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지난 호에 이어서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이번 호와 다음 호까지 모두 3차례에 걸쳐서 문화인으로서의 신앙인에 대한 글을 올리려 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이 시대 문화의 원인에 대해, 다음 호에서는 문화에 대한 신앙인의 자세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호에서 신앙인이 세상 속에 살아가면서 신앙의 변질이 두려워서 세상 문화를 멀리하고 소극적인 자세로 살다보면 신앙의 탈속화가 일어날 수 있고, 반대로 세상 속에서 신앙이 세상 문화에 의해 신앙의 본질을 잃으면 신앙의 세속화가 되기 쉽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신앙의 속성은 세상 안에서 세상과 함께 존재목적∙가치를 발견하게 돼있습니다. 신앙은 그러한 세상과의 역동적인 관계 안에서 스스로 생명력을 얻고 동시에 세상에도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신앙의 이러한 속성을 바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믿는 자들이 세상을 알아야 합니다. 믿는 자들이 성경을 알아야 바른 신앙생활을 할 수 있듯이 세상을 알아야 바른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을 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 시대의 문화를 알아야 하고 이 시대 문화를 알려면 이 시대의 문화 속에 흐르는 세계관이나 가치관, 사상 등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그 시대의 문화의 사상과 가치관, 또는 철학을 안다고 하는 것은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인가요?
무엇이든지 어떤 개체를 안다고 하는 것은 그 개체가 지닌 특성을 떠나서는 알 수 없습니다. 내가 한 사물을 아는 것과 한 사람을 아는 것은 그 방법이 같을 수가 없습니다. 어떤 사물이나 사람이나 사건 등은 각각의 개체가 지닌 고유한 특성과 성품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구체적인 시대나 한 사회의 문화를 알고자 할 때에는 문화 자체가 지니는 고유한 특성을 알 아야 합니다. 즉, 어떤 특정한 문화를 알기 위해서는 모든 문화가 지니는 보편적인 특성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올바르게 알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모든 문화가 지니는 보편적인 특성 안에서 개개의 특수문화를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면 모든 문화가 지니는 보편적인 특성은 무엇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포스트 문화의 특성은 무엇일까요? 모든 문화의 보편적인 특성 중 하나는 그 이전 문화에 의해서 혹은 이전 문화의 결과로, 그리고 이전 문화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문화는 그 성격상 만들어지는 것이고, 변화되는 것이고, 축적되는 것이고, 동시에 태어나는 것입니다. 지면상 문화 자체의 속성에 대한 설명은 이만하고 이 시대의 문화 특성이 무엇이며 그것이 생겨난 배경이 무엇인지를 간단하게 설명하고자 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는 다양성의 시대이며 인터넷 시대이며 글로벌 시대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다양성은 고대에도 중세에도 그리고 근대에도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단지 이전시대와 이 시대의 차이점이 있다면 이전 시대는 그 다양성이 각기 고립된 채로 존재했다면 이 시대는 그러한 다양성이 인터넷 시대를 맞이하고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면서 다양한 문화, 종교, 인종 등등이 함께 존재하게 되었다는 데에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성이 함께 존재해 좋은 점은 각각의 영역에서 각자의 개체성을 인정하고 존중하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문화나 예술이나 인종이나 서로 다른 것들을 차별하지 않고 상대화시켰다는 의미입니다. 각각을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게 된 것입니다.
문제는 종교나 도덕성에 이르기까지 상대화되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입니다. 결국은 다양한 종교들 간에 만남 속에서 자연히 구원이나 진리는 한 개의 종교에만 국한시킬 수 없다고 하는 종교 다원주의가, 종교 상대주의가 생겨났습니다. 우리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보면 구원은 예수 그리스도만이 아닌 다른 종교에도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 이러한 종교 다원주의 시대 속에서 살이 가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신앙과 구원의 정체성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요? 다음호에 계속하겠습니다.

교목실 최정훈 교목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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