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교육 방침을 결정하고 계획하는 역할이 있다면 이를 감시•감찰하는 역할도 있기 마련이다. 한동대에도 기획처, 교무처, 사무처 등 학교 운영 계획을 설정하고 업무를 진행하는 부서와 그 부서를 감찰하는 대학평의원회(이하 평의원회)가 있다. 평의원회는 교원과 학생 등 한동대 내부 인원으로 구성되며 학교를 독립적으로 감찰해야 하는 의무를 갖는다. 한동대를 견제할 수 있는 최고 심의기구 평의원회는 과연 그 의미대로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을까?

사립대학 내 ‘필수’ 감시기구

평의원회는 한동대 운영 정책을 감찰하고 심의하는 기구다. 평의원회 운영 규정 제1장 총칙에 따라 평의원회는 ▲대학의 발전계획에 관한 사항 ▲학칙의 제정 또는 개정에 관한 사항 ▲대학의 예산 및 결산에 관한 사항 ▲개방이사 추천위원회 위원 추천에 관한 사항 등을 필수적으로 의결한다. 평의원회는 교원 5명과 직원 2명, 학생 1명, 동문 1명, 그리고 외부 평의원 2명으로 구성된다. 규정상 평의원회에 속하는 11명은 모두 총장의 위촉으로 구성된다. 평의원회 회의는 재적 평의원 과반수 출석으로 개회하며 출석 평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심의 및 의결을 진행한다. 회의는 매 학기 2회 이상 이뤄지며, 회의마다 회의록을 작성해 그 내용을 홈페이지에 게재한다.
한동대를 포함한 모든 사립대학은 대학평의원회를 필수적으로 설립해야 한다. 사립학교법 제26조의2(대학평의원회) 1항은 ‘대학교육기관에 교육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하게 하기 위하여 대학평의원회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2007년 관련 법이 개정된 후 한동대 역시 평의원회 운영규정을 제정, 제1대 평의원회를 위촉했다. 2016년부터 제6대 평의원회가 활동 중이다.

평의원회 심의, 집행 위해 밟는 절차에 불과

평의원회는 최종 심의 기구일 뿐 한동대 운영 정책을 주도해 결정할 수 없다. 교육부(전 교육인적자원부)는 평의원회를 ‘법률에 근거를 둔 교육에 관한 대학의 최고 심의기구’로 정의하고 대학 내 교무회의나 교수회보다 상위 기구임을 명시한다. 평의원회를 대학 내 최고 심의 기구로 확정한 셈이다. 그러나 한동대 평의원회는 대학 운영안 자체를 결정하지 않는다. 평의원회 심의는 학교 정책 등을 실행함에 앞서 동의를 얻어야 하는 절차인 것이다. 2016년 1월부터 2017년도 4월까지 평의회 정기회의에서 자율적으로 상정된 안건 중 평의원회의 심의 및 자문을 거친 안건에는 ▲예산 및 결산안 자문 ▲비전 2025 중장기 발전계획(안) 심의 ▲총장인선 규정 관련 이사회 회의 결과에 대한 자문 ▲평생 교육사업 심의 등이 있다. 평의원회 배건웅 의장은 “예결산안의 경우 심의만 하고 우리가 코멘트만 해주는 정도다”라며 “여태까지 평의원회가 활동한 게 거의 없다. 학교의 방향을 바꾸고 그렇기보다는 꼭 해야 하는 것만 모여서 의결하고 이런 식으로 했기 때문에 거수기 역할만 했다”라고 말했다. 제5대 평의원회 서병선 전 의장은 “대학평의원회에서 예결산의 자세한 부분을 일일이 심의하는 것은 아니다. 기획처에서 1년 치 예산 및 결산자료를 준비하여 교무회의의 결정을 통해 확정하면, 대학평의원회에서는 이를 보고 받아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학교가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부담할 수 있는 내용이면 심의하여 통과시켰다”라며 “1년 동안 집행해온 학교 살림에 대한 결산 감사는 학교에서 정한 감사가 하게 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평의원회의 결정은 구속력을 갖는다. 평의원회가 심의해야 하는 안건은 교무회의 결정을 거친 사안이다. 교무회의는 학내 대부분의 사안을 결정하는 회의로, 교무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은 평의원회의 심의를 거쳐야만 이사회에 전달되거나 실제로 집행될 수 있다. 2014년 교무회의에서 결정된 ICT창업학부 설립 안건이 평의원회의 부동의를 얻자 두 차례 재논의된 바 있다. 대학평의원회 운영규정 제10조는 평의원회 회의록을 작성해 그 결과를 총장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하지만, 현재 평의원회는 평의원회의 회무를 담당하는 기획처를 거쳐 총장에게 보고하기도 한다. 배 의장은 “바로 총장에게 보고하면 좋은데 중간에 기획처장이 결과를 보고 전달하고 있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지범하 기획처장은 “기획처는 대학평의원회 운영규정에 따라 동위원회의 회무를 담당하는 부서로 지정되어 있는 바, 회의록을 비롯한 회의의 결과를 총장에게 전달 보고하는 것도 이러한 평의원회의 서무 활동에 속한다고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자체적 판단에 맡긴 안건 상정

평의원은 평의원회 회의에서 학내 사안에 대해 안건을 상정할 수 있지만, 그 기준은 정해져 있지 않다. 사립학교법 제26조의2(대학평의원회) 1항에는 그 밖에 교육에 관한 중요 사항으로서 정관으로 정하는 사항을 논의한다는 내용이 있을 뿐, 평의원회에서 논의할 수 있는 학내 사안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없다. 이에 평의원회 의장과 평의원의 자체적인 판단으로 안건이 결정된다. 안건 상정에 있어 가장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사안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에 걸쳐 이어진 한동대 총장인선 관련 사안이다. 2012년과 2013년 구성된 제4대 평의원회는 차기 총장 청빙에 대한 내용을 논의했다. 그러나 제5대 평의원회는 총장인선절차제정 TFT(이하 총장인선TFT)가 꾸려지고 총장인선규정안 승인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던 2014년부터 2015년까지 2년간 총장인선 관련 사안을 다룬 바 없다. 서 전 의장은 “차기총장인선에 관한 사항은 현총장의 지시에 의하여 임명된 총장인선을 위한 Task Force팀에서 교내구성원의 중지를 모아 마련한 개선안을 이사회에 건의한 바 있다. 이 일은 당시에 대학평의원에서 심의해야 하는 사안이 아니었으므로 평의원회에서 다루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반면, 제6대 평의원회는 총장인선TFT의 활동에 관해 논의하고 평의원회 차원의 향후 방향에 관한 기타 안건을 상정한 바 있다. 2017년 장순흥 총장 중임 결정 전에는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의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배 의장은 “결국은 안건상정 등이 평의원회 의장의 의지에 좌지우지되는 거다. 의원들과 의장의 의지에 달려있다”라고 말했다.

타 대학, 평의원회 구성 및 권한에 의문 제기

연세대학교(이하 연세대)의 경우 평의원회 구성원 위촉 권한이 총장에게 있음이 문제로 지적됐다. 연세대 평의원회는 총장의 위촉을 받은 교원 3인, 직원 1인, 외부 평의원 2인으로 구성하는 등 한동대 평의원회와 비슷한 구성을 갖고 있다. 이에 총장의 위촉으로 임명되는 평의원들이 평의원회 구성과 결정에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되기도 했다. 연세대 의과대학 김원옥 교수는 연세대 학보사 ‘연세춘추’와의 인터뷰에서 “사학법에 원천적으로 대평(대학평의원회) 구성에 대한 학교 본부의 권한을 명시하고 있지 않아 총장이 구성원 결정에 영향력이 강하다”라며 “학교 본부를 견제할 수 있는 구성원 간 균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연세춘추 1729호 6, 7면 참조).
고려대학교(이하 고려대) 학내 구성원은 평의원회 구성 및 권한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2016년 고려대 일부 학생은 학교 당국의 미래대학 설립안 발표와 학사제도 개정 과정에서 평의원회의 권한 강화를 요구했다. 이들은 학교 당국이 학내 구성원의 동의를 얻지 않고 제도를 개정하자 본관점거위원회를 구성했다. 본관점거위원회가 주장한 요구안 중 하나가 평의원회 권한 강화에 대한 내용이다. 미래대학 최종안 심의는 필수적으로 평의원회를 거쳐야 한다. 이에 학내 구성원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학생 평의원 증원을 요구한 것이다. 본관점거위원회는 2016년 12월 26일 ‘비록 ‘대학 평의원회 학생 평의원 증원 및 권한 강화’와 같은 요구안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미래대학 설립안 철회와 같은 주요한 승리들을 얻어냈다고 판단해 본관 점거를 공식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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