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이다. 하지만 Reformation을 ‘종교개혁’으로 번역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Reformation은 단지 종교개혁만이 아니라 사회 문화 전체를 아우르는 ‘총체적 개혁’이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스위스의 제네바(Geneva)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의 개혁가 쟝 깔뱅(Jean Calvin)이 개신교도들인 위그노(Huguenot)들과 함께 제네바에 오기 전까지 스위스는 사실 매우 가난한 나라였다. 하지만 이 위그노들의 탈출은 프랑스 편에서 볼 때 두뇌들이 집단으로 빠져 나온(brain drain) 것이. 이들은 매우 높은 수준의 기술을 가진 정밀 시계 가공업자들과 기업가들, 은행가들이었으며 당시 인구 만 명이었던 제네바 시가 이들을 받아들이면서 인구는 급증했고 칼빈의 직업 소명론 및 개신교 노동윤리 그리고 성경적 세계관은 제네바를 놀랍게 발전시켜 지금은 세계적인 도시로 변혁(transformation)시킨 것이다.
현재 제네바의 인구는 20만 정도이지만 국제 기구들이 200여개나 있는 가장 글로벌한 도시가 되었으며 유엔이 있기 전 미국의 윌슨 (Thomas Woodrow Wilson) 대통령에 의해 국제 연맹(League of Nations)의 본부가 있었고 이 건물이 지금은 유엔의 유럽 본부가 되었다. 윌슨 대통령은 프린스턴 대학교의 총장을 역임하면서 이 깔뱅의 사상을 깊이 이해하였기에 이 기구를 제네바에 두자고 제안한 것이다. 기타 제네바에 본부를 둔 국제기구들이 많이 있으며 나아가 정부간 조직들(inter-governmental organizations) 및 세계 최고의 입자 물리학 실험실인 CERN도 여기에 있고 여러 환경단체 및 NGO들도 이곳에 본부를 두고 있다. 그 외에도 대표적인 정밀 시계 가공업체들이 제네바에 있으며 따라서 제네바는 세계 9위의 재정 중심 도시로서 삶의 질은 세계 3위이다. 나아가 다보스 포럼으로 유명한 WEF(World Economic Forum)도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다.
깔뱅은 1541년부터 1564년까지 제네바에서 개혁 운동을 하면서 종교개혁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면에서도 개혁운동을 시도했다. 시의회에서 각종 개혁 정책을 진행하였으며 1559년 제네바 아카데미를 창설하여 교육에 대한 개혁을 시도하였으며 이 기관이 현재 꼴레쥬 깔뱅(Collège Calvin, 고등학교) 및 제네바 대학교로 발전하였다.
그 후에도 제네바는 개신교의 로마 또는 성시화의 모델로 인정받고 있으며 가장 모범적이고 지속 가능한 도시로 인정받게 된 것은 결코 깔뱅의 개혁과 무관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 한동대도 종교개혁을 단지 500주년으로 기념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점들을 깊이 연구하고 벤치마킹하여 한국 사회에 전체적으로 새로운 변혁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면서 세상을 바꾸도록 노력할 때 축복의 통로로 귀하게 쓰임 받을 것이다.

ICT창업학부 최용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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