 보호하겠다는 취지 아래 2002년 성매매를 합법화했다. 성매매 합법화를 통해 성매매 여성 관련 평등과 사회적 인정, 인신매매 근절 내지 감소, 성매매여성 대상 사회보장제도 확대 등의 정책을 꾸렸다. 이에 성매매 및 성매매 지원 행위가 더 이상 형법상 처벌 대상이 되지 않았으며, 성매매가 직업으로서 인정됨에 따라 사회보험 가입 등 사회권이 보장됐고 성구매자와 합의한 금액을 받지 못할 경우 법적으로 금액 지불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화여자대학교 젠더법학연구소 정재훈 씨의 논문 『독일 성매매 합법화 이후 실태와 정책 효과』에 따르면 독일의 성적착취와 같은 인신매매 피해자 수는 합법화된 2002년 811명에서 2003년 1,235명으로 급증했다. 이후 평균 700 명에 이르는 피해자 수를 보이고 있다. 정 씨는 독일은 성매매 합법화로 성매매 대금 수급 법적 권리 보장, 사회보험 가입유도, 성매매에 부수적으로 따르는 범죄 행위 감소, 탈성매매 유도,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보장하는 성매매 환경 조성 등 변화를 의도하였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고 분석했다. 심 상담원은 “성매매 합법화는 절대 성매매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안이 아니다” 라며 “성산업 근절과 수요를 없애는 것이 중점이 돼야한다”라고 말했다.

성매매 당사자 네트워크 ‘뭉치’는 성매매특별법 위헌 심판 헌법재판소에 성매매합법화를 반대하며 탄원서를 보냈다. 한 성매매 피해자는 성매매는 먹고 살기위해서 그거(성매매)라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그거라도 해서 생계를 유지하도록 하라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 알리고, 성매매를 하지 않고도 살 수 있고, 성매매를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전했다. 성매매특별법이 가지고 있는 한계 속에서 성매매로 피해받는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도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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