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파격과 소통 행보로 새바람’. 허니문을 고려해도 언론들이 대통령에 쏟아내는 찬사가 낯설다. 무엇이 이토록 언론과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일까. 나는 현 대통령이 대통령의 기본 역할을 잘 이해하고 있음이 드러난 데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대통령의 역할은 대내적으로는 대한민국 국민의 복지와 안보를 책임지며 대외적으로는 대한민국 ‘전 국민’을 대표하는 것이다. 이때의 ‘대한민국 국민’은 높은 자리에 있는 국민이 아니라 낮은 자리에 있는 소수의 사람도 포함한 ‘전 국민’이다.
17-1학기 황성수 교수님팀 남학생들은 입주 이틀 전 창조관 1층 배정 사실을 문자로 통보받았다. 1층 배정 사실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화장실, 세탁시설 등이 1층의 좌측에만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번 학기부터 1층 좌측에 여학생이 입주하면서 남학생들은 해당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2층까지 올라가야 했다. 학생들은 이에 따른 불편들에 대해 원클릭 민원을 통해 항의했지만 해결된 것은 없었다. 층∙동장이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개진하자 그제야 샤워기와 선팅지가 설치됐다.
생활관운영팀은 공청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소통의 부재’가 원인이었다고 말한다. 팀 교수에게 연락하며 창조관 남학생들에게 이미 시설 미비 상황이 전달됐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공청회는 생활관 운영팀의 선한 의도와 변명, 그리고 민원을 제기한 학생의 학생 신분에서 벗어난 언사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의 진전은 없었다. 공청회 이후 보상금 지급에 대한 논의가 진전될 가능성이 없어 보이자 창조관 1층 거주 남학생들은 학부모 기도회와 카이퍼RC 소속 교수들에게 편지를 보내거나 평의회에 의견을 개진하는 등 직접 움직였다.
이 과정에서 자치회는 한 발 뒤로 물러나 있었다. 카이퍼RC 대표나 층∙동장이 오픈 카카오톡 방을 만들어 의견을 수렴할 때에도 자치회는 없었다. 공청회에도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참여했을 뿐,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개입과 대변은 부재했다. 덕분에 공청회에서 생활관운영팀이 여학생을 입주시키게 된 경위를 설명할 때, 기본적인 시설이 한 쪽에만 있는 생활관 층에 남녀를 함께 입주시킨다는 것 자체가 일어나면 안 됐을 상황이라고 말해주는 대표자는 아무도 없었다. 학생들은 온전히 자신의 몸과 말로 학교 부서와 맞닥뜨려야 했다.
현 자치회가 생활관 ‘전체’ 학생을 대표하고 있는지 의심된다. 자치회는 생활관운영팀과 학생 사이의 중재 기관이기 전에 학생을 대표하는 기관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학생을 대표하는 것이 가장 우선시돼야 한다. 학생의 편의와 복지를 위해 교직원과 소통할 수는 있지만, 교직원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학생을 대표하는 역할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 또한, 대표자는 잘잘못을 따져 공명정대하게 판단을 하는 주체가 아니다. 현재 자치회의 소극적인 대처는 이의를 제기하는 학생들이 보상을 받는 것이 힘들다고 이미 판단을 해버린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까지 들게 한다.
역할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진부한 이야기다. 그러나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이야기다. 대표자는 자신의 역할을 올바르게 이해해야 한다.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한 역할은 수행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학기 초부터 시작되고 있는 창조관 1층 우측 거주 학생들과 생활관운영팀의 갈등이 13주차를 향해 달려가는 현재, 자치회가 생활관 학생의 대표자로서 그들의 불편에 진정으로 공감하며 이 일에 깊게 개입하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한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